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훈련부터 ‘입꾹닫’…새 유니폼 공개도 쉿!
황민국 기자 2024. 3. 20. 07:02
탁구 게이트 등 어수선한 상황 탓
‘선수들 모델’ 런웨이 없이
보도자료 통해 새 디자인 알려
후원사들과 대화 통해 양해 구해
협회 “대표팀 속죄하는 의미”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 태극전사들이 입을 유니폼이 19일 침묵 속에 공개됐다.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는 대한축구협회 스폰서 자격으로 2년마다 새 유니폼을 출시하고 있다.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은 매번 팬들을 설레게 하지만 이번엔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디자인이나 기술의 문제는 아니다. 나이키가 발표한 새 유니폼에는 한국 고유의 전통을 재해석한 디자인이 담겼다. 한국 축구의 상징인 붉은색 패턴과 단청 문양, 호랑이 발톱 자국이 돋보이는 홈 유니폼과 검은색과 진주색 디지털 패턴이 교차하는 원정 유니폼 모두 평소라면 떠들썩한 반응이 나올 법했다.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소재와 기술도 적용돼 각국의 새 유니폼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았다.
유니폼을 공개하는 형식의 문제였을 따름이다. 나이키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새 유니폼을 알리다보니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예년 같으면 대표팀 선수들을 모델로 런웨이를 꾸며 떠들썩한 홍보의 장을 마련하던 것과 비교됐다.
협회가 지난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개한 대표팀 소집명단을 살펴보면 나이키는 이번에도 기존과 같은 홍보 방식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집명단 이미지의 배경이 새로운 홈 유니폼의 패턴과 똑같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신규 유니폼은 3월 18일 론칭 예정입니다’라는 문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협회도 자신들을 지원하는 후원사를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대표팀의 어수선한 상황에 발목을 잡혔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등극에 실패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사건이 터지면서 외부와 소통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요르단과 아시안컵 4강전을 하루 앞둔 저녁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탁구를 치다가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물리적으로 충돌한 ‘탁구 사건’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전지훈련 기간 선수와 협회 직원이 밤늦은 시간까지 카드놀이를 했다는 사건 사고가 겹쳤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대표팀이 속죄하는 의미로 자숙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후원사들과 대화를 통해 이 부분에 양해를 구했다. 새 유니폼 발표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의 침묵 아닌 침묵은 훈련 풍경에서도 잘 드러난다.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임시 감독은 18일 첫 소집부터 사태 수습에 힘쓰고 있다. 18일 첫 훈련은 15분 공개, 19일 훈련은 전면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강인의 뒤늦은 합류로 완전체가 되는 20일 공식 훈련도 규정에 따라 15분 공개가 전부다. 선수들의 발끝만큼이나 관심을 모으는 입도 당분간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황 감독은 “선수들이 적잖이 (언론 인터뷰를)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일단 각자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려고 한다. 대화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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