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기자가 콕 찍었다 "문보경 국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빠른 공 대처 좋아"…'매니저 염'에게 질문도

신원철 기자 2024. 3. 20.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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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보경은 이번 서울 시리즈를 계기로 미국에도 이름을 알렸다. 미국 기자가 팀 코리아에서는 1루수, LG 트윈스에서는 3루수로 뛰는 이유를 물었다.
▲ 문보경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신원철 기자] "1루수와 3루수로서 문보경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18일 LG 트윈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장. 한 기자가 염경엽 감독에게 이렇게 물었다. 한국 취재진이 아니라, 미국에서 MLB 네트워크의 존 폴 모로시 기자였다.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익숙할 이름이다(이번 오프시즌 오타니 쇼헤이가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간다는 '대형 오보'로 더 유명해졌다).

그는 이날 LG가 4-5로 석패한 경기에서 딜런 시즈를 상대로 홈런을 친 오지환이나, 탈삼진 7개를 기록한 임찬규가 아니라 3루수 문보경에 대해 물었다.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한 뒤 이 질문을 던졌다.

염경엽 감독은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동시통역으로 질문을 전해들은 뒤 "문보경은 작년 시즌 한 단계 성장을 위해 1루수로는 거의 내보내지 않았다. 3루에서는 어깨가 조금 약해서 불리한 조건이 있지만 약점을 커버하면서 수비를 잘 해내고 있다. 1루 수비는 어느 리그에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만난 모로시 기자는 17일 팀 코리아 경기에서 1루수로, 18일 LG 경기에서 3루수로 출전한 문보경의 수비력이 어떤 수준인지 궁금했다고 했다. 그는 "감독이 1루수와 3루수 문보경을 각각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고 싶었다. 염경엽 감독은 문보경의 송구 능력이 3루수로는 아직 더 발전해야 한다고 했지만 1루 수비는 좋다고 했다. 프리미어12,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올림픽 등 한국 야구 대표팀의 경기를 늘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문보경의 잠재력이 어느정도일지 궁금했다"고 얘기했다.

모로시 기자는 문보경이 대표팀에서 1루수를 맡은 배경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노시환(한화 이글스)과 함께 뛰어야 해서 그런 것 같았다. 보통 노시환이 3루수, 문보경이 1루수로 뛰는데 대표팀에서는 두 선수를 모두 기용하는 쪽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수비 쪽의 평가가 궁금해서 질문하게 됐다"며 "문보경도 노시환도 소속 팀에서 3루수 아닌가. 그래서 대표팀에서는 한 명은 3루수, 한 명은 1루수로 가야할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 문보경은 17일 팀 코리아 소속으로 샌디에이고전에서 2루 도루를 기록했다. 포수 루이스 캄푸사노의 송구보다 먼저 2루에 도착했다.
▲ 18일 LG 트윈스 소속으로 뛴 경기에서도 2루 도루를 시도했으나 이때는 카일 히가시오카에게 잡혔다.

문보경을 눈여겨 본 이유는 운동능력과 빠른 공 대처 능력 때문이라고. 모로시 기자는 "문보경을 좋게 봤다. 체격이 큰 선수인데 체격에 비해 주력이 뛰어나 보였다. 지난 경기(17일 팀 코리아 대 샌디에이고)에서 도루를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또 빠른 공을 타격하는 것은 꽤 어려운 도전인데 그런 면에서 문보경에게 감명 받았다. 수비에서는 어려운 플레이를 했다(18일 LG 대 샌디에이고전 3회 매니 마차도 타구). 뒤쪽으로 가는 타구를 잘 잡아낸 뒤 먼 거리 송구까지 해냈다. 좋은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또 "문보경은 올해 열릴 프리미어12와 다음 WBC, 또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의 가장 중요한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될 거다. (국제대회에서는)더 빠른 공을 잘 칠 수 있어야 하는데, 그의 스윙을 보니 수준 높은 패스트볼에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모로시 기자가 한국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모로시 기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하는 WBC 뿐만 아니라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가 주관하는 2019 프리미어12 때도 도쿄돔을 방문하는 등 아시아 야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2013년에는 메이저리그 신인 류현진(당시 LA 다저스)을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한국 취재진에게 먼저 명함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노시환은 지난해 MVP 투표에서 2위에 오르지 않았나. 올해도 수상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MVP 투표 결과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3루수는 1루수보다 수비 쪽에서 더 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때문에 MVP 투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 노시환과 문보경 가운데 누가 더 3루수로 좋은 수비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문보경 역시 노시환처럼 MVP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 두산 베어스 신인 투수 김택연은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강타자들을 상대로 삼진 2개를 잡으면서 주눅들지 않는 투구를 보여줬다. ⓒ 연합뉴스

이어진 스페셜게임에서도 한국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계속됐다. 모로시 기자는 18일 다저스전에 등판한 김택연(두산 베어스)의 호투를 지켜본 감상을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오른손투수 김택연이라는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18살 김택연은 그가 상대한 두 명의 다저스 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제임스 아웃맨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며 "김택연은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다음 WBC에서는 선발투수로 볼 수도 있다"고 썼다.

문보경에 대한 코멘트도 있었다. 모로시 기자는 "23살 내야수 문보경은 임팩트 있는 코너 내야수다. 타격 능력이 뛰어나고 주력도 좋다"며 다시 한 번 문보경을 주목했다.

문보경은 2023 WBC 최종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지만 예비 엔트리에 들어가면서 야구계 선배들로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젊은 선수들로 이뤄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여기서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병역 특례 혜택을 받게 됐다. 한국시리즈 출전으로 참가는 불발됐지만 지난해 가을 열린 2023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때도 대표팀에 발탁됐다.

이번 팀 코리아까지 3개 대회 연속 대표팀 선발인 셈이다. 대표팀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3번 연속 선발은 분명 의미 있는 신호다. 모로시 기자의 말처럼 문보경은 향후 대표팀 붙박이 내야수가 될 만한 선수로 꼽힌다.

19일 경기 전 만난 문보경은 여전히 자신이 메이저리거들과 한 그라운드에서 뛰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미국 기자가 호평했다는 얘기에는 "와 문보경 출세했다"며 놀라워했다.

▲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선취 득점에 성공하고 기뻐하는 문보경(오른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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