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이런 것까지 정부가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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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에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사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어서 결과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정부가 해외 식당 수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외화벌이 사업을 위해 해외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북한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정부가 업체 수를 목표로 하면 결국 과잉공급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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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농림축산식품부의 두 보도자료에서 정부의 과잉개입을 보았다. 먼저 2월에 발표된 한식 경쟁력 강화전략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경제성장은 물론 한국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정부는 해외 한식당을 1만5000개로 늘리고 그 중 스타 한식당을 100개로 확대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정부가 식당 숫자를 목표로 하는 것이 맞는가? 정부가 해외식당 프랜차이즈 공기업을 직접 운영하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이렇게 정부가 해외 식당 수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외화벌이 사업을 위해 해외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북한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세부과제 역시 과잉개입으로 점철되어 있다. 한식의 전략적 키워드를 정부가 만들어야 하는가? 이태리, 중국 음식은 정부가 만든 전략적 키워드 덕에 세계적 음식이 되었는지 묻고 싶다. 한식인력 교육프로그램을 정부가 개선해야 하는가? 미쉐린 식당 인턴십을 정부가 주선해야 하는가? 국가별 수요를 반영한 음식관련 콘텐츠를 정부가 만들어야 하는가? 정부가 해외 한식당에 국산 식재료를 지원해야 하는가? 국내 한식당의 인력난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가? 국내 영세 외식 업체의 경쟁력을 정부가 강화시켜 주어야 하는가? 해외 우수 한식당을 100개 선정한다고 하는데 만 개의 세계 한식당 중 어떻게 100개를 선정할 것인가? 해당 지역 내 한식당 간에도 경쟁이 있을 것인데 정부가 이렇게 일방의 손을 들어 주어도 되는가? 그 100개 중 하나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한식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동시에 무너지지 않겠는가?
정부의 역할은 민간의 활동을 위해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식의 해외진출에 가장 중요한 주체는 외식 프랜차이즈이다. 그러나 우리의 외식 프랜차이즈 규제는 심한 편이다. 상장 기업도 몇 개 없다. 한식의 세계화는 외식업계의 대기업이 이끌어야 한다.
올 1월에 발표된 쌀가공산업 육성계획도 마찬가지이다. 가루쌀은 쌀 수요 확대와 밀 수입대체 수단으로 매우 유망하다. 그러나 농림부의 계획은 기업이나 협회의 계획이라는 착각을 준다. 먼저 정부가 10대 유망품목을 고른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다. 이는 기업에 맡겨야지 정부가 유망품목을 정하면 새로운 품목개발 노력이 약화된다. 둘째, 수요기반 확대방안이 모두 공급자 육성뿐이다. 공급만 하면 수요는 유발될 것으로 보는 태도이다. 정부가 업체 수를 목표로 하면 결국 과잉공급을 유발한다. 셋째, 10대 핵심기술 연구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민간이 알아서 할 분야가 많다. 정부의 연구는 민간이 못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쌀가공 산업을 위해 정작 정부가 할 일은 계획의 마지막에 짧게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그것은 규제개선 등 제도기반 정비이다.
정부는 민간이 할 걱정을 대신하지 말아야 한다. 규제 등 민간의 걸림돌을 제거할 걱정을 해야 한다. 정부의 과잉개입은 국민의 정부만능주의 탓도 있지만 정부도 피해자는 아니다. 이를 핑계 삼아 권한을 키우기 때문이다. 각 부처의 장관들은 부하 직원이 가지고 온 계획안에 대해 이렇게 묻기 바란다. “이것이 정부가 할 일인가요?”
조용석 (choju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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