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칼테러’ 황상무 수석 자진 사퇴...윤 대통령 사의 수용

김미경 2024. 3. 20.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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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린 21차 민생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회칼 테러'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황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황 수석은 지난 14일 MBC를 포함한 대통령실 일부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MBC는 잘 들으라"고 한 뒤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MBC는 "황 수석이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황 수석은 이뿐 아니라 5·18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해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에 4~5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받은 누군가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고 말해 북한군 개입을 암시했다고 MBC가 전했다.

황 수석이 말한 테러 사건은 노태우 정권 초기인 1988년 '중앙경제' 사회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고(故) 오홍근 기자가 '월간중앙' 8월호에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칼럼을 게재한 뒤 군 비판에 앙심을 품은 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군인 4명에게 테러를 당한 사건이다.

언론계와 유족들은 즉각 반발했다.

방송기자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는 15일 공동 성명을 내고 "방송기자 출신으로서 황 수석 말의 무게와 중함을 여전히 두려워한다면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며 "그가 그런 판단에 주저한다면 시민사회수석이라는 이름과 품격에 걸맞는 책임을 물어 대통령실이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기자협회도 이날 "황 수석은 고인이 된 오 기자 유가족과 5·18 민주항쟁 유가족을 향해서도 석고대죄해야 한다. 대통령실의 해임을 기다리지 말고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이번 망언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오 기자의 동생인 오형근씨는 한겨례 측에 "가족회의를 끝에 변호사와 협의를 거쳐 고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황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인 17일 "황 수석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말씀은 제가 이미 드린 바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홍보수석 출신인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 성남분당을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황상무 자진사퇴가 국민 눈높이"라고 적었다. 김 후보는 "황 수석은 자진사퇴하기 바란다. 수년 전의 막말로도 많은 여당후보가 사퇴했다. 대통령실 수석이 예외가 될 순 없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지체하지 말라"고 했다.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MBC라디오에서 "본인이 알아서 정리할 거는 정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인사조치에는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언론인을 사찰하거나 국세청을 동원해 언론사 세무사찰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사나 시스템도 없다"며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진화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황 수석은 자진사퇴했다. 황 수석은 지난 16일 낸 사과문에서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앞으로는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있게 처신하겠다"고 한 바 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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