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서울시리즈 ‘카스’에 내 준 ‘테라’...고척돔 ‘맥주전쟁’

김은영 기자 2024. 3. 2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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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서울시리즈 후원 나선 ‘카스’... 모델 전종서 시구로 화제몰이
미국서 인기 많은 저열량 맥주 ‘카스 라이트’ 집중 홍보
고척돔 KBO 경기 맥주 영업권 가진 하이트진로는 ‘씁쓸’
하이트, 오타니 소속 LA다저스 구장 파트너로 ‘진로’ 홍보

이달 17~21일 미국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이 펼치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이하 서울 시리즈)로 야구팬들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MLB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되는 개막전인데다 김하성, 오타니 쇼헤이 등 유명 선수들이 출전하는 만큼 광고·마케팅 경쟁도 치열한데요. 특히 서울 시리즈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오비맥주와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신경전에 이목이 쏠립니다.

배우 전종서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미국프로야구(MLB) 서울시리즈 스페셜 경기에 앞서 시구를 하고 있다. 전종서는 카스 라이트 모델이다. /뉴스1

◇서울 시리즈 안방 차지한 오비... 시구 나선 전종서는 ‘카스’ 모델

오비맥주의 카스는 이번 서울 시리즈에 주류업계 단독으로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습니다. 이에 따라 스페셜 경기를 포함한 서울 시리즈의 총 6회 경기에서 카스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이하 고척돔) 내 맥주 판매를 독점한 것은 물론, 최근 리뉴얼 출시된 카스 라이트의 부스를 세우고 야구팬들과 소통하게 됐습니다.

카스 브랜드 매니저는 “전 세계 이목이 쏠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인 만큼 국내 공식 대표 맥주 브랜드로서 후원사로 참여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서울 시리즈에는 카스와 함께 현대자동차, 우리금융그룹, 파라다이스시티, 뉴발란스, JTB 등이 공식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스포츠 업계에 따르면 MLB 측은 까다롭게 후원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세계적으로 화제성이 큰 개막전인 만큼 경기 곳곳에서 노출되는 브랜드의 ‘격’을 따진 거죠.

업계 한 관계자는 “후원 계약금이 비싸기도 했지만, 구좌가 한정돼 스폰서십 경쟁이 치열했다”면서 “국내 한 식품 프랜차이즈 업체는 MLB 측으로부터 스폰서십 거절을 당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습니다.

업계에선 카스가 이번 후원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건 내수 시장이 아닌 해외 무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카스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해외에선 아직 인지도가 낮은 편입니다.

지난 15일 서울 시리즈 경기를 위해 입국한 샌디에고 파드리스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선수가 광장시장에서 만두를 먹는 장면이 포착됐는데, 당시 그의 손에 들린 게 카스 캔맥주였으니 일각에선 이번 홍보가 어느 정도 통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MLB 서울시리즈 경기가 열리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 마련된 카스 라이트 부스. /독자 제공

이번 개막전에서 카스는 ‘카스 프레시’와 저열량 맥주 ‘카스 라이트’, 무알코올 맥주 ‘카스 제로’를 선보였습니다. 이중 최근 패키지를 리뉴얼(재단장)한 카스 라이트를 집중 홍보했는데요.

카스 라이트는 카스 프레시보다 칼로리가 33% 낮은 맥주입니다. 국내에선 저열량 맥주 시장이 크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버드 라이트, 밀러 라이트 등 저열량 맥주가 상위 순위를 점하고 있다는데요.

지난 17일 열린 서울 시리즈 스페셜 경기인 LA다저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에 시구자로 나서 화제를 모은 배우 전종서도 카스 라이트의 모델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번 서울 시리즈를 대하는 오비맥주의 자세가 어떤지 느껴지시죠?

오비맥주 관계자는 “카스 라이트는 최근 리뉴얼 후 홍보 캠페인을 크게 하고 있고, 운동 경기에도 잘 어울려 이번 서울 시리즈에서 중점 홍보하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척돔 안방 달궜던 하이트진로 ‘씁쓸’... 오타니 경기에 ‘진로’ 홍보

그동안 야구팬들에게 고척돔은 ‘테라’만 파는 구장이었습니다. 야구업계에 따르면 각 구장은 특정 맥주나 치킨 업체와 입점 계약을 맺고 단독으로 판매하는데요.

앞서 하이트진로는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키움 히어로즈와 독점 판매 계약을 맺고 국내 프로야구 경기에서 테라 생맥주를 판매해 왔습니다. 올해부터는 지난해 출시한 켈리 생맥주가 판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랜 기간 고척돔에 공을 들인 하이트진로 입장에선 켈리를 새롭게 선보이기도 전에 카스가 떠들썩하게 눈도장을 찍으니 씁쓸할테지요.

그래서인지 요즘 고척돔 구장 주변 식당가에는 켈리를 홍보하는 입간판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유통업계에서도 주류업계의 영업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2022년 LA다저스 홈경기 중 하이트진로 글로벌 브랜드 진로(JINRO) 제품 5종이 LED 광고에 나오고 있다. /하이트진로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야구 마케팅에 ‘진심’을 보여왔습니다. 지난해 2013년부터 오비맥주가 맡아왔던 잠실 야구장의 생맥주 판매권을 따냈습니다. 이로써 잠실야구장의 맥주가 카스에서 테라로 바뀌었죠.

지난해 말 기준 테라 생맥주가 판매된 구장은 8곳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을 제외한 전국 프로 야구장의 생맥주 영업권을 갖고 있습니다. 사직구장은 롯데칠성음료가 영업권을 갖고 있지요.

하이트진로는 아시아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인 LA다저스 구장에도 진출했습니다. 2012년 하이트진로의 미국 법인 진로아메리카를 통해 LA다저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래 현재까지 LG다저스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전날 하이트진로는 ‘진로’ 브랜드의 글로벌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LA다저스와의 스폰서십 계약을 3년 더 연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구장에서 하이트진로는 단독 판매 부스인 ‘하이트진로 바’를 운영하는 것을 비롯, 11개 매점에서 과일소주 4종과 테라 캔맥주, 그리고 진로 소주 쏘 블루 칵테일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그 덕에 다저스 구장 내 과일소주 판매량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1% 증가했다고 합니다. 올해는 복숭아맛 과일소주도 출시할 예정이라는군요.

LA다저스는 MLB 내 구장 관객 동원 1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 구단인데요. 지난해엔 일본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와 사상 최고인 10년간 7억 달러(약 9200억원)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오타니는 이번 서울 시리즈에 참석해 연일 화제 몰이 중인데요, 그도 이번 방한에서 카스를 마셨을지 궁금해지네요.

글로벌 스포츠 시장으로 무대를 옮겨 겨루는 국내 주류 업체들의 다음 라운드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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