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점검 온 대통령에게 '빅세일 가격' 전시…이게 맞나? 현대판 벌거벗은 임금님?

이가혁 기자 2024. 3. 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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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하나로마트 방문 때 대파 한 단에 875원 특가
취재진 확인해보니 농협몰 '특가'로 현재 4500원


■ 방송 :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평일 오전 8시 JTBC News 유튜브)
■ 진행 : 이가혁 기자 (인용 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민생경제점검회의에 앞서 물가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했습니다. 대파코너에 간 윤 대통령이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와 이런 대화를 합니다.


윤 대통령: 그런데 여기 지금,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것 아니예요?
염기동 대표: (정부 할인지원 제도는) 재래시장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아 재래시장도? (중략) 대파는 뭐 875원이면 그래도. 저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되네요.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야채 매장에서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물가 현장 점검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 장면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대체 어디서 대파 한단을 875원에 살 수 있느냐" 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잇따랐습니다. 과일을 비롯해 채소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라 더욱 시민들은 민감했습니다.

실제 20일 오전 7시 농협몰에 접속해보니 '특가'라고 적힌 농협하나로마트 흙대파 1단이 4500원이었습니다. 875원과는 큰 차이가 나죠.

20일 오전 7시 농협몰에서 특가로 판매하는 '농협하나로마트 흙대파 1단'은 4500원

요즘 마트 전단지 온라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직접 하나로마트 양재점 디지털 전단지를 확인해봤습니다. 하루 1000단 한정으로 한 사람당 5개까지만 구매 가능한 조건으로 대파를 1단에 1250원에 파는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하나로포인트 적집 자체할인으로 250원 추가 할인해 1000원에 판다고 나와있습니다. 기간은 3월 14일부터 20일까지. 18일에 대통령이 방문했으니 딱 그 기간 할인행사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월 20일 기준 검색가능한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디지털 전단지 캡쳐

실제 시민들이 살아가며 체험하는 물가를 점검하겠다고 대통령이 마트까지 방문했는데, 공교롭게도 '훨씬 싸게' 파는 행사를 하고 있었으니 시민들은 의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판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쓴웃음도 나옵니다. 대통령보다 오히려 이 행사를 미리 준비한 참모나 농협유통 측에 논란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20일자 〈대통령 온 날 대폭 할인 논란...1주일 전 2760원에 팔던 대파, 875원에 판매〉 기사에서 "해당 매장은 (대통령 방문) 일주인 전인 지난 11~13일 할인 행사에서 대파를 한 단에 2760원에 팔았다"며 이후 대통령 방문 전에 1000원으로 가격을 낮췄고, 대통령 방문 당일엔 875원으로 더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진짜 민생경제점검이 잘됐을까요? 대통령 앞에서 '우리 이렇게 서민 물가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홍보하기 위한 참모들의 '노력' 때문이었을까요? 민생을 점검하겠다고 나선 대통령에게 '빅세일 특가'를 보여주기보다, '지금 이렇게나 비싸다'고 보여주는 게 더 옳지 않았을까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댓글로 달아주세요.


〈뉴스들어가혁!〉은 JTBC news 유튜브를 통해 평일 아침 8시 생방송으로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될 핵심 이슈를 이가혁 기자가 더 쉽게, 더 친숙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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