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메타…’ 미국 성장주 지금 들어가도 될까 [머니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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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는 ‘세큘러 사이클(Secular cycles)’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경기순환은 4~5년에 걸쳐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하지만 세큘러 사이클은 특정 자산이 경기순환과 무관하게 10년 이상 장기 성장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금융위기 이후 기술주 중심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그렇다. 사실 금융위기 이전까지 미국 기술주는 시장의 중심이 아니었다. 오히려 금융주, 즉 글로벌 투자은행이 미국 주식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베어스턴스에 이어 리먼브러더스까지 미국의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이 파산하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금융위기 직후 시장을 주도한 것은 기술주였다. 당시 스마트폰이라는 애플의 ‘아이폰’이 출현하며 미 기업은 모바일 혁명을 주도하게 됐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주식시장의 중심이 금융주에서 기술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10년 전 ‘FAANG’의 등장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모바일 혁명’이 시작됐고 반도체, 스마트폰 부품 등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애플은 1년 단위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2014년 당시 ‘FAANG’(페이스북(현 메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앞 글자를 딴 용어)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며 FAANG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등장했다.
FAANG은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들의 일상을 변화하게 했다. 소셜네트워크가 출현하며 우리의 새로운 관계의 세상이 되었다.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놀이문화와 함께 아마존은 기존 쇼핑의 경계를 허물었다.
FAANG의 출현 이후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미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추세적으로 개선되자 주식시장은 장기 상승 사이클을 경험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S&P500 지수의 평균 ROE는 각각 17.4%를 기록해 동기간 코스피의 ROE(10.4%) 대비 약 70% 이상 높았다.
미국 증시의 높은 ROE 중심에는 FAANG이 존재한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S&P500 지수의 평균 ROE는 14.5% 수준이었다. 동기간 FAANG 기업의 평균 ROE는 27.5%로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개선되어 미 증시의 ROE 상승을 견인했다. FAANG 기업의 자본 대비 높은 수익 창출 능력은 ROE 상승으로 연결되었고 궁극적으로 미 증시의 ROE가 지속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높은 ROE에 기초한 FAANG 기업의 주가는 2010년 이후 압도적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 2010년부터 2023년까지 S&P500과 나스닥 시장은 각각 321%와 551% 상승하는 세큘러 사이클을 경험한다. 동기간 미국 FAANG 기업의 주가는 평균 3284% 올라 미 증시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FAANG이란 스마트폰 기반 플랫폼 기업 중심의 고도성장 스토리는 2019년이 되자 제동이 걸린다. 유럽 주요국들은 미국 기업들로 중심이 된 FAANG의 독주를 막기 위해 디지털세 도입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 등에서도 플랫폼 기업 때문에 발생하는 골목 상권 침해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가 정부 주도로 출현한다. FAANG을 중심으로 미국 기술주의 성장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었다.
새로운 세큘러 사이클의 등장
하지만 미국 기술주의 혁신은 끝이 없었다. 2023년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등장하며 미국 주식시장에 M7(Magnificent 7: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이 출현하게 된다.
FAANG이 IT 기기 및 플랫폼의 개화로 주목받았다면 M7은 그보다 진일보된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FAANG과 M7은 모두 빅테크 기업으로 통칭되며 그 종목의 구성은 유사하나 AI를 비롯한 기술 발전의 수혜를 지속 영위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들 중심으로 일부 재편된 것이다.
AI 산업에 대한 투자는 현재 AI의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시스템반도체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IT 자문 기업인 가트너에 따르면 AI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2022년부터 향후 5년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AI 관련 산업이 경기순환과 무관하게 장기간 성장하는 세큘러 사이클로 진입할 것을 전망하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기존 범용 연산처리 반도체와는 그 목적이 상이하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 M7 기업 중 엔비디아는 GPU 제품을 통한 데이터 서버 부문 매출의 높은 성장성과 함께 시장의 기대를 상회하는 가이던스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AI, 클라우드 컴퓨팅, 자율주행 등의 기술을 선도하는 빅테크 기업은 일각의 고평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펀더멘털 제고를 통해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한다. 더불어 챗GPT와 생성형 AI는 기술주 실적 가시화를 앞당기며 빅테크에 대한 우호적인 투자심리를 조성하고 있다.
2022년 M7의 평균 ROE는 44.9%로 S&P500의 19.4%와 비교해 펀더멘털 측면에서 확실한 격차가 존재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은 미래 사업성에 대해 빅테크 기업의 밸류에이션 수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재평가했다. 2018년 9.4배였던 M7 평균 PBR이 2023년 말 기준으로 18.5배까지 약 2배 이상 상승하게 된 것이다.
미국 성장주의 기대수익률 8.4%
2010년 이후 현재까지 미국 성장주는 가치주 대비 장기간 매우 높은 상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한 작년에도 미국 주식시장에 M7 주식이 매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성장주 강세가 지속됐다. 심지어 작년 미국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4월부터 10월까지에도 성장주 강세는 지속됐다.
현대 재무이론에 의하면 장기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비싼 성장주 대비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된 가치주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 재무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국 성장주의 초장기 상승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한 현시점에도 M7 등 성장주로 분류된 미국 주식의 투자 매력은 여전히 높을까.
이러한 투자판단을 확인하기 위해 장기간의 밸류에이션 수준을 추정할 수 있는 잔존가치모형(Residual Income Model)을 통해 2024년 미국 성장주의 상승 여력을 점검했다. 먼저 2024년 2월 말 기준 미국 S&P500, S&P1500 가치(Value)와 성장(Growth) 지수의 기대수익률 또는 할인율을 추정했다.
추정 결과 미국 가치주와 성장주의 기대수익률은 각각 7.4%와 8.4%로 여전히 성장주의 기대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산출한 할인율을 기초해 2024년 말까지 S&P500, S&P1500 가치와 성장 지수의 상승 여력을 잔존가치모형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2024년 말까지 S&P500 지수의 상승 여력은 8.1%로 나타났다. 또한 S&P1500 가치와 성장 지수의 상승 여력은 각각 12.0%와 7.1%로 분석됐다.
즉 2024년 말까지 미국 가치, 성장과 대형주 중 미국 성장주의 상승 여력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다. 결론적으로 2023년부터 세큘러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는 M7 등 미국 성장주의 투자매력은 현시점에도 여전히 매우 높다는 것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
2023 하반기 투자전략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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