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절대 못 이겨” 글로벌 명품 기업도 발빼…CJ 핵심된 올리브영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bykj@mk.co.kr) 2024. 3. 2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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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전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가 오는 5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지난 2019년 10월 의욕적으로 서울 파르나스몰에 1호점을 열었지만 5년도 채 채우지 못하고 짐을 싸게 된 셈이다.

세포라는 루이비통, 디올에 이어 매출액 기준 LVMH 산하 3번째 초대형 브랜드이지만, 국내에서는 ‘올리브영의 벽’을 넘지 못했단 지적이 나온다.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 90% 이상을 점유한 CJ올리브영은 한 해 4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CJ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백화점 1층’ 가까운 한국서 고전…일본선 벌써 짐싸
지난 19일 세포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과 웹사이트를 통해 영업 종료 예정 사실을 공지했다.

세포라는 “2024년 5월 6일부로 한국 시장에서의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전국 매장 및 온라인 몰, 모바일 앱 스토어는 5월 6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포라는 해당 일자까지 온라인 주문을 받은 뒤 6일 내 주문 처리를 완료하고 8월 중순까지 고객서비스팀을 운영할 계획이다. 멤버십 서비스인 뷰티패스 포인트 역시 5월 6일자로 일괄 삭제된다.

세포라코리아는 뷰티패스 가입자에게 문자메세지로도 이 같은 내용을 고지했다.

지난 2019년 파르나스몰에 첫 선을 보인 세포라는 명동, 신촌, 잠실, 여의도, 갤러리아 광교점 등 서울경기권의 주요 상권에 자리하며 초반 세를 늘렸다. 1호점 오픈 첫 날 대기 행렬만 500m가 넘었고, 사흘간 2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크게 주목받았다.

[사진 출처 = 현대백화점]
하지만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장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 감염 우려 탓에 체험형 매장이란 차별화 전략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세포라는 당초 2022년까지 14호점을 열려 했지만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점포 수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의 실적에 지난해 감사인으로부터 “계속 기업으로서의 타당성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22년 기준 세포라코리아의 매출은 1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이 176억원에 달했다. 순손실은 202억원으로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299억원, 자본금은 262억원의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세포라는 전세계 35개국에서 3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79억유로(약 26조원)를 벌어들였지만 한국에선 힘을 전혀 못 쓴 셈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점유율 90%의 올리브영이 공고하게 버티고 있는데다 백화점 접근성이 높은 한국에서 이렇다 할 독점 브랜드 없이 ‘백화점 브랜드’를 주로 내세우는 세포라의 강점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화점 1층에서 ‘대우’ 받으며 고가 화장품을 사는 한국 소비자가 굳이 ‘편집숍’의 세포라를 선호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다.

세포라가 내세우는 해외 브랜드가 플래그십 스토어, 직구 등으로 한국에서의 활로를 넓혀간 점 역시 뼈아픈 철수 요인이 됐다.

앞서 일본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세포라가 2년 만에 철수했으며 홍콩에서는 온라인몰만 남았다.

독주체제 CJ올리브영에 증권가 “올해 지배구조 변화 원년”
세포라의 한국 시장 철수는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GS리테일의 ‘랄라블라’가 2022년 11월 사업을 철수했고 롯데쇼핑 ‘롭스’는 100여 개의 가두점을 모두 정리 후 롯데마트 내 숍인숍 형태로 10여 개 매장만 운영 중이다.

이마트가 들여온 영국 1위 H&B 브랜드 ‘부츠’도 국내 사업 5년도 안 돼 문을 닫아 신세계 뷰티 편집숍 시코르만이 20여 개 매장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기대 매출이 1500억원이지만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 출처 = 올리브영]
반면 올리브영은 그야말로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이 전년 대비 약 40% 늘어 3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점포수만 1339개로 3년 만에 기업가치가 4배로 뛰어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올해 첫 현장경영 방문 장소로 올리브영 본사를 선택했을 정도다. 당시 이 회장은 “올리브영의 사업 준비, 일하는 방식은 다른 계열사도 배워야 할 모범사례”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예상 영업이익률은 약 10.7%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시 기존 점포의 내실 강화 및 수익성 확대, 온라인 비중 확대, 해외 사업 강화 등으로 38% 수준의 매출 성장을 여의도 증권가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올리브영이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하면서 중복상장 리스크를 줄여 지주사인 CJ의 ‘몸값’마저 올려주는 상황이다. 올해 지배구조 변화의 원년이 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올리브영 주총이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라며 “올리브영의 IPO보다는 100% 자회사화 가능성과 이를 통한 사업 지주회사 형태로의 프리미엄 등이 CJ의 주요 투자 포인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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