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라, '효심이네' 출연 후 분식집서 들은 말 [인터뷰]
"즐거웠던 현장"…설정환·유이·윤미라에 고마움 표현
'효심이네 각자도생' 속 배우 남보라는 유쾌하고 저돌적인 매력의 소유자다. 시어머니 앞에서 화려한 춤을 선보여 "내가 못살아"라는 말을 이끌어내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실제로는 조용한 성격이라는 남보라는 자신을 내려놓고 쾌녀 미림 그 자체가 됐고 동네 분식집 아주머니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최근 남보라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카페에서 KBS2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타고난 착한 성품과 따뜻한 공감 능력으로 평생 가족에게 헌신했던 딸 효심(유이)이 자신을 힘들게 했던 가족에게서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그의 헌신과 희생에 기생했던 가족들이 각자의 주체적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남보라와 닮지 않은 미림
남보라는 MZ 쾌녀 미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자신과 다른 성격을 가진 미림을 연기하며 통쾌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 뭔가 할 때 주저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미림이는 거침없이 내뱉으니까 연기하면서 속이 시원하더라. '속시원하게 말하면 이런 기분이구나'라고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남보라는 미림을 연기하며 '내게 이런 면이 있구나'라고 깨닫기도 했다. 작품을 통해 얻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효심이네 각자도생'의 작가도 남보라에게 "미림아, 너 코믹이 되네"라고 말했단다.
우울해하는 시어머니 선순(윤미라)을 위해 춤을 추는 미림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남보라는 유쾌한 이 장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그는 "오후 10시에 작가님 전화가 왔다. '미림아, 내가 링크 보낼 테니까 확인해 봐'라고 하시더라"고 이야기했다. 유튜버가 시어머니 앞에서 춤을 추는 영상이었다. 남보라는 유튜버를 따라 하며 '나답게, 재밌게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다. "시어머니를 웃게 만들기 위한, 미림이 다운 동작은 어떤 걸지 생각했다. 무릎으로 쓸고 엉덩이를 털면서 시어머니한테 가는 부분을 넣었다"는 게 남보라의 설명이다.
쾌녀 미림으로 변신한 남보라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남보라는 "동네에 내가 자주 가는 떡볶이집이 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효심이네 각자도생'을 보시고 '원래 보라씨 성격이 그러냐'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고 밝혔다. '재밌다' '웃기다' 등 시청자들의 평가는 남보라에게 큰 만족감을 안겼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아주머니께서 30년 전 주말드라마를 보면서 깔깔 웃으시더라고요. 드라마를 여러 번 돌려봐도 재밌다고 하셨어요. '내가 드라마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 저런 거구나. 다른 사람한테 웃음과 재미를 줘야겠다' 마음먹었죠."
분위기 메이커 유이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51부작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남보라는 현장 분위기가 좋아 출근하는 길조차 즐겁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모난 사람이 없었고 감독님께서는 듬직하게 현장을 잘 받쳐주셨다. 촬영장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좋았다"고 밝혔다. 남보라와 설정환의 로맨스 호흡 또한 눈길을 끌었다. 남보라는 설정환에 대해 "실제 성격이 순둥이 같다. 정말 세심한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로맨스는 어려웠다. 대본에 있는 미림과 효준(설정환)의 감정은 잘 이해되는데 표현이 힘들더라. 현실에서도 오글거리는 걸 잘 못 견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이는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남보라는 "유이 언니는 사람을 정말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언니랑 현장에 있을 때 태도를 배웠다. '저렇게 하면 스태프들이 좋아하는구나' 싶더라. 배우들도 유쾌하게, 기분 좋아지게 대했다. '나도 저렇게 해야지' 생각했다"고 밝혔다. 윤미라는 남보라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남보라는 그중에서도 "미림아, 노력해라. 더 열심히 연습해라. 배우는 언제 때가 올지 모르니까 항상 열심히 해야 한다. 넌 잘 될 거야"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윤미라의 이야기가 큰 힘이 됐다고 설명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남보라의 고민
남보라는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미림의 모습을 보고 '효심이네 각자도생'에 깊은 끌림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꿈을 위해 한 발자국씩 어렵게 내딛는 분들이 많다. 그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보시는 분들이 내 역할을 통해 감정의 해소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직업적인 면에서 막연하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힘들었을 무렵에는 천장이 자신을 누르는 듯한 압박감까지 느꼈단다. 남보라는 "26, 27세 때였다. 지금은 어린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시에는 20대 후반이라는 사실이 압박이었다. '왜 나는 이러고 있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마음 편하게 지낼걸. 왜 압박 속에 살았지' 싶다. '30세 전에는 뭔가 해야해'라는 숙제가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었던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결국 남보라는 압박감을 이겨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떠올렸다. 남보라가 찾은 일은 집안일이었다. 그는 "집 청소를 열심히 했다. 집 청소를 한 후에는 '뭘 할 수 있을까' 찾아 나섰고 (압박감을) 이겨냈다"고 밝혔다. 그렇게 성장한 남보라는 '효심이네 각자도생'을 통해 필모그래피에 굵직한 한 획을 긋게 됐다. 현재 그는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고민을 거듭하는 중이다. "정형화된 모습을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남보라의 새로운 도전을 담은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지난 17일 종영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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