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신화’ 고동진, 강남 싹 바꿀 비장의 아이디어는 [금배지 원정대]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4. 3. 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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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원정대-42]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 서울 강남병 출사표
한동훈과 ‘청년미래’ 대화…정치입문 결정적 계기
삼성역 일대 샌프란시스코처럼 MICE 개발 청사진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Q. 고동진 전 사장에게 금배지란? 의무와 책임의 상징이다. Q. 고동진 전 사장에게 정치란? 지역주민과 국민들을 위한 봉사다.

“도곡동에 저와 같이 일했던 친구들이 많이 사는데, 요즘 후배들 전화를 많이 받아요. 전화받으면 후배들이 ‘대표님 이제 갑과 을이 바뀌었습니다’ 합니다.”

‘갤럭시 신화.’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오랫동안 따라다녔던 단어다. 고 전 사장은 갤럭시 신화를 일궈낸 주역이자 사내에서 신화적인 인물이었다. 그도 그럴듯이, 고 전 사장은 1984년 평사원으로 시작해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40여년에 이르는 근무 기간 동안 갤럭시S, 갤럭시노트, 폴더블폰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직장생활에서 한차례 신화를 완성한 고 전 사장이 정치란 새로운 영역에서 도전에 나선다. 고 전 사장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 강남병에 출마한다.

보수의 텃밭 중 텃밭에 출마
강남병은 그야말로 보수의 텃밭 중 텃밭으로 꼽힌다. 강남구 삼성1·2동, 도곡1·2동, 대치1·2·4동 등을 관할한다. 강남에서도 대표적인 부촌인데다 부산·경남(PK) 출신 주민들이 많아 보수의 성지로 불린다. 강남병은 2016년 선거구가 신설된 이래 보수정당 후보들이 모두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이은재 전 새누리당 의원이 57.8%의 득표율로 전원근 더불어민주당 후보(39.58%)를 제쳤다. 4년 뒤 21대 총선에서는 유경준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65.3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텃밭 출마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고 전 사장은 민주당 소속 박경미 후보랑 맞붙는다. 문재인 정부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 후보는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서초 을에 출마하기도 했었다.

서울 강남병 국회의원 선거 결과
재개발 걸림돌 치우기, 최우선 과제
고 전 사장은 지역구 현안 과제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최우선 과제는 단연 재건축·재개발이다. 지역구에 살고있는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기도 하다. 고 전 사장은 “은마아파트는 준공된 지 45년, 미도아파트는 41년이 됐다”며 “재개발·재건축을 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무엇이고, 초과이익환수가 주민들에게 어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좀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고 전 사장이 꼽는 중요한 과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는 1979년 부동산 경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는 아파트를 사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지난해 말 서울시는 삼성·대치동 일대 상가, 오피스텔 등 아파트를 제외한 부동산 거래에 대해 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아파트는 여전히 토지거래허가 규제가 걸려있는 상황이다. 고 전 사장은 “토지거래허가 제도는 국토교통부, 서울시에서 좀 더 면밀히 검토하되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 행사에 대한 부분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 전 사장은 세 번째 과제로 강남권에 위치한 국제교류복합지구(MICE)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미국 주요도시에서 열렸던 ‘언팩’ 행사를 계기로 이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고 전 사장은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관광과 기업들 간 미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호텔과 회의실이 갖춰져 많은 관광이 이뤄진다”며 “삼성동과 잠실종합운동장 벨트를 엮어주면 관광도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서 B2B(기업 간 거래)로 넘어갈 잠재력이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역의 경우 미래에 지하철 라인이 5개까지 지나갈 수 있어 굉장히 유리하다” 고 덧붙였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위원장 수차례 설득에 입당
고 전 사장은 국민의힘의 입당 제안을 몇차례 거절했다. 그를 정치의 세계로 끌어들인 건 엄밀히 말하면 ‘삼고초려’를 불사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두 사람이 청년의 미래에 대해 나눴던 공감대는 고 전 사장을 정치에 뛰어들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고 전 사장은 “1월 초에 한동훈 위원장에게 전화가 와서 청년의 미래 문제라면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며 “그 이후로도 강연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있을 때마다 몇 번 전화가 왔고, 상당히 놀랐다”고 회상했다.

한 위원장의 제안을 어렵게 수락한 고 전 사장이 기업계를 떠나 세운 목표는 뚜렷하다. 그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출근하게 된다면 한강에 깨끗한 물을 한바가지 붓는 심정으로 출근하겠다”며 “청년의 미래, 중소·중견기업 경쟁력 강화, 소프트웨어(SW) 산업 경쟁력 강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네 가지 주제를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정책 연속성 보장 법안 고민
국회에 입성한다면 고 전 사장의 1호 법안은 뭐가 될까. 고 전 사장은 지역 현안·반도체 산업 등 여러 카테고리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되는 정책들의 연속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법안도 고민중이다. 그는 “선거에 의해 지자체장이 바뀌면 그동안 진행됐던 정책이 연속성 없이 확확 바뀐다”며 “중요한 정책은 장기 과제로 버전마다 누가 실무자이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등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제 3주의 시간이 흐르면 고 전 사장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판가름난다. 기업에서 한차례 ‘고지’에 올랐던 그가 정치란 새로운 세계에서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배지 원정대’는 2024년 4월 열리는 22대 총선에 출마를 준비 중인 정치인을 소개하고, 해당 지역구를 분석해보는 매일경제신문 정치부의 기획 연재물입니다. 현역 의원은 물론 정치 신인까지 집중 추적해 유권자 여러분의 선택을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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