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사립대는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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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준비에 골몰하던 2023년 12월 첫 주말.
"사학 비리를 제보하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신년 기획팀'이 '족벌 사학 취재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준 사립대 제보자분들께도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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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준비에 골몰하던 2023년 12월 첫 주말. “사학 비리를 제보하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서울 한복판 유명 대학 병원 건물에 재단 이사장 어머니가 전담 의료진, 경비원까지 두고 수십 년째 살고 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신년 기획팀’이 ‘족벌 사학 취재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병원 홈페이지에도 나오지 않고, 외부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그곳을 한양대병원 직원들은 ‘할머니집’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종량 이사장 일가 친척 40여명이 병원비 감면 혜택을 받고 있었고, 소속 교수들이 아무리 채용에 반대해도 이사장 전화 한 통이면 임용되는 ‘우연’도 반복됐습니다. 서울 경희의료원 조리실에는 ‘이사장님 도시락’이라는 종이가 붙어있습니다.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침실 딸린’ 집무실에서 지내는 조인원 이사장을 위한 특별 도시락입니다.
‘할머니집’과 ‘이사장님 도시락’은 우리나라 사립대 이사장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두 학교는 처음에는 ‘병원 관리실이다(한양대)’, ‘직원식당 메뉴와 같다(경희대)’고 둘러대더니 결국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회기역(경희대)에서 출구와 가장 가까운 승강장(6-2)이 몸에 밸 정도로, 한양대병원 신관 층별 안내도를 달달 외울 정도로, 두 학교를 매일 같이 찾아가 물증을 모은 덕분입니다. 생생한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낸 조은수, 전효석 선배, 292개 대학 정보 공개 청구 결과를 꼼꼼히 정리한 이도연 리서처, 박다이, 오은채 작가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보도입니다. 용기를 내준 사립대 제보자분들께도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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