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80%'가 역차별이라니…"의대 증원 왜 하는지 생각해야"

성소의 기자 2024. 3.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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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오늘 대학별 정원 배정 결과 발표할 듯
비수도권 1600명 증원에 지역인재 선발 확대에
"의사들처럼 정부에 소송하고 싶다" 글까지 등장
전문가 "기본적으로 지역 인력 부족 해소 정책"
"지역 의료 위기 고려하면 비수도권 증원 필요"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19. ks@newsis.com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정부가 지역별·대학별 의과대학 정원을 확정해 20일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수도권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비수도권 의대 중심 증원은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역·필수의료 분야 의사 인력 확충이라는 당초 증원 취지를 고려했을 때 비수도권 중심 증원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5학년도 각 의과대학별 입학 정원을 이날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증원분 2000명 중 80%에 해당하는 1600명을 비수도권 의대에 배정하고, 수도권 의대는 총 400명 배정하는 방안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도권 중에서는 서울권 8개 의대(서울대·가톨릭대·경희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고려대) 증원은 최소화하고 경기와 인천 5곳(아주대·차의과대·인하대·가천대·성균관대)에 정원을 집중 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학생·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60%로 대폭 늘리기로 한 가운데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면, 수도권 지역 학생들보다 비수도권 지역 학생들이 의대 진학에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15일 수도권에 거주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부모 A씨는 "2028년에 수도권 대학병원들의 분원이 대규모로 예정돼있다"며 "그렇다면 대다수 (비수도권) 의대생들은 결국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셈인데, 굳이 지역인재전형의 특혜를 받을 필요가 있냐"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A씨는 "(비수도권 지역 의대생들이) 대부분 수도권 분원으로 전공의를 하러 올 예정이라면 수도권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그만큼의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적어도 수도권 학생들도 늘어난 지방 의대의 티오(TO·정원)를 누릴 수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지방 의대에 입학하더라도 졸업 후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의대생들이 수련 과정을 밟는다면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라는 증원 취지에 어긋날 뿐더러 수도권 학생들에게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또다른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정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확대 방침을 두고 '소송을 하고 싶다'는 글도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 B씨는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 40%는 쿨하게 동의하는데, 갑작스런 60% 권고는 참을 수 없다"며 "의사들처럼 정부에 소송하고 싶다. 역차별과 공정성에 위배가 된다는 쪽으로 주장을 내고 싶다"고 했다.

이 글에는 '수도권에 사는 게 죄다. 역차별이다', '누가 (소송을) 시작해주면 좋겠다', '소송 시작된다면 동참한다' 는 등의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지난 1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충북대학교 대학본부 건물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이 대학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의대 운영대학 현장 간담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4.03.19. jsh0128@newsis.com

그 밖에 대형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정부의 비수도권 의대 중심 증원 방침을 두고 '수도권 깡촌은 운다', '경기도 촌동네 학생들은 어쩌라는 거냐' 등의 반응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역 의료체계 개선을 고려했을 때 비수도권 의대 중심 증원과 지역인재전형 선발 확대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권 한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중을 60%로 늘린다는 것이 수도권 학생들의 의대 입학 루트를 전부 막아버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도권 역차별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방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해도 수련할 병원이 서울에 몰려있기 때문에 의대생들이 다시 서울로 올라오긴 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지방에 상대적으로 정원을 더 늘려주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증원하는 것보다 지방에 남는 학생들이 많아지게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지방 의대 정원을 100명 늘리면 그 중 60명은 서울로 올라오고, 40명은 그 지역에 남는다고 해도 해당 지역에 의사가 40명 많아지게 되는 것"이라며 "결국 시장 논리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수도권보다는 지방 의대 중심으로 우선 증원하는 것이 지역 의료에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대 증원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의료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여기에 수반되는 사회적인 현상으로 '의대 쏠림' 문제나 지역인재 선발 확대로 인한 약간의 왜곡 현상이 교육 시장에 나타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순간적으로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며 "지역의 의료 위기를 고려했을 때 비수도권 의대 증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내년도 대학별 의대 입학 정원을 발표하면, 지역인재전형 선발을 노린 수도권 학생·학부모들의 '지방 유학'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들어 의대 진학 목적의 '지방 유학'에 관한 학부모들의 문의가 최근 들어 쇄도하고 있다는 게 입시업계 전언이다.

한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는 "지방 유학에 대한 문의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며 "'어느 지역 쪽이 괜찮겠느냐'를 비롯해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가야 되냐는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학부모들이 많이 묻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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