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에 화답한 우리은행, 곤혹스러운 은행들

이효정 2024. 3. 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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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홍콩 항셍(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배상안을 오는 22일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달리 다른 은행들은 ELS 판매 규모가 커서 내부 검토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배상 규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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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주총 앞두고 일제히 이사회 개최 불구
"고객 수 많아 우리은행처럼 속도 내긴 어렵다"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우리은행이 홍콩 항셍(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배상안을 오는 22일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달리 다른 은행들은 ELS 판매 규모가 커서 내부 검토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배상 규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이사회가 예정돼 있지만, ELS 배상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나은행은 20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이사회는 오는 21일이다.

우리은행의 자율 배상 논의는 아직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도 개최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매우 빠른 편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우리은행의 홍콩 H지수 판매액이 지난해 8월 말 기준 414억원으로 가장 적어, 의사 결정도 비교적 빠르게 진행하는 것으로 관측한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은 사정이 다르다. 국민은행은 관련 판매액이 8조1972억원으로 가장 많다.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등이다. SC제일은행도 1조2427억원에 이른다.

2021년 대비 약 50% 하락한 홍콩 H지수를 고려하면 배상금도 천정부지로 늘어난다. 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금액은 4조7447억원으로 손실금의 절반인 50%를 배상한다면 1조1862억원 수준이다. 최근 DB금융투자에 따르면 기본 배상 비율의 최소치인 20%를 가정해도 올해 KB국민은행은 5400억원, 신한은행 1700억원, 하나은행 1000억원 수준의 배상이 필요하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배상 규모가 적지 않지만,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이익 축소와 함께 운영 리스크 증가로 자본 비율 하락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판매 규모가 작고 프라이빗뱅킹(PB) 창구에서만 판매해 고객 1인당 판매 규모가 컸을 것을 보인다"며 "다른 판매사들은 몇만 명 수준이라 전수 조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우리은행이 먼저 배상을 하면 다른 판매사들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라며 "판매 규모가 큰 곳은 아직 고객 손실액 산출도 쉽지 않고, 고객 손실을 확정해 윤곽이 드러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8일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과 자리 후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와 주총이 있어 자연스러운 절차를 거쳐 각 금융사의 입장이 있을 것이라 이 자리에서 얘기하지 않았다"며 에둘러 배상액 조기 발표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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