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 니혼햄에서 시작된 '인연'…'9377억' 오타니 VS '美·日 196승' 다르빗슈의 역사적 맞대결의 남다른 각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정말 기대하고 있다", "사적인 감정 빼고 붙겠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다르빗슈 유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개막전 맞대결에 선발 등판한다.
20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정규시즌 개막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앞두고 '주 포지션'인 유격수로 돌아간 김하성이 어떠한 스타트를 끊을지, 이번 겨울 2년 450만 달러(약 60억원)의 계약을 맺은 고우석이 로스터에 합류해 한국팬들 앞에서 마운드에 설 수 있을지 등 많은 관심사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10년 7억 달러(약 9377억원)의 계약을 맺고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 쇼헤이와 다르빗슈 유의 맞대결이다.
다르빗슈와 오타니는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제외하면 지금껏 단 한 번도 한솥밥을 먹은 경험이 없다. 그리고 오타니가 지난 2018년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LA 에인절스를 유니폼을 입고 FA 자격을 통해 다저스로 이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르빗슈와 대결한 적이 없을 정도로 '연'이 없는 관계다. 하지만 다르빗슈와 오타니는 떼려고 해도 뗄 수가 없는 사이다. 그 이유는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르빗슈는 지난 2004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니혼햄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일본 구단의 경우 특히 투수들에게는 구단마다 전통으로 내려오는 '에이스' 등번호가 있는데, 당시 다르빗슈는 11번의 번호를 달고 통산 7시즌 동안 167경기에 등판해 무려 55완투(18완봉, 무사사구 9회)를 기록하는 등 93승 38패 평균자책점 1.99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2006년 다르빗슈는 입단 2년차에 12승 5패 평균자책점 2.89의 성적을 통해 니혼햄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와 비슷한 길을 걸은 이가 바로 오타니다. 다르빗슈는 2011시즌을 끝으로 빅리그행에 올랐기에 니혼햄에서 오타니와 마주한 경험은 없다. 오타니는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니혼햄의 지명을 받은 까닭. 그런데 여기서 오타니가 바로 다르빗슈의 의지를 이어받았다. KBO리그의 경우 굵직한 족적을 남긴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경우 등번호를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오타니는 다르빗슈가 사용하던 등번호 11번을 달게 됐다.
오타니는 니혼햄 시절 투수로 5시즌 동안 85경기에 등판해 42승 15패 평균자책점 2.52, 타자로 5시즌 동안 403경기에 출전해 296안타 48홈런 166타점 타율 0.286 OPS 0.858의 성적을 남겼고, 2016시즌 니혼햄을 '왕좌'에 올려놓은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미는 등 다르빗슈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밟았다. 2023년 전까지는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었던 이들이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된 것은 WBC였다. 처음으로 다르빗슈와 오타니가 같은 소속으로 뛰게 된 까닭이다.
다르빗슈와 오타니는 '사무라이 재팬(일본 대표팀 명칭)'이 전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데 큰 힘을 보탰고, 다르빗슈는 2023시즌이 종료된 후 FA 자격을 얻은 오타니가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기를 희망하는 목소리를 수차례 냈다. 특히 오타니의 다저스행이 확정된 이후에는 샌디에이고가 오타니의 쟁탈전에 뛰어들지 못했다는 사실에 아쉬운 마음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런 다르빗슈와 오타니가 프로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맞대결을 갖게 됐다. 바로 서울시리즈에서.
다르빗슈와 오타니는 사상 첫 맞대결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6일 고척돔에 입성한 뒤 공식 인터뷰에 참석한 오타니는 "다르빗슈 선배와는 WBC에서 함께 싸웠다. 당시 내게 굉장히 잘해줬기 때문에 정말 기대하고 있다. 여러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선배 다르비슈와 맞대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일단 오타니는 현재 키움 히어로즈-팀 코리아와 두 번의 맞대결에서 삼진-삼진-뜬공-뜬공-땅볼로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했다.
오타니와 달리 다르빗슈의 각오는 조금 더 강했다. 지난 18일 공식 인터뷰에 모습을 드러낸 다르빗슈도 당연히 오타니와 맞대결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다르빗슈는 "지금까지 오타니와 함께 훈련을 하고 했지만, 그러나 이번에는 적으로 만나게 됐다"며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타자로서 열심히 상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르빗슈의 경우 다저스를 상대로 미·일 통산 197번째 승리를 노리고 있다. 다르빗슈는 19일 고척돔 마운드 높이에 대한 적응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다르빗슈와 오타니가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후 사상 처음으로 갖는 맞대결에서 미소를 짓는 선수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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