"간식 배 따로 있지" 밥 잔뜩 먹고 또 당겨…'식욕' 탓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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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배불리 먹고 돌아서자마자 입이 궁금한 건 단순 식욕 때문이 아니라 뇌 속 뉴런(신경세포)의 작용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사람도 쥐처럼 뇌간에 vgat PAG 세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며 "거식증 등 섭식 장애를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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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배불리 먹고 돌아서자마자 입이 궁금한 건 단순 식욕 때문이 아니라 뇌 속 뉴런(신경세포)의 작용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뉴런의 활동을 제어하면 폭식이나 거식을 막을 수 있어 섭식 장애를 해결할 새로운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심리학과 연구팀은 쥐의 뇌간에서 배가 고프지 않을 때도 음식을 갈망하게 하는 뉴런을 최초로 발견해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배부르게 식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식을 찾는 건 식욕이 과해서가 아니라 관련된 뇌 속 뉴런이 과하게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단순 허기가 아니라 어떤 대상에 대한 '욕망'이 자극되면서 음식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뉴런이 자극되면 초콜릿처럼 지방이 다수 함유돼 입이 즐거운 음식을 원하게 된다.
뇌의 뒷부분에 위치한 뇌간은 중뇌, 교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중뇌에는 '중뇌수도 주변 회백질(PAG)'이라는 영역이 있는데, 이 영역이 활성화되면 극적인 공황 반응이 일어난다.
연구팀은 실험 쥐의 뇌간을 분석해 PAG 영역에서 먹이를 찾게 하는 특정 뉴런을 발견했다. 'vgat PAG 세포'라 불리는 뉴런을 선택적으로 자극해 쥐에게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먼저 세포가 빛에 민감한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한 바이러스를 쥐의 뇌세포에 주입했다. 이어 레이저를 뇌세포에 비추자 단백질이 반응하며 빛을 뇌세포의 전기 신호로 변환했다. 연구팀은 전기 신호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뇌세포의 활동이 변할 때 쥐가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확인했다.
vgat PAG 세포를 레이저 광선으로 자극하자 쥐는 평소와 다른 이상 행동을 보였다. 먹이를 잔뜩 먹은 뒤에도 주변 환경을 맹렬히 탐색하며 뭔가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귀뚜라미 등 평소 먹잇감이 아닌 대상에도 관심을 보였다. 한편 탁구공이 튀는 모습을 보며 졸졸 따라가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배고픔보다는 '뭔가를 원한다'는 욕망 자체와 관련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쥐는 기름진 음식을 얻기 위해 움직이느라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참는 모습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쥐는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충격을 견디면서 음식을 갈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욕망이 활성화된 탓에 칼로리가 높은 기름진 음식에 대한 갈망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어 vgat PAG 세포의 활동을 약화하는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조작한 바이러스를 쥐의 뇌에 주입했다. 해당 세포의 활성도가 낮아지자 쥐들은 배가 매우 고픈 상태에서도 먹이를 덜 먹는 행동을 보였다. vgat PAG 세포가 활성화될 땐 강박적으로 음식을 찾았고, 활성화되지 않을 땐 배가 고파도 음식을 먹지 않았다.
연구팀은 "사람도 쥐처럼 뇌간에 vgat PAG 세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며 "거식증 등 섭식 장애를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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