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우먼의 홀로서기, 재밌는데 왜?[시네프리뷰]

2024. 3. 2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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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북미지역에서 개봉한 <마담 웹>에 대한 평가는 처참하다는 표현이 딱이다. 정작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혼란에 빠졌다. 그렇게 악평 일색인데 왜 나는 재미있지?

/소니 픽처스


현대 미국 상업영화의 대표 장르로 주목받았던 슈퍼히어로 영화는 원작의 본원에 따라 크게 ‘DC’와 ‘마블(Marvel)’로 구분된다. 1934년 설립된 DC 코믹스가 1939년 설립된 마블 코믹스보다 만화업계 선배이고, 영상화에서도 <슈퍼맨>, <배트맨>, <원더 우먼> 등의 성공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는 크게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마블 코믹스가 1993년 마블 스튜디오를 설립해 본격적인 영상사업에 뛰어들면서 판도는 뒤집힌다. 특히 2008년 발표한 <아이언맨>의 성공을 기점으로 확장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향후 10년간 블랙홀처럼 영화시장 전반의 모든 화제를 빨아들이는 큰 사건이 됐다.

흔히 ‘마블 영화’로 통칭하지만, 현재 마블 영화는 2개로 나뉜다.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영화, 그리고 소니 픽처스가 제작하는 <스파이더맨> 관련 영화다. 소니 픽처스가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의 권리를 갖게 되는 과정은 지난하다. 그리고 행사할 수 있는 권리 역시 제한적이다. 하지만 간단히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스파이더맨과 관련한 영상화 권리는 일부 몇몇 권한을 제외하고 소니 픽처스가 영구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마블 영화사가 제작하는 작품에 스파이더맨을 등장시키려면 자신들이 만든 캐릭터임에도 마블은 소니 픽처스의 허락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출가한 스파이더맨 세계관 작품의 최신작

수많은 슈퍼 영웅이 있는데 ‘스파이더맨’ 하나가 무슨 대수인가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하나의 캐릭터가 지닌 영향력이라는 게 상업적으로 어마어마하다. 또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통칭하는 세계관 안에 머무르는 관련 캐릭터만 해도 9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미 2편이나 만들어진 <베놈>(2018) 시리즈나 <모비우스>(2022) 등이 스파이더맨에서 파생돼 만들어진 솔로 영화들로 소니 픽처스 제작의 마블 영화다.

이번에 개봉한 <마담 웹> 역시 이런 배경에서 제작된 또 한 편이다. 스파이더맨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앞선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스파이더맨’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지난 2월 북미지역에서 앞서 개봉한 <마담 웹>에 대한 평가는 처참하다는 표현이 딱이다.

세계 최대의 영화 데이터베이스인 IMDb(imdb.com) 관객 평점은 10점 만점에 3.7을 기록하고 있다. 요즘 대중에게 신작 평가의 믿을 만한 기준으로 대접받고 있는 로튼 토마토(rottentomatoes.com) 사이트 평점은 신선도(전문가 평가) 12%, 팝콘 지수(관객 평가)는 54%로 역대 슈퍼히어로물 전체를 통틀어 최악이라는 말이 나돌 지경이다. 이나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수치가 계속 하향하는 추세다.

최근 슈퍼히어로물들이 보여준 연이은 부진에 실망한 관객들의 비난은 더욱 드센 형국이다. 이런 비호감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보니, 어느 정도 엉망이기에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졌다는 조소까지 등장했다.

우려보다는 볼만한 영웅 탄생의 무용담

배경은 2003년, 구급대원으로 일하는 캐시 웹(다코타 존슨 분)은 인명구조 중 죽음의 위기에 처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이후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그는 사악한 사업가 이지키얼 심스(타하르 라힘 분)의 끔찍한 계획을 눈치채고, 이를 저지하는 동시에 3명의 소녀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정작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더 큰 혼란에 빠졌다. 그렇게 악평 일색인 영화인데 ‘왜 나는 재미있지?’. 남들은 다 ‘틀리다’는데, 혼자만 ‘맞다’고 생각할 때의 불안함이랄까.

영화를 보고 평가를 하는 데는 많은 조건이 개입된다. 무엇보다 개인의 취향은 가장 큰 변수다. 적어도 필자는 충분히 즐길 만한 영화였다. 이렇다 할 획기적 혁신이나 의미를 지닌 건 아니고, 상당히 전형적인 전개를 이어가지만 나름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특히 호감 가는 캐릭터들과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조합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보는데 큰 동력이 된다.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처럼 소니 픽처스는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적어도 2018년에는 그랬다. 하지만 연이은 흥행 저조와 더불어 슈퍼히어로물 시장 전체의 쇠락으로 궤도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제목: 마담 웹(Madame Web)

제작연도: 2024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16분

장르: 액션, SF

감독: S. J. 클락슨

출연: 다코타 존슨, 타하르 라힘, 시드니 스위니, 이사벨라 머세드, 셀레스트 오코너

개봉: 2024년 3월 13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100주년 컬럼비아 영화사의 ‘토치 레이디’ 변천사


/ www.youtube.com/@Stuff_To_Watch


영화 본편에 앞서 보이기 때문에 일명 ‘리더 필름(Leader Film)’이라고 불리는 제작사 로고들은 반복해 노출되는 만큼 익숙한 이미지로 관객들이 마음을 여는 데 일조한다.

<마담 웹> 전편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솔직히 처음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컬럼비아 픽처스의 로고 영상(youtu.be/Fb8qO3fcPhY)이었다. 평소 익숙한 시그널과 함께 시작되던 로고가 흑백으로 변하더니 갑자기 과거의 디자인으로 바뀐다. 이어 초기 디자인부터 현재까지의 변천사가 집약적으로 파노라마처럼 나온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특별 영상이다. 별도의 홈페이지(www.columbiapictures100.com)도 개설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100주년을 맞은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자축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워너 브라더스(1923년 4월 4일), 월트 디즈니 컴퍼니(1923년 10월 16일)에 이어 컬럼비아 픽처스(1924년 1월 10일) 차례가 된 것이다.

컬럼비아(Columbia)라는 명사는 합성된 라틴어로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컬럼브(Columb)’와 라틴어에서 국가명의 뒤에 붙이는 ‘이아(ia)’를 합쳐 만들어진 단어로 ‘컬럼버스의 땅’이라는 뜻이다. 단어 자체가 미국을 의인화하는 데 사용된 역사적·시적 이름이자 하나의 캐릭터이며, 미국의 여성적 형상화다.

컬럼비아 픽처스의 로고는 다른 영화사들과 달리 일명 ‘토치 레이디(Torch Lady)’라고도 불리는 모델이 등장하는 덕에 다채로운 변형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Columbia Pictures Logo Variations’으로 검색하면 컬럼비아 픽처스 로고의 다양한 변형 사례만 모아놓은 클립만 10여 개가 나올 정도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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