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흑역사…금리인상 꺼낼 때마다 경기침체, 이번엔 다를까
다만 시장충격을 줄이기 위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국채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한다는 것과 급격한 금리인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거 2000년과 2006년 금리인상 후 경제가 급속도로 위축됐던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변화에도 당분간 정책금리는 보수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지속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과거 17년 동안 금리인상 정책을 해 온 전례가 없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극도로 신중하게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일본은행은 과거 금리인상과 관련한 흑역사가 있다. 금융 정상화에 나설 때마다 경기침체로 이어지며 ‘일본은행의 오판’ ‘경기 악화의 주범’ 식의 비난을 들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행이 2000년 8월 정책금리를 0.25%로 인상 결정한 뒤 불과 7개월 만인 2001년 3월, 전 세계가 IT 거품붕괴로 경기가 악화되며 일본경제 또한 크게 요동쳤다. 또 일본은행은 2006년 3월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하고, 이어 2006년 7월과 2007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렸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당시 금리인상은 디플레이션(성장 부진과 물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고착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본은행은 19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세계적으로도 드문 장기간의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왔다. 핵심이 마이너스 금리정책과 수익률곡선 제어(YCC),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으로 대표되는 3가지다.
또 2016년 9월 중앙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면서 국채시장 금리를 직접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 YCC도 이번에 중단하기로 했다. YCC 철폐 이후에도 금리급등을 막기 위해 일본은행은 일정 규모의 국채 매입은 지속할 방침을 밝혔다.
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의 매입 또한 이번에 중단됐다. 일본은행의 ETF 매입은 지난 2010년 도입됐다. 한때는 연간 6조엔(약 54조원) 규모로 매입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일본은행은 지금까지 도쿄 주식시장 주가지수(TOPIX)의 하락 폭이 2%를 넘었을 때 ETF를 매입하며 일본 증시를 지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REIT의 경우 2022년 6월을 마지막으로 매입을 중단한 터라 이미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물가 2% 목표를 지속적·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전망이 서면 금융완화정책을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해왔다. 특히 정책전환의 핵심 조건으로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올해 봄 노사 교섭의 결과를 주목하겠다”고 말해왔다.
지난주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가 발표한 춘계 노사협상 1차 집계결과 임금인상률이 1991년 이후 33년 만의 최고치인 평균 5.2%를 기록했다. 또 조합원 수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의 임금인상도 4.42%로 3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일본은행으로서는 정책전환의 조건이 충분히 갖추어진 셈이다.
탄탄한 기업실적도 일본은행의 결정에 힘이 됐다. 현재 일본 기업실적의 주요 원인으로는 가격인상과 함께 엔저가 꼽힌다. 일본 상장사 1000여 곳의 경우 2023년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순이익 전망치는 43조4397억엔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3년 연속 최고치 기록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엔저 지속 여부도 관심사다. 당장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에도 오후 4시 현재 달러당 엔화값이 1엔 이상 떨어지며 150엔대를 돌파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 후에도 일정 규모의 국채 매입을 이어가며 지속적인 금융완화 의지를 표방했기 때문에 엔저 현상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분위기다.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시행으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또한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번에 금융 정상화로 인해 변동형 상품뿐 아니라 고정형 상품의 대출금리가 소폭 오를 전망이다. 또 금융기관 예금이자의 상승도 예상된다.
다만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책결정으로 예금금리나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것 같지는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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