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칼럼] 김혜성 스윙에서 김하성 스윙을 보았다

최강야구 몬스터즈 김성근 감독 2024. 3. 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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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과 경기서 우리 타자들 스윙 변화
시범경기서 컸던 스윙폭 점차 작아져
야구는 눈으로 시작 “보고 읽는 게임”
SD 3루수 OK, 다저스 중견수 NO



메이저리그 팀들과 이틀간 경기를 한 우리 선수들에게 짧은 시간 나타난 변화가 보였다. 올해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보면서는 타자들의 스윙폭이 대체로 크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팀들과 경기를 하는 동안에는 우리 타자들 스윙이 점차 간결해졌다.

대표팀 1번타자 김혜성(키움)은 샌디에이고와 첫 경기를 할 때보다 LA 다저스와 두 번째 경기를 할 때 스윙이 더 작아졌다. 겨드랑이를 최대한 붙이고 뒤(테이크백)는 짧고, 앞(팔로스로)이 큰 스윙을 했다. 김혜성은 이틀간 낮은 볼에 잘 대응하며 좋은 타구를 만들었다. 스윙은 그렇게 해야한다. 김혜성뿐 아니다. 우리 타자들 대부분의 스윙폭이 점점 줄었다. 메이저리그 팀들과 경기를 하면서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스윙 크기로 나타났다.

김하성(왼쪽)과 김혜성. 연합뉴스



샌디에이고에서 뛰는 김하성은 LG와 경기를 하면서 홈런을 두 개를 쳤는데 두 방 모두 큰 스윙으로 만든 결과는 아니었다. 특히 LG 사이드암 정우영의 투심패스트볼을 짧게 당겨 두 번째 홈런을 왼쪽으로 넘겼을 때는 몸쪽으로 바짝 붙어오는 공을 기술적으로 받아쳤다. 몸 가까이 돌아 들어오는 투심에 양쪽 겨드랑이를 붙이고 최단거리로 방망이를 냈다. 김하성 또한 뒤는 짧고, 앞이 큰 스윙을 하고 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우리 팀들과 경기에서는 상체가 빨리 뒤집어지는 스윙을 하면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시즌에 들어가면서 나쁜 것들을 잡아가면서 금세 자기 것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오타니가 타자로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방망이를 들고 있는 톱에서 히팅존까지 거리가 굉장히 짧기 때문이다. 전형적으로 뒤가 짧고 앞이 큰 스윙이다. 게다가 스트라이드도 크지 않다. 타석에서 큰 이동이 없이 간결하다.

지난 18일 LA 다저스 쇼헤이 오타니가 고척에서 더그아웃에서 스윙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팀들과 경기를 하면서 눈에 들어온 것이 많았을 듯싶다.

배울 장면이 있었다. 첫날 대표팀과 샌디에이고 경기에서는 8회 손성빈(롯데)이 때린 3루 라인쪽 2루타성 타구를 샌디에이고 3루수(타일러 웨이드)가 몸을 돌리며 잡아 처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샌디에이고 3루수는 몸을 돌리며 볼을 따라가는 과정에서도 글러브 위치를 끝까지 발끝에 두면서 타구를 걷어올려 재빨리 원바운드 1루 송구로 연결했다. 내야수는 늘 글러브를 밑에서 위로 가져가야 한다. 그 장면에서도 샌디에이고 3루수가 글러브를 위에서 아래로 움직였다면, 타구 처리가 어려웠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모든 ‘야구 교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저스와 경기에서는 3회 우리 대표팀이 2점째를 뽑으며 경기를 뒤집을 때 다저스 중견수(제임스 아웃맨)의 수비가 아쉬웠다. 1사에 주자 3루, 강백호의 타구는 깊지 않은 중견수 플라이였다. 수비 입장에서는 홈 승부가 가능했다. 그런데 원바운드로 들어온 송구 방향이 옆으로 흘러 3루주자 김혜성이 홈에서 살 수 있었다. 중견수가 볼을 잡는 글러브 위치가 나빴다. 제자리서 얼굴 위에 글러브를 대고 공을 잡으면서 송구 동작이 지체됐다.

배구에서도 강한 서브를 하려면, 볼을 앞에 올려놓고 도약하며 때려야 한다. 높이 뜬 플라이를 홈 송구를 연결해야 할 때도, 스텝을 하면서 앞에서 공을 잡고 오른쪽 어깨 쪽에서 글러브를 당기는 동작으로 이어가야 빠르고 정확한 송구를 할 수 있다.

몇해 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 있을 때 미국프로야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사장과 외야 수비에 대한 얘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당시 애틀랜타 사장은 그해 외야수들의 송구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대화 중 타구 성격에 따른 커트맨 활용법에 대한 경험을 제시한 적이 있다. 이를테면 펜스를 맞고 힘없이 떨어지는 공은, 외야수가 잡아 노스텝으로 커트맨에 짧은 송구로 연결하는 게 효율적이고 펜스를 세게 맞고 나오는 타구는 외야수가 탄력을 살려 스텝을 밟아 커트맨에게 긴 송구를 해야 시간 단축이 된다는 얘기였다.

소프트뱅크 코치 어드바이저 시절 김성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며 메모하고 있다. 경향신문 DB



야구는 어깨로, 팔로, 또 다리로 하는 운동 같지만 실제로는 눈과 머리가 좋아야 하는 종목이다. 이틀간 메이저리그 팀들과 경기에서도, 눈으로 상대를 보면서 ‘메이저리거들은 저렇게 스윙하네. 또 저렇게 땅볼 타구를 잡네’, 하는 생각으로 보고 느끼며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과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타자들의 스윙폭 변화도 눈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과거 프로야구 감독을 할 때는, 시범경기 기간에는 일부러 더그아웃에 들어가지 않고 상대 움직임을 보는 데 집중했다. 야구는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최강야구 몬스터즈 김성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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