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北 순항미사일 ‘화살’···美 토마호크 뺨친다는 초저공 비행능력[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투발 수단 다양화, 한미 방어망 과부하
방공망 곳곳 구멍 南에는 특히 위협적
‘해궁’ 지상형 파생모델 개발 방안 제기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발사를 신호탄으로 전쟁을 개시하고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모두 그러했다. 2011년 리비아 공습도 124발의 토마호크 발사와 함께 시작됐다. 모두 재래식 탄두 토마호크였다.
2014년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시리아 본거지를 공습할 때 47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2018년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보유한 화학무기 시설을 폭격할 역시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을 핑계 삼아 글로벌 물류의 ‘동맥’인 홍해를 틀어막아 온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 폭격 때도 여지 없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동원했다.
이처럼 미국은 자국이 참전한 각종 전쟁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세례를 퍼부어 개전 직후 적국의 주요 핵심시설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전술을 써오고 있다. 이는 최대 사거리 2500㎞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비행 속도는 시속 890㎞로 음속로 다소 느린 무기체계지만, 10발을 발사했을 때 절반 이상이 반경 1m 이내에 떨어질 정도로 정밀 타격이 가능해서다. 이 때문에 토마호크 미사일은 미국이 수행하는 전쟁의 ‘신호탄’으로 간주된다.
한반도 긴장과 군사적 위기를 의도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이 최근에 전략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대외적으로 알리며 지대지는 물론 지대공, 지대함 미사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실험과 달리 국제사회 대북 제재망에서 벗어나 있는 순항미사일 실험 빈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대량살상무기(WMD)로 분류되는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정밀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까지 확보해 미사일 무기고를 다양화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과부하를 초래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김정일 국무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을 이틀 앞둔 지난 2월 14일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까지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쏜 건 올해 들어 다섯 번째다.
무엇보다 지난 1월 28일 시험발사한 ‘불화살-3-31형’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로, 수중에서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발사하면 발사 원점을 숨길 수 있다. 게다가 핵 탑재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동시에 핵의 투발 수단, 즉 미사일을 다각화로 북한 해군의 핵무장화를 실현했다는 능력 과시는 한미 군 당국에게 상당한 위협적 존재일 수 밖에 없다.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순항미사일 전력화에 주목하는 것은 순항미사일이 갖고 있는 장점 때문이다. 순항미사일은 추진기관에서 탄도미사일과 구분된다. 탄도미사일은 연료와 산화제를 탑재한 로켓을 이용해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하면서 관성을 이용해 탄도궤도로 비행한다.
반면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 등으로 대기권 내에서 공기를 흡입하며 연료를 태우기에 별도 산화제가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순항미사일은 대기권 내 비행 특성상 탄도미사일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낮은 고도로 비행함으로써 지구 곡면에 의해 제한되는 지·해상 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피해 다닐 수 있다.
여기에 레이더의 전파는 거의 직진하는 특성이 있어서 공중으로 뻗어나갈 경우 필연적으로 낮게 나는 물체에 대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순항미사일이 해수면을 스치듯 나는 ‘시 스키밍’(sea skimming)으로 날아오는 탓에 미사일이 근접해서야 알아차릴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성능이 미국 토마호크 수준에 가깝다는 점이다. 미국의 전쟁 시작 신호탄 역할을 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시속 800㎞ 정도로 비행하는데, 북한의 ‘화살-1형’, ‘화살-2형’ 등은 공개한 제원에 따르면 시속 700㎞ 이상을 발휘하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이 잇따라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한판 토마호크’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이 예상보다 뛰어난 저공침투 및 지형추적 비행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군 당국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2월말 북 소형무인기 침투사건 직후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김승겸 합참의장이 조속히 북 장거리 순항미사일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북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1500㎞인 ‘화살-1형’과 2000㎞인 ‘화살-2형’을 비롯해 최신 기종인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 지대함인 신형 순항미사일 ‘바다수리-6형’ 등이 있다.
실제 북한은 2023년 3월말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이례적으로 공개한 장거리 순항미사일들의 비행 영상은 군 당국을 놀라게 했다. 매우 낮은 고도에서 산등성이나 해안선을 따라 고도를 바꿔가며 비행하는 ‘지형추적 비행’ 능력을 과시했다.
주목할 점은 순항미사일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나 한국군이 운용중인 현무-3 순항미사일은 지상에서 30~100m 높이로 지형을 따라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북한의 ‘화살’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영상에서 이보다 비슷하거나 낮은 고도로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정말로 지형을 따라 낮게 비행하면 지상 레이더 기지에서 탐지가 매우 어렵다. 특히 북 잠수함이 동해 수중으로 침투해 우리 옆구리인 동남해 수역에서 기습 발사하면 속수무책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이는 북한 ‘화살’ 미사일도 미 토마호크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방식의 유도 시스템을 일정 수준 갖췄을 것으로 추정된 데 따른 분석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은 “북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미 상용 GPS와 러시아의 글로나스(러시아판 GPS), 전파고도계 등을 갖춰 정밀한 지형추적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히 위협적으로 북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대한 탐지 및 요격수단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토마호크와 같이 초저공비행 능력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순항미사일은 그 생존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하고, 일단 발견되면 보병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은 물론 육안으로 조준하는 구형 수동식 대공포나 기관총에도 쉽게 격추할 수 있다.
순항미사일 보다는 속도가 빨라 요격이 어려운 탄도미사일을 더 만들어 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북한은 왜 순항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는 것일까. 이는 조기경보기나 고성능 방공무기가 즐비한 일본이나 미 해군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는 무기지만, 방공망 곳곳에 구멍이 나 있는 남한을 상대로는 매우 위협적인 무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의 최근 순항미사일의 발사 플랫폼이나 비행거리와 궤적 등을 볼 때 우리 군의 탐지와 요격을 회피해 국가 핵심시설이나 군 주요기지 타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북한은 불화살-3-31형 명칭에서 보여주듯 이미 공개된 전술핵탄두 ‘화산-31’ 탑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남한에게는 실질적인 위협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탐지수단 강화를 위해 조기경보기 추가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조기경보기는 하늘에 떠있기 때문에 낮게 침투하는 북 순항미사일 탐지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공군은 4대의 E-737 ‘피스 아이’ 조기경보기를 운용 중인데 2대의 추가도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북한판 토마호크’ 등장 이후 조기경보기의 추가 확보 필요성이 더욱 강력하게 제기되면서 추가 도입 규모는 4대로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성층권에 레이더를 단 비행선 올려 탐지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한 F-35 스텔스기와 KF-21 한국형전투기도 유용한 요격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육군에서는 해군 함정에 탑재돼 있는 국산 요격미사일 ‘해궁’의 지상형 파생모델을 개발해 순항미사일 요격수단으로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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