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박정민 SK스토아 대표 “'데이터 플레이' 살려 고객 경험 차별화”
“누구보다 SK가 잘하는 것이 '데이터 플레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편성, 상품기획(MD), 인공지능(AI) 쇼호스트 등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취임 세 달 차를 맞은 박정민 SK스토아 대표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모그룹 SK의 데이터·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 자원을 적극 활용해 고객 서비스를 혁신한다면 경쟁력 있는 커머스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지난 7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윤석암 대표에 이은 SK스토아 2대 대표로 지난해 말 합류했다.SK그룹 주요 계열사를 거치며 커머스·마케팅·플랫폼 사업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평가다.
홈쇼핑 시장은 송출수수료 부담 증가, TV 시청자 감소 등으로 업황이 악화하고 있다. 박 대표에게는 어려운 경영 환경을 타개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세우는 두 가지 미션이 주어졌다.
그의 해답은 지난 7년간 축적해온 커머스 데이터와 이를 활용하는 AI 기술 도입이다. 데이터·AI 기술을 기반으로 상품 편성 효율을 높이고 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해 고객 구매 전환율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취임 첫 해 목표로 실적 개선(턴어라운드)을 내걸었다. 상반기에는 지난해 주춤했던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힘쓰는 데 방점을 둔다. 하반기부터 데이터 기술을 커머스 전반에 입히는 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조직의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경영과 구성원 소통에도 시간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원팀' 조직문화를 구축해 변화하는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를 만나 취임 일성과 향후 청사진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양종석 플랫폼유통부장
-SK스토아 창립 이래 두 번째 대표이사로서 취임 소감을 얘기한다면.
▲SK스토아에 온 지 세 달 차다. 처음으로 대표이사가 바뀐다고 생각했을 때 구성원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또 동시에 흥미진진한 호기심과 도전 의식을 느꼈다.
취임 이후 현안과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직원들을 만나 소통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매일 진행하는 편성 전략 회의, 매주 열리는 상품 선정 위원회, 방송 제작 선정 회의, 촬영 현장에 직접 참여하면서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나 프로세스 미비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을 고쳐 나갔다. 일례로 기능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TV·모바일 MD 조직을 통합 시켰고 서비스혁신팀을 신설했다.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엇보다 현장에 답이 있으며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견을 반영한 업무 개선이야말로 가장 직접적이고 효율적으로 빠르게 회사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다. 현장에서 일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구성원이다. 결국 그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판을 제공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SK스토아의 강점과 보완할 점을 꼽아달라.
▲강점을 꼽자면 SK스토아는 TV라는 수단을 통해 24시간 커머스를 할 수 있는 사업자라는 점이다. 커머스 시장에서 다른 사업자가 쉽게 가질 수 없는 부분인 만큼 이부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냐에 따라 우리의 본원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SK그룹은 국내에서 데이터 플레이를 가장 잘하는 기업이다. 데이터 플레이를 한 걸음만 더 가면 AI다. 이러한 강점들을 상품 편성 등 사업 전반에 도입한다면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완할 점으로 처음 본 것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효율성이다. 홈쇼핑은 시간 당 1개씩 하루에 24개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같은 1시간이지만 시간대 별로 다양한 시간 가치가 있고 이는 경험을 통해 데이터화 돼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편성한다면 모든 상품의 판매 성과를 10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아직은 데이터를 통한 최적의 설계를 하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직접 편성팀을 챙기고 있다. 이미 데이터 기술을 상품 편성이나 기획에 접목할 수 있는 기술은 충분히 와있다. 축적된 데이터의 양도 충분하다. 시간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지난해 데이터홈쇼핑 업계가 처음으로 역성장을 겪었다. 시장의 현주소에 대해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데이터 홈쇼핑 업계가 2015년 출범 이후 2021년까지 연평균 60%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2022년 1%로 급감한 이후 지난해에는 역성장까지 했다. 외부에서 업계로 들어와 보니 여러 사업 구조적인 한계점이 있었다.
