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안혜경 "기상캐스터 좋았지만 연기 매력 느껴…난 노력형 배우"

강내리 2024. 3. 2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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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연극 '정동진' 공연 성공적으로 마쳐
"연극, 내가 다시 연기 시작하게 한 유일한 곳"
"좋은 작품 들어온다면 장르 가리지 않고 할 것"

"기상캐스터 안혜경, 너무 좋고 자랑스러웠죠. 그 타이틀을 놓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배우 안혜경으로 또 다른 인생을 얻고 싶었죠. MC는 잘하는 거였고, 연기는 잘 하고 싶은 거였죠. 아직까진 걸음마 같지만, 천천히 꾸준히 노력할 거예요."

아직도 '안혜경' 하면 많은 이들이 기상캐스터를 먼저 떠올릴 정도로 활동 당시 그의 인기와 이미지는 강렬했다. 하지만 2006년 연기자로 전향한 그는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꾸준히 연극에도 참여하고 있는 열정적인 현재진행형의 배우다.

YTN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연극 '정동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배우 안혜경 씨를 만났다. 극단 '웃어'가 제작해 2월 1일부터 3월 3일까지 공연한 연극 '정동진'에서 그는 '민영' 역을 맡아 관객들을 만났다.

안혜경 씨는 열정적이었던 작품 준비 과정과 관객과 뜨겁게 호흡한 무대에서의 기억을 생생하게 전했다. 더불어 앞으로도 배우로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며, 여전히 뜨거운 연기에 대한 갈증과 목표를 이야기했다.

◆ "싱크로율 높았던 '정동진' 민영…N차 관람 많아 감사"

연극 '정동진'은 연인에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당한 주인공 '정동진'이 정동진에 머무르며 각양각색의 사랑과 사람들을 만나 정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안혜경 씨는 걸크러쉬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인 '민영' 역을 맡았다.

"주변에서 '민영'을 보고 '그냥 너야' 하더라고요(웃음). 캐릭터 싱크로율이 높아서 편했어요. 무대에서 재미있게 놀고 들어온 느낌이었죠. 즐기며 했어요. 커튼콜 때 모든 배우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즐겨서 '커튼콜 맛집'이기도 했죠."

연극 '정동진'과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8년 관객에 첫 선을 보였을 당시에는 주인공 '동진'을 연기했다. 6년 만에 다시 선보이게 된 이번에는 연출의 제안으로 다른 역할을 맡아 색다른 모습을 연기했고, 덕분에 새롭게 배운 게 많다고.

"극단에서 극을 올릴 때 주로 끌어가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조연을 해보니 조연이 더 힘든 것 같아요. 퇴장했다 재입장 할 때도 이전 감정을 갖고 다시 나가야 하니까요. 한 장면을 위해 다들 얼마나 뒤에서 애쓸까, 생각하게 됐어요."

6년 전과 이번 '정동진'이 달랐던 점이 있다면, 트리플 캐스팅으로 진행했다는 것. 총 11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3명씩 캐스팅해 참여 인원이 많았다. 연기자마다의 각기 다른 매력으로 극을 선보였기에 유독 N차 관람이 많기도 했다.

"'정동진' 역의 남녀 버전이 있었고, 트리플 캐스팅이라 다른 느낌으로 보는 매력이 있어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인원이 많고, 연령대도 다양하다 보니 소통에 더 노력했어요. 합을 맞추는 과정이 중요했기 때문에 두 달 정도, 연습도 많이 했고요."

◆ "연극, 입체적인 매력 있어…다양한 역할 해보고파"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연극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춘천, 거기'부터 '가족입니다', '섬마을우리들', '임대아파트', '사건발생 일구팔공', '월드다방', '독' 등 많은 연극에 출연했고, 극단 '웃자'의 창립 멤버로 매년 꾸준히 한두 작품 씩을 올리고 있다.

"연기하고 싶었지만, 공백이 있었을 때 현 극단의 대표가 자신이 만든 작품에 같이 하자는 제안을 주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연극은 제가 연기를 다시 시작하게 한, 유일한 곳이었어요. 또 매번 다른 호흡을 쓰기에 생생하고, 입체적인 매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의 말대로 기상캐스터에서 연기자로 전향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새로운 변신으로 주목받았으나,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입증받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공백이 생겼고, 당시 불거진 오해에 대해 바로잡았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공백기를 일부러 만든 건 아니었고, 들어오는 배역이 한정적이라 제안 받는 예능을 하지 않았던 건데 의도치 않은 공백이 생겼어요. 3~4년 정도요. 왜 연기를 못 하고 있지 싶었는데 그때 연극을 만났죠. 제가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연기를 만나 꾸준히 작품을 올려온 지 어느덧 10년. 캐릭터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고. 기상캐스터 이미지로 인해 엘리트적인 전문직 캐릭터 위주로 제안이 들어왔을 때 과거에는 아쉬웠지만 이제는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예를 들어 예전에는 '왜 나는 변호사 역할만 들어오지' 생각했어요. 하지만 착한 변호사, 성격 파탄적인 변호사 등 다양하잖아요. 지금은 어떤 역할이 들어와도 '내가 극 중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가'만 볼 것 같아요. 다양하게 맡아보고 싶습니다."

◆ "좋은 작품 있다면 가리지 않을 것…액션·스릴러 욕심"

2006년 MBC '진짜 진짜 좋아해'로 연기를 시작한 뒤 꾸준히 문을 두드려온 시간. 그동안 많은 선배들의 연기 지도를 받았지만 아직 아쉽고, 걸음마 단계 같단다. 하지만 그는 연기를 배우면 배울수록 좋다며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피력했다.

"연기를 하면서, 타고난 연기자 같다고 생각한 분들이 있었어요. 전 연기에 천부적인 재능은 없지만, 노력형인 것 같아요. 준비할 것도 많고, 파고들어야 할 것도 많지만 알아갈수록 더 많은 것들이 있고, 할수록 좋은 것 같다고 느껴요."'

개인적인 삶의 변화가 연기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고 전했다. 안혜경 씨는 지난해 9월 드라마 '빈센조' 촬영감독으로 알려진 송요훈 씨와 결혼해 새신부가 됐다. '좋다'라는 말 이상으로 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함을 얻은 느낌이라고.

"결혼을 통해 확실히 안정화가 됐어요. 평온한 느낌이죠. 동종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많은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점도 좋아요. 제가 대본에 대해 고민할 때 상담해 줄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참 좋습니다."

연극 '정동진'으로 활기찬 2024년의 포문을 연 안혜경 씨. 올해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진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라디오 DJ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물론 최우선 순위는 늘, 연기다.

"지금 하고 있는 '골 때리는 그녀들' 연습에 매진하면서,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가리지 않고 할 생각이에요. 액션이나 스릴러도 욕심나고요. 잘 할 자신이 있어요. 무섭게 하는 역할, 무서워하는 역할 다 해보고 싶어요."

[사진출처 = 스튜디오 더 무로/극단 '웃어']

YTN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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