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드디어 내일(21일) 컴백! 주루 훈련 소화→상태 확인 후 복귀 계획... 김하성 앞 ML 데뷔전 'D-9'
미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셰이나 루빈은 20일(한국시간)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의 말을 인용, "햄스트링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이정후는 오늘 주루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며, 이상이 없다면 내일(21일) 경기에 나선다"고 전했다.
이정후는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2024 메이저리그 캑터스리그 시범경기 홈경기에 결장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칼 야스트렘스키(우익수)-윌머 플로레스(1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맷 채프먼(3루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루이스 마토스(중견수)-닉 아흐메드(유격수)-톰 머피(포수)의 라인업으로 출격했다.
이정후는 지난 14일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경기에서 4회 교체된 후 5경기째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당시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1회 볼넷, 2회 안타를 터트리며 좋은 감을 보여줬지만, 4회 말 3번째 타석에서 대타 루이스 마토스와 교체돼 의문을 자아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이정후는 이날 하체 쪽에 이상을 느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다리 뒤쪽에 약간의 뻐근함을 느꼈다. 다만 큰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일(15일) 쉴 수 있는 날이 있기에, 나는 이정후를 경기에서 더 이상 뛰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예고했던 20일에도 경기에 나서진 못하지만, 이정후는 가벼운 훈련으로 몸 상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여기서 이상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는 21일 열리는 LA 에인절스와 원정경기에서 라인업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정후는 시범경기 초반에도 몸 상태에 이상이 생겨 출발이 늦어졌다. 멜빈 감독은 지난달 24일 팀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브리핑을 통해 "이정후는 옆구리 쪽에 경미한 통증이 있는 관계로 시범경기 첫 경기에는 나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에는 큰 부상이 아니어서 곧바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이대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아직까지는 희망적으로 시즌에 들어갈 수 있다. 21일 에인절스전에 출전한다면 이정후는 시즌 개막(3월 29일)까지 시범경기 7경기에 더 출전할 수 있다. 타격감을 조율하기에 크게 부족한 시간은 아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초반인 지난달 27일 취재진과 만나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대해 "직구에 대해 말하자면 확실히 차이가 있다"면서도 "가장 큰 차이는 변화구 속도인 것 같다. KBO와 비교하면 다르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는 걱정할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멜빈 감독도 "패스트볼, 변화구, 모든 것에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국에서도 동물적인 타격 감각으로 엄청난 콘택트 능력을 보였던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의 위력적인 투구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 28일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범경기 데뷔전에서는 지난해 올스타에 선정된 투수 조지 커비를 상대로 안타를 터트렸다. 커비는 6개 구종을 던지고 90마일 초반대의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는 까다로운 투수다. 그를 상대로 안타를 기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당시 이정후는 "개인적으로 만족했다. 커비는 워낙 유명한 투수다. 2스트라이크에 몰렸는데 '그냥 맞히자'고 생각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천재 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이정후답게 약점을 빠르게 보완하는 학습력이 뛰어나다. 유망주 평가에서 공신력 높은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선수 평가 척도 중 하나인 20-80 스케일에서 이정후의 콘택트를 60, 파워를 45로 평가했다. 50이 메이저리그 평균으로 60은 올스타 레벨, 45는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KBO 리그에서 도루 개수가 많지 않았기에 주루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와 과감한 도루 시도를 이를 불식시켰다. 많은 안타로 시속 95마일(약 152.8㎞) 이상의 강속구에 약할 것이란 우려를 지워냈고, 첫 고비였던 좌완 투수를 상대로도 하루 만에 안타를 때려내며 약점을 순식간에 삭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1일에는 자신의 우상인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51)를 만났다. 이정후는 어릴 때부터 이치로를 동경해 등번호까지 51번으로 따라 할 정도로 팬이었다. 2003년부터 2년 동안 시애틀 매리너스 사령탑으로서 이치로와 한솥밥을 먹었던 멜빈 감독의 주선으로 만남이 이뤄졌다. 이정후는 "좋은 대답을 들었다.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긴장했다"고 인정했다. 멜빈 감독은 이 만남에 대해 "정말 멋졌다. 이치로는 이정후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절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정후는 물어볼 게 있다고 말했지만, 그 자리에서는 잊어버렸다. 대신 등번호 51번에 대한 자부심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버렐 코치 역시 "난 여러분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 여러분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며 우려를 언급하면서도 "이정후가 처음 배팅 케이지에 나온 날, 나는 '그건 문제 되지 않겠구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정후는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낼 것이다"며 "메이저리그의 빠른 볼에 적응이 필요하겠지만 아직 상대하지 않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적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현지 언론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야후 스포츠는 "이정후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가장 매력적인 '미스터리 박스(mystery box, 안에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랜덤 상자)'다"고 말하며 "지난 5년 동안 한국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뒤 이번 겨울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6억 원) 계약을 맺었다"고 이정후를 소개했다. 이어 "중견수 위치에서 향후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수 있는 완벽하게 다재다능한 선수로, 콘택트 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MLB.com은 이정후를 '한국인 빅리거의 선구자 6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매체는 "이정후는 아직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않았지만, 이미 기록을 세웠다"면서 이정후가 한국인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6억 원) 계약을 맺었다. 이는 한국인 선수 중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첫 계약을 체결한 사례 중 최초로 1억 달러 이상을 받은 것이다. 앞서 지난 2012년 말 류현진(38·현 한화 이글스)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한화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했을 때 6년 3600만 달러를 받았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또한 이정후의 키움 선배인 김하성(29)이 받은 4년 2800만 달러보다도 훨씬 많다.
데뷔 시즌인 2017년 622타석에서 단 2홈런에 그쳤던 이정후는 매년 꾸준히 홈런 개수를 늘려 2020년에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5홈런)을 터트렸다. 특히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이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MVP를 차지했다. 콘택트 능력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장타력을 올렸다. 기존에도 2루타는 많이 기록했지만, 이것이 홈런으로 변환되면서 20홈런 이상 시즌을 만든 것이다.
2023시즌에는 부상으로 86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OPS 0.861의 성적을 올렸다. 4월 한 달 동안 0.218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늦은 출발을 보인 이정후는 5월 0.305, 6월 0.374, 7월 0.435의 월간 타율을 보여줬다. 결국 6월 11일 3할 타율에 진입한 그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7월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 막바지인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 팬서비스 차원의 출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을 앞두고 준비과정을 밟고 있는 이정후는 특이점이 없다면 9일 뒤인 오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시즌 개막전에서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날 경기는 과거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샌디에이고 김하성(29)의 홈 개막전이기도 하다. 절친한 선배 앞에서 빅리그 첫 경기에 나서는 묘한 인연을 만들게 됐다.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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