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철회'… 박상우의 난제

김노향 기자 2024. 3.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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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출신 2대 국토 장관, 법 개정 난관 예상
윤석열 정부 2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은 박상우 장관은 주택정책과장, 주택토지실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등을 역임한 주택통 관료로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공시가격 정책 변화에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됐다./사진=뉴스1
취임 3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가 직전 문재인 정부의 핵심 주거정책인 '공동주택(아파트 등) 공시가격 현실화'를 전면 부인했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를 철회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윤 정부의 2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은 박상우 장관은 주택정책과장, 주택토지실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등을 역임한 주택통 관료로 전문성을 갖춘 정책 수행이 기대됐으나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이 같은 정책 변화에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박 장관과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3대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마음 졸이는 일 없도록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대해 "시장을 왜곡하고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무리한 과세"라고 평가했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복지제도의 기준이 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해마다 높여 현재 60%대에서 2035년 90%로 올리는 계획을 내놨다. 10억원 주택의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최종 9억원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특성상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과 실제 계약이 신고된 실거래가, 매도 희망가인 호가, 전문 감정평가액 등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납세자의 부동산 세금 부담이 커지자 이를 경감시켜주는 목적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 제도가 도입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조정했다.

하지만 소득 증가와 저금리 시대의 도래로 부동산 가치가 급상승함에 따라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이뤄 세금 정상화를 추진한 것이 현재에 이르렀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사진=뉴스1


총선 결과 따라 변수… 국회 통과 난항 예상


정부 조사 결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5년 동안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연평균 10%씩 총 63% 상승했다. 집 한 채를 가진 보통 사람들의 주거비 부담이 부동산세 증가로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게 현정부의 지적이다.

박 장관은 "현재 계획대로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린다면 재산세 부담이 시세 변화와 관계없이 추가로 61% 증가하고 2억원 주택을 보유했다면 지역 건강보험료가 3배까지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부동산 보유세가 줄어들 경우 세수 감소로도 이어져 정부 입장에선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공동주택 중위 공시가격은 ▲2020년 2억9900만원 ▲2021년 3억8000만원 ▲2022년 4억4300만원 ▲2023년 3억6400만원 ▲2024년(안) 3억6200만원 등으로 윤 정부 2년차인 2023년부터 하락했다. 야당 등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에 대해 '부자 감세'를 이유로 반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는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법 개정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부동산 현실화 로드맵의 철회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현행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제26조 2항은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공시가격이 적정가격을 반영하고 부동산 유형·지역 등에 따른 균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세 반영률의 목표치를 설정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연구용역을 추진해 이행 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11월까지 법 개정 등의 후속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에 명시된 정부의 의무를 없애는 것이 목표"라며 "법 개정 전까지는 임시방편으로 2020년 수준의 현실화율을 고정하는 방안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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