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지지부진, HBM 때문인가” 삼성 주총서 쏟아진 질문들
467만 주주를 보유한 삼성전자가 20일 오전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와의 소통에 나섰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은 인공지능(AI), 고객경험, ESG 측면의 혁신을 강조했고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주가와 배당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이날 한 부회장은 의장 인사말을 통해 “다양한 신제품과 신사업,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조직과 추진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미래 핵심 키워드인 AI, 고객 경험, ESG 측면의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감사 및 영업 보고와 안건 심의 등이 진행됐다. 안건에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조혜경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축소, 정관 일부 변경 등 6건의 안건이 상정돼 모두 처리됐다.
이날 현장에 참여한 600여명의 주주들은 Q&A 시간을 활용해 각종 질문을 쏟아냈다. 첫 질문은 주가와 HBM(고대역폭메모리)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한 주주는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계속해서 오르는데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며 “원인이 HBM에 있는 것 같은데 삼성전자에서 HBM 준비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한 부회장은 “주가가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 말씀드린다”고 운을 뗀 뒤 “올해는 반도체 시황과 IT 수요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적극 대응하고 AI를 탑재한 스마트폰 판매 확대 등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HBM과 관련해서는 이후 진행되는 경영진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추가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배당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 별로 없는데 배당 결실마저 설마 없겠냐 하는 생각으로 왔는데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다”며 “경영진이 우리 주주들을 안일하게 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한 부회장은 “전례 없는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보유 현금 급감 및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 경영 여건이 여전히 어렵다”며 “당사의 지속성장을 위해 필요한 설비 투자 및 연구개발,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주주 환원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경우 주주 여러분께 즉시 공유드리겠다”고 덧붙엿다.
노조와 관련된 질의도 나왔다. 한 주주는 “그간 삼성전자는 노조 없는 경영을 해왔는데 최근 노조가 설립돼 파업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이에 대한 경영자의 대처는 어떤건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언제나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소통에 임하여 노조가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당사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파업을 할 경우 관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경영 및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편하고 상생과 소통을 강조했다. 안건 심의가 끝난 뒤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이 직접 올해 각 부문 사업 전략을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주주와 적극적인 소통을 하겠다고 나섰다. 두 부문장 뿐 아니라 CFO, CTO, 각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 13명이 단상에 직접 올라 구체적인 사업 현황, 전략 등 주주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경영진이 올라서는 무대 높이가 낮아진 것도 소통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무대가 1m 가량의 높이로 설치돼 경영진이 주주들을 내려보는 방식이었지만 올해는 무대 높이를 40cm 가량으로 확 낮췄다. 삼성 관계자는 “주주들과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것”이라며 “소통을 더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도 담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주주총회가 열린 수원컨벤션센터 로비에는 주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부스가 차려졌다.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통해 제조 및 기술 노하우를 전수받은 중소기업 12개사의 제품 전시 및 판매를 위한 ‘상생마켓’이 들어선 것이 대표적이다. 경북 영천의 비누 제조사 ‘크리오D&S’는 오이비누 등을 직접 전시하고 판매에도 나섰다. 이밖에 저자극 두피진정샴푸를 제조하는 에코바이오 의학연구소는 현장에서 두피 진단과 모발 검사도 진행해 주주들의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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