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등지고 외계인 ‘지구 침공’ 돕는 과학자… ‘잠재적 종말’ 대비하는 인류의 자세

이정우 기자 2024. 3. 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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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으로 과학자 아버지가 인민들 앞에서 처형되는 것을 목격한 과학자 예원제(진 쳉). '반동분자'의 자식이지만 뛰어난 능력으로 군사기지에서 비밀 프로젝트을 맡게 된 그는 어느 날 '외계'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외계가 지구를 침공한 상황이 아닌 침공하러 오는 동안 벌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미 지구를 수백, 수천 년 앞지른 외계 문명의 존재는 거대한 위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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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넷플릭스 공개 ‘삼체’
“위기때 돌이켜 볼 거울같은 작품”
시공간 넘나드는 거대 스케일
‘왕좌의 게임’과 대적할 대작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에서 외계인들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VR 게임을 통해 지구에 알린다. 넷플릭스 제공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으로 과학자 아버지가 인민들 앞에서 처형되는 것을 목격한 과학자 예원제(진 쳉). ‘반동분자’의 자식이지만 뛰어난 능력으로 군사기지에서 비밀 프로젝트을 맡게 된 그는 어느 날 ‘외계’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마라. 너희의 존재를 드러내면 우리가 쳐들어간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간과 체제에 대한 증오만 남은 예원제는 답을 보낸다. “와도 좋다. 내가 협력하겠다.”

오는 2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삼체’의 시점은 독특하다. 외계가 지구를 침공한 상황이 아닌 침공하러 오는 동안 벌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심지어 외계의 침공은 아마도 수백 년 후에 이뤄진다. 태양계 너머 다른 항성계에서 오고 있는 외계는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

그렇지만 미리 공개한 1∼3화까지 본 결과, 인류의 위기는 긴박하고 초조하게 다가온다. 이미 지구를 수백, 수천 년 앞지른 외계 문명의 존재는 거대한 위협이 된다. 외계가 오는 속도를 지구의 과학 발전 속도가 따라잡아야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원래 내일 예정된 시험보다 언젠가는 치러야 할 시험 준비가 막막한 법. 현재 인류는 ‘삼체’가 지구에 도착할 때 살아있지 않겠지만, 지금 당장 전 지구적 위협에 대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미래 후손에게 벌어질 잠재적 위협이란 측면에서 기후 위기나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팬데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현재의 지구처럼 잠재적 종말에 대한 ‘삼체’ 속 인물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아시아 최초로 과학소설(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한 중국 작가 류츠신의 소설 ‘삼체’가 원작이다. 제목의 ‘삼체’는 세 개의 물체가 중력으로 서로를 당기며 움직일 때 그 궤도를 구하라는 문제로 답을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물리학의 난제 ‘삼체 문제’에서 따왔다. 태양이란 하나의 항성만 있는 지구와 달리 지구를 침공하러 오는 외계는 태양 같은 항성이 3개나 된다. 항성이 3개나 돼 주기적으로 종말에 가까운 위기를 겪어 다른 항성계로 이주하려는 외계인들을 ‘삼체인’이라 부른다. 즉 ‘삼체’는 ‘삼체인’과 지구인의 생존이 걸린 딜레마이기도 하다.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1960년대 중국부터 현대의 영국과 미국, 그리고 가상세계와 무한한 우주를 세계관으로 한다. 거대한 판타지 세계관을 구현했던 HBO ‘왕좌의 게임’ 시리즈 제작자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 B 와이스가 뭉쳤다. 이들에게 원작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한 이는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부회장인 피터 프리드랜더였다. ‘삼체’에 대한 넷플릭스의 기대감을 알 수 있는 부분. 이미 외신에선 ‘왕좌의 게임’과 비교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증국상 감독은 “궁극적으로 생존에 대한 이야기이며 인류에 대한 감상이기도 하다”며 “지구가 직면한 위기 상황에서 인류가 스스로를 돌이켜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외계의 메시지가 담긴 가상현실(VR) 게임으로 구현된 세계는 흥미를 높이는 볼거리다. 게임을 하는 유저와 레벨에 따라 중국 고대 왕조와 몽골 제국 쿠빌라이칸, 영국 튜더 왕조 시대의 모습이 재현됐다. 모든 인간이 블랙홀처럼 공중으로 빨려 들어가는 등 3개의 항성 때문에 벌어지는 갖가지 재해가 VR처럼 실감 나게 반복된다. 3부작인 소설 ‘삼체’ 중 1부를 드라마화했고, 총 8부작이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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