TV라는 판매채널이 우리의 가장 큰 무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커다란 제약요소가 되기도 한다. 유료방송 시장이 성장 정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높아지기만 하는 송출수수료도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데이터홈쇼핑 사업자 대표로서 정부가 중심을 잘 잡고 기성 커머스 업계와 홈쇼핑 사업자 규제 측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주십사 하는 개인적인 작은 바램도 있다.
해결책은 기본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빠르게 우리의 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회는 TV에 기반한 모바일에서 찾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선 상품 경쟁력 강화, 차별화된 콘텐츠, 고객 경험 혁신은 반드시 선제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SK그룹의 데이터·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그룹이 가진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고객 중심의 서비스 혁신을 이뤄내는데 방점을 둘 생각이다. 우리는 다른 전통 유통업체들과 다르지만 SK텔레콤이라는 모바일 시장의 독보적인 모회사를 가지고 있다. 모바일 확장성에 기반한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를 붙잡기 위한 SK스토아 전략과 사업 방향에 대해 듣고 싶다.
▲초심에 가까운 얘기가 되겠지만 결국 커머스 사업에서 소비자를 붙잡는 것은 상품이다. 얼마나 상품이 경쟁력 있는지, 얼마나 소비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지에만 집중한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취임 이후 우리가 가진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현장으로 갔다. 일일 편성전략회의 주 단위 상품 선정위원회과 방송제작 회의, 실제 스튜디오 내 촬영 모니터링, 부조정실 제작 현장에 현장 모니터링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결론은 상품 경쟁력 강화와 방송 콘텐츠 차별화다. 그래서 TV·모바일 상품 시너지 확보를 위해 소싱 조직 체계를 일원화했다. 우리의 모든 바잉 파워를 결집시키기 위함이다. 이제 시작이지만 하반기 정도에는 데이터홈쇼핑에서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방송 제작 콘텐츠 측면에서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제작 회의에 PD들과 함께 하면서 데이터에 근거한 콘텐츠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40~ 50대 여성 신규고객 비중이 높고 이들이 패션과 리빙 제품 구매한다는 실제 데이터에 기반해 주중 '쇼핑 플레이 리스트'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방송 하고 있다.
협력사를 위한 맞춤 서비스 제공에도 주력하고 있다. 데이터홈쇼핑은 중소기업 제품을 70% 이상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만큼 대부분이 중소기업 제품이다. 협력사를 위해 다양한 내부 자원을 활용한 통합형 판매, 마케팅 지원 등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시장에서 상호 공존할 수 있다.
모든 서비스에 대한 점검과 개선에도 착수했다. 오자마자 서비스 혁신팀을 만들어 공을 들이고 있다. TV에서 우리를 선택한 고객들의 경험이 모바일 앱에서도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SK스토아의 TV·모바일 쇼핑 모두에서 확연하게 달라진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개인화 큐레이션 개선을 통해 주문, 배송, 품질, 상담 등까지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전달하는 변화가 순차적으로 일어 날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과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자면.
▲올해 상반기까지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6월까지는 부진한 실적을 확실하게 턴어라운드 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다. 지금까지 성과를 지켜봤을 때는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많이 개선됐고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 지속성장을 위한 다양한 시너지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캐시 확보를 통해 중장기 커머스 역량 확보 플랜을 단계적으로 실행해보고자 한다.
그 이후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 고객들은 TV를 떠나고 있다. 미래 시장은 모바일이 될 텐데 SK스토아가 모바일에서 어떤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우리의 강점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우리 자신을 좀 더 면밀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회사의 방향에 대해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는 단계다. 올 한해 동안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 혁신을 통해서 지속 성장의 초석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박정민 SK스토아 대표
박정민 대표는 SK그룹 계열사를 두루 거친 커머스 전문가다. SK텔레콤을 거쳐 SK플래닛에서 T스토어 사업 본부장을 역임했고 소비자·상품 본부장, 마케팅 플랫폼 부문장을 거쳤다.
지난 2020년 복지 서비스 전문 기업 SK엠앤서비스 대표이사를 역임해 3년간 회사를 이끌었으며 올해부터 SK스토아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기업간거래(B2B)·기업소비자간거래(B2C)를 아우르는 모바일·커머스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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