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비명횡사’ 박용진, 다음 행보는?[이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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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부터 작은 역할이라도 찾아 나서고 앞장서겠습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조수진 변호사에게 패한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3번의 경선 끝에 낙천했지만 '불공정 공천'의 대표적인 피해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박 의원이 정치적 중량감을 키웠다는 관측이 많다.
경선 승복을 시사한 박 의원이 단기적으로는 총선 국면에서, 장기적으로는 '원외 정치인'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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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으로 ‘서사’ 얻어, 향후 행보 고민 중
총선 ‘독자 행보’ 지원·총선 이후 ‘당권 도전’ 전망
[헤럴드경제=이승환·양근혁 기자] “저부터 작은 역할이라도 찾아 나서고 앞장서겠습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조수진 변호사에게 패한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3번의 경선 끝에 낙천했지만 ‘불공정 공천’의 대표적인 피해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박 의원이 정치적 중량감을 키웠다는 관측이 많다. ‘바보 노무현’, ‘문재인의 운명’ 등 이른바 ‘대선주자급 서사’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경선 승복을 시사한 박 의원이 단기적으로는 총선 국면에서, 장기적으로는 ‘원외 정치인’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의원과 조 변호사의 경선은 결과가 예견된 선거였다. 박 의원은 경선의 전체 투표(득표율)의 64.2% 이상을 얻어야만 경선에서 이길 수 있었다. 당의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평가에서 하위 10%를 기록한 박 의원은 3번째 경선에서도 득표의 30% 감산을 적용받았다. 반면 조 변호사의 경우 여성 신인이어서 득표의 25%가 가산됐다.
경선 방식도 비명(비이재명)계인 박 의원에게 불리했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참여투표가 아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견고한 권리당원 투표(전국 권리당원 70%·강북을 지역 권리당원 30%)만으로 경선이 치러졌다.
경선 결과에 이변은 없었다. 강북을 권리당원 투표는 조 후보가 53.76%, 박 후보가 46.25%였고 전국 권리당원은 박 후보가 23.15%, 조 후보가 76.86%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이례적으로 이번 경선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조 변호사의 압도적인 승리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경선 과정에서 꾸준히 ‘불공정 문제’를 제기한 박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전날 성남 중원구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관심도 크고 해서 말씀 좀 드리겠다”며 “가·감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박 후보가 30.08%, 조 후보가 69.93%였고 가·감산을 하면 19.4% 대 80.6%였다고 한다. 가·감산 없이 압도적 차로 후보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경선에서 졌지만 정치적으로 승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의원의 패배는 민주당 공천을 비판하는 ‘비명횡사 공천’의 결정적 장면으로 부각됐다. 이 대표 체제에서 핍박받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라는 존재감을 각인 시킨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에서는 이겨도 졌고, 지고도 이겼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 박용진 의원 케이스가 해당된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박 의원 정치 중량감이 한층 높아진 서사를 얻게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달여간 사실상 ‘경선 투쟁’을 벌여온 박 의원은 당분간 휴식을 취한 후 ‘총선 역할론’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측 관계자는 “(박 의원은)일단 쉬면서 (향후 행보와 관련해)이런 저런 생각을 할 것”이라며 “(당 상황과 여론조사 등을)며칠 더 지켜보며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선거대책위원회 등 당직을 맡지 않고 지역구 중심으로 독자적인 선거 지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 대표와의 대립각으로 존재감을 키운 박 의원이 친명계가 장악한 당 지도부, 이 대표의 영향력이 막강한 선대위 체제 내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결국 박 의원은 총선 이후 당권 도전을 위해 현 지도부와 거리를 둔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공천 탈락으로 ‘이재명 대 박용진’이라는 향후 당권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2021년 대선 경선, 2022년 8월 전당대회에 이어 이번 낙천까지 그간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행보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결실을 맺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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