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재신임 손흥민, 대표팀 '통합 리더십' 골몰…과제만 더 쌓였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새로운 대표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귀국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그에게 신뢰한다며 주장 연임을 지지한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모두 각자의 신분과 위치에서 '책임의 무게'를 안고 태국과의 2연전을 준비하게 됐다.
축구대표팀은 1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첫 훈련을 가졌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 4차전 태국과의 연전을 앞두고 모였다. 싱가포르와 중국을 상대로 2승을 거둔 대표팀은 태국에도 전승하면 조기에 3차 예선 진출 가능성이 생긴다. 서울과 방콕에서 21일과 26일 두 차례 경기를 갖는다.
완전체는 아니었다. 23명 중 17명만 모였다. 통상 첫 훈련은 대부분 공개하지만, 대표팀을 향한 분위기가 우호적이지는 않아 15분 공개 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마저도 15분에도 10분으로 줄었다.
대부분이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고 왔기 때문에 회복 훈련 등 간단한 훈련이었다. 실제로 훈련 시간은 1시간 남짓이었다. 그렇지만, 황 감독은 선수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긴장의 끈을 조이는 수단으로 취재진의 눈을 피하는 것을 선택했다. 훈련이 진행되는 시간 인천국제공항에는 손흥민이 도착했다. 최대한 밝게 보이려 애썼지만, 국가대표 은퇴까지 생각했던 손흥민이었기에 부드러운 웃음을 보기는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19일 훈련에서는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홍현석(KAA헨트), 조규성(미트윌란)이 합류했다. 김민재를 뺀 이들 4명과 백승호(버밍엄시티)는 회복 훈련을 했다.
100% 비공개 했던 훈련이다. 황 감독의 요청이었다고 한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대표팀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다. 축구협회는 "1시간을 훈련했다. 코디네이션, 패싱, 슈팅게임, 전술 훈련 등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이 훈련을 마칠 무렵에는 인천국제공항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등장했다. 환한 웃음을 보여준 뒤 두 손을 들고 "감사합니다"라며 마중 나왔던 팬 100여 명에게 인사했다. 일부 팬이 건넨 선물을 받아 가는 정성도 잊지 않았다. 전날의 손흥민과 대조적이었다.
이강인 앞에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공식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4강전 전날 있었던, 이른바 '탁구 게이트'로 불리는 항명성 행동에 대한 심경을 밝힌다. 항간에 알려진 '사과문' 여부는 모른다. 축구협회가 이강인이 준비한 심경을 (언론을 통해 국민들께) 드린다고 했다고 했지, 사과문이라고는 공지하지 않았다.
앞서 이강인은 손흥민이 거주하고 있는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직접 만나 오해를 풀고 사과하는 시간을 가졌다. 손흥민도 국민들을 향해 이강인의 성장을 도와달라며 자신 역시 더 나은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이강인은 대표팀 선배, 동료들에게도 사과를 했다고 한다. 선수단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선수들끼리 해결, 축구협회가 앞으로 선수들끼리 여러 문제로 싸워도 선발에 문제가 없다는 선례를 확실하게 만들었다.
복잡한 상황에서 손흥민은 새로운 체제의 대표팀을 구축해야 한다. 맡겨진 주장에 대한 책임 의식에 더해 여전히 대표팀에서는 중심 선수라는 것도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해야 한다. 귀국 후 황 감독과도 대표팀 내 상황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컵에서 벌어졌던 일보다는 소집된 대표팀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이고 코칭스태프의 기대 등 여러 대화들이 오갔다는 전언이다.
당장은 6만4천석 매진을 알린 홈 경기부터 집중해야 한다. 응원 보이콧 대신 전폭적인 지지를 선택한 팬들이다. 일부는 태국 원정도 동행 예정이라고 한다. 대표팀과 축구협회를 분리하는 팬들의 냉정하고도 성숙한 태도가 보이는 장면이다.
부담은 있다. 내용과 결과를 모두 가져와야 하지만, 태국은 승리라는 결과물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아시안컵 당시 16강에 올라 우즈베키스탄과도 대등하게 경기를 했던 용기와 자신감이 아직 있다. 또,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두고 홈으로 돌아가서 승리라는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충만하다. 상대의 용기 넘치는 심리를 잠재우려면 확실한 조직력과 실력으로 누를 필요가 있다.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주민규, 이규성(이상 울산 HD)이나 정호연(광주FC)은 물론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외면받았던 백승호, 김문환(알두하일), 조유민(사르자)과 직전까지 활용되고 사라진 송민규(전북 현대) 등도 화학적인 결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태극마크에 대한 간절함이 깊은 이들의 마음이 그라운드 위에서 폭발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손흥민의 몫이다.
무책임한 축구협회의 행정까지 손흥민과 황 감독이 보호할 이유는 없다. 그저 인위적이든 자연스러운 것이든 위기 돌파를 위해 하나 된 대표팀임을 보여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주장과 임시 감독의 리더십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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