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엔 민주당 찍었지만"...'도봉의 아들' 김재섭, 민심 들어올릴까

정경훈 기자 2024. 3. 2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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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2024 총선 동행르포]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후보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후보와 배우자 김예린씨 /사진=김재섬 캠프 제공

"내가 2020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찍었제잉. 상당히 민주당 편이었제. 그런데 이재명 대표 보고 완전히 돌아섰제. 항상 도봉구는 민주당에서 잡았는데 이번엔 모르제."

지난 18일 오후 서울 도봉 쌍문시장 인근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서모씨(60·남)는 '개인적으로 4·10 총선 도봉갑 지역구 판세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전남 나주 출신으로 쌍문동서 27년 간 생활 중인 서씨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거리 인사 중이던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후보를 보고 내려 먼저 악수를 건넸다.

김 후보는 도봉구 토박이다. 김 후보는 "할아버지 때 이곳에 자리 잡아 4월20일 출산 예정인 아이가 태어나면 4대째 도봉에 사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IT(정보통신) 기업을 창업하기도 한 그는 2019년 정치에 입문했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정책학을 공부하며 동료들과 건전한 보수 정치를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우면서다.

김 후보는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도봉갑 후보로 공천받았다. 그러나 본선에서 현역인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당선되지 못했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경쟁하며 다시 국회 입성을 도전한다. 그는 "스스로 중도 지향적 보수라고 생각한다"라며 "민주당에서 이탈한 민심을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3시 지역 전통시장인 쌍문시장을 돌며 구민들에게 인사했다. 지나치는 행인도 있었으나 김 후보에게 먼저 인사하는 구민도 쉽게 볼 수 있었다. 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재섭이, 아버지 저쪽에 계시던데"라고 말을 걸며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곳에 약 30년 거주 중인 이모씨(77·여)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노인들 말을 성실히 듣고 답한다. 이런 사람이 국회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팬이 됐다"며 "사실 (국민의힘이) 내 당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누가 지역구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당 아닌 사람을 보고 찍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4호선 쌍문역 역사 안에서 퇴근길 인사하는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후보 /사진=정경훈 기자

시장 사거리에서 만난 김모씨(67·남)는 "(경쟁 상대인) 안귀령 후보는 '이재명이 한 영화배우보다 더 이상형'이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심지어 연고도 없이 공천받았던데 도봉구민을 얕본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안 후보와의 경쟁에 대해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 사건'에 대한 과거 김 후보의 발언을 거론하며 인사를 건네는 구민도 있었다. 김 후보는 2021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딸 조민씨가 도봉구 한일병원에서 인턴 근무한 것을 비판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입건된 뒤 "당당히 맞서겠다. 학창 시절 교수님이셨던 조국 전 교수께도 '과연 이 상황을 법과 정의의 관점에서 어떻게 봐야 합니까'라고 묻는다"고 해 화제가 됐다. 이 사건은 조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경찰 단계에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김 후보는 하교하는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도 했다. 학생들은 "재섭이 형"이라고 불렀다. 수년 전부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온라인 친구를 맺고 소통했다. 신도봉중 이모군(15)는 김 후보와 분식집에서 어묵을 먹으며 "운동장을 잔디 구장으로 바꿔달라"는 등 대화를 자연스럽게 주고받았다.

김 후보의 '피트니스 경력'도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강점이었다. 학창 시절 유도부, 서울대 럭비부 생활을 한 그는 '3대 500'을 달성한 헬스인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대표적 운동인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스쿼트 3가지 종목을 각 1회씩 수행할 수 있는 최대 중량이 총 500㎏을 넘는다는 뜻으로 근력 운동을 좀 한다는 사람들이 목표로 삼는 수치다.

18세 미만 청소년은 직접 투표 못하지만 '부모 표심'을 움직일 가능성은 없지 않다. 휴대전화 배경 화면을 김 후보와 찍은 사진으로 설정해둔 김모군(14)은 "책임감이 있어 보여 좋다"며 "2020년 총선 때도 엄마한테 재섭이 형 뽑으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시장 방문 뒤 신도봉중 앞에서 거리 인사를 했다. 오후 5시30분부터 서울지하철 4호선 쌍문역 지하에서 퇴근길 인사를 했다. 연신 허리를 굽히는 김 후보와 인사한 이모씨(60·여)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국민의힘 지지자는 아니지만 유튜브에서 김 후보를 보고 기대하게 됐다"며 "이념 싸움에 몰입하지 않고 국민이 진짜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정치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김 후보의 배우자 김예린씨가 동행했다. 김씨는 "만삭이어서 움직이는 게 쉽지 않지만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아 힘이 난다"며 "출산할 생각 하니 진짜 도봉을 더 좋게 바꿔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빠른 GTX-C 노선 도봉 구간 지하화 △KTX·SRT 창동역 유치 △1호선 전면 지하화 △창동복합환승센터 건립 △재건축·재개발 정부 지원 확대 △산업클러스터 유치 △문화체육시설·주차공간 확충 △전통시장 내 아케이드 설치 △우이천 수변공원 조성 등을 지역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 캠프는 이밖에 동별 맞춤형 공약도 준비돼 있다고 했다.

그는 "도봉구에서 통학·출퇴근·정치 활동하며 직접 느끼고 주민들에게 듣고 내놓은 공약"이라며 "구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크다. '압도적 퀄리티'를 보장하는 공약을 통해 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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