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아파트공화국의 미래

심영섭 건축사사무소·우노 대표 2024. 3.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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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의하면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역대·세계 최저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또한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주거 문제를 손꼽았다고 한다.

1960년대의 한국이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했듯 이제 새로운 상황과 요구에 맞춰 공동체적 삶과 공유의 가치와 함께 개인의 편의와 개성 또한 보장되는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주택의 개발과 공급이 절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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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 건축사사무소·우노 대표

뉴스에 의하면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역대·세계 최저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또한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주거 문제를 손꼽았다고 한다.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오명처럼 전 국토를 아파트가 채우고 있지만 서울 신축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4000만 원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젊은이들에게 결혼과 신혼집, 출산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낭만적인 수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올해 공공기관 146곳의 신입사원 평균연봉 또한 약 4000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 최초의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는 1964년 대한주택공사가 완공한 마포아파트 단지였다.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진 마포아파트 단지는 본래 10층의 주거 동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중앙난방식 건물로 설계되었으나 공장에 공급할 전기도 부족했던 당시의 열악한 경제 상황에서 언론 및 관계기관의 반대로 엘리베이터를 없애고 6층 건물 10동에 642세대를 수용하는 규모로 건설되었다. 그러나 싱크대와 수세식화장실, 개별온수난방 등 당시로서는 최신의 설비를 갖춘 현대식 주거로서 '생활혁명'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제한된 대지를 주택의 고층화로 절약해 활용함으로써 대지 부족과 주택난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의 넓은 외부공간과 현대적 시설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은 매력적이었다. 이후 한국에서 아파트는 새로이 개발되는 여의도, 강남 지역 등으로 확산되며 현재와 같은 '아파트공화국'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파트라고 부르는 고층 고밀도 공동주택의 시초는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가 1952년 완공한 마르세이유 집합주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유럽 대도시의 주택난과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제안된 이 집합주택은 한국의 마포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주거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최근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하였다. 23개 세대 평면이 조합된 337세대의 17층 건물은 철근콘크리트 필로티 구조로 땅에서 들어 올린 단순한 모습으로서 노출콘크리트 및 페인트 마감으로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면서도 다양한 평면형과 색상의 조합을 통해 시각적 다양성과 매력을 잃지 않고 있다. 또한 지상은 거주자들에게 개방된 공동의 녹지, 보행, 주차 공간으로 활용하고 중간층에 관공서와 도서관, 상점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을 뿐 아니라 평지붕 옥상에는 수영장과 카페 등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는 일종의 자족적 소도시였다.

하나의 개념이나 사상의 성공 여부는 그것이 문제의 핵심에 도달했는지에 달려있다. 르 꼬르뷔지에의 집합주택의 개념은 부분적으로 한국에 적극 수용되면서 아파트는 지금과 같이 우리의 삶의 형식을 지배하는 주거유형이 되었고 현실적 문제 해결에 공헌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아파트 문화는 대부분 본질적인 문제들이 무시된 체 최대 용적률에 최대 세대수 수용을 위해 무표정한 도시경관과 획일적 주거문화를 양산해 내면서 "한국에는 건축은 물론 건설도 없고 부동산만 있다"는 냉소적인 얘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우리에게 고층 고밀도의 공동주택은 불가피한 선택인 듯하다. 1960년대의 한국이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했듯 이제 새로운 상황과 요구에 맞춰 공동체적 삶과 공유의 가치와 함께 개인의 편의와 개성 또한 보장되는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주택의 개발과 공급이 절실할 때이다. 비혼주의, 저출산, 인구감소, 지방소멸, 국가소멸 등 비관적 단어들이 지배하는 뉴스를 접하며 르 꼬르뷔지에가 1927년 발간한 저서 '신건축을 향하여'에서 선전포고처럼 쓴 마지막 문장이 문득 떠오른다. "건축이냐 혁명이냐. 혁명은 피할 수 있다." 심영섭 건축사사무소·우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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