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종목 절반 이상 수익률 마이너스
‘밸류업 효과’ 금융업·고배당 국한
정부 ‘법인세 감면’으로 기업 독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증시 상장 종목 중 절반 이상은 올 들어 주가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밸류업 정책 논의가 배당 여력이 있는 유가증권시장을 중심으로 이어지면서 코스닥 시장이 좀처럼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정부가 법인세 인하 카드를 빼들고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보험·은행·증권 등 대형 금융주를 제외한 다른 업종으로도 온기가 확산될지 주목된다.
20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국내 증시(유가증권시장·코스닥) 2671곳 중 1456곳(54.5%)의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 953곳 중 519곳(54.4%), 코스닥 1718곳 중 937곳(54.5%)이 내렸다. 작년 말 정치테마주로 묶이면서 연달아 상한가를 기록했던 태양금속우는 올 들어 57% 넘게 주가가 빠졌다. 코스닥 시장에선 거래가 정지돼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카나리아바이오(-82.12%)의 낙폭이 가장 컸다.
아직까지 밸류업 온기가 시장 전반적으로 확산되지 못한 모습이다. 상승 업종 역시 주주환원 여력을 갖춘 금융·고배당 등 한정적이다. 국내 증시의 대표적인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주로 꼽힌 은행주가 대표적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이번주 들어 역사적 신고가를 기록했다. 앞서 비슷한 증시 부양책을 내놓은 일본에서 주요 은행주가 1년 사이 70% 이상 뛰자 국내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최근 3개월간 유가증권시장에서 KRX은행 지수의 상승 폭은 27.35%로 가장 컸다. 보험업(27.13%), 금융업(20.49%), 증권업(15.16%) 등이 뒤를 이었다. 상승 종목 상위권에도 흥국화재(50.25%), 제주은행(49.93%), 하나금융지주(46.39%) 등이 수익률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주주환원 기대감이 큰 고배당주 역시 ‘밸류업’ 수혜가 집중됐다. K200고배당(8.64%), 코스피 고배당 50(7.51%), 코스피배당성장50(5.88%) 등도 코스피지수(4.64%)을 웃도는 성과를 냈다.
이와 달리, 소비재 등 다른 업종은 여전히 고전을 겪고 있다. 같은 기간 섬유의복의 하락 폭은 12.44%으로 가장 컸다. 이밖에도 철강금속(-8.09%), 음식료(-7.43%), 서비스업(-6.36%), 화학(-4.47%) 등 모두 내렸다. 금융주와 고배당주가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하며 상승 랠리를 탄 흐름과 대비된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0.13%) 역시 소폭 내렸다.
바이오 업종을 제외한 코스닥 종목 역시 찬바람이 분다. 코스닥 150 헬스케어는 44.24%로 가장 크게 뛰었지만 코스닥 150 필수소비재는 낙폭(-28.79%)이 가장 컸다. 이 밖에도 섬유의복(-21.67%), 음식료담배(-16.71%), 인터넷(-7.15%) 등 대부분 업종은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금융업이라도 코스닥은 -6%대 낙폭을 내리고 유가증권시장에선 10% 넘게 올랐다. 이에 ‘밸류업’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시장 투심도 코스닥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큰손’들은 밸류업 수혜를 누리지 못한 저평가 종목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낙폭이 큰 소비재 종목들이 대표적이다. 이달 VIP자산운용은 롯데칠성을 1% 이상 신규 매수해 지분을 6.67%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현대그린푸드 지분율도 9%에서 10.04%로 확대했다. 베어링자산운용은 기존에 보유하던 한섬과 이노션 지분도 각각 1.53%, 1.01% 늘렸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간 외국인 중심으로 상승세가 가팔랐던 밸류업 테마 내 대형가치주의 단기 숨고르기 국면이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주주환원 확대 행보를 지속할 수 있는 밸류업 중소형주의 진입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올 3월에 몰린 정기주주총회는 밸류업 측면에서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느냐가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밸류업’ 정책 일환으로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을 추진할 방침이다. 배당 확대 기업 주주에 대해서도 배당소득세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가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세금 관련 대책이 부재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배당에 부담을 느꼈던 코스닥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 법인세·배당소득세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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