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재수, 지역현안 해결사” vs “경륜은 서병수”
경남 양산을 “김두관, 중앙정치만 바빠” “김태호, 잠깐 이사오셨나”
유승민·이철희 전 의원의 총선특강 ‘우리동네 국회의원 제대로 뽑는 법’. 검색창에 ‘휘클리 심화반’을 쳐보세요.
“서병수를 뽑을 거지만, 전재수가 실력 있는 사람인 건 잘 알고 있어요.”
지난 18일 부산시 북구 덕천역 앞에서 만난 이아무개(69)씨는 ‘22대 총선 부산 북갑 선거에서 어느 후보를 뽑을 생각이냐’는 질문에 “나는 원래 보수층”이라면서 이렇게 답했다. 평소 지지하는 정당인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겠지만, ‘인물론’으로 따지자면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떨어뜨리기 아깝다는 평가였다.
서부산·동부경남 지역 ‘낙동강 벨트’ 중 한곳인 부산 북갑에선 이 지역 3선에 도전하는 전재수(53·재선) 민주당 의원과 당의 ‘험지 출마’ 요청으로 지역구를 옮겨 도전장을 낸 서병수(72·5선) 국민의힘 의원이 맞붙는다. 제이티비시(JTBC)가 여론조사업체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진행한 전화면접 방식 여론조사 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를 보면, 전 의원(47%)을 찍겠다는 이가 서 의원(38%)보다 많은 등 몇몇 조사에서 오차범위 안팎으로 전 의원이 앞서고 있다.
이 지역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가 조정돼 북·강서갑에서 북갑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8~21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만덕1동이 북을로 넘어갔다. 애초 이 지역은 1990년 3당 합당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문정수(재선)·정형근(3선)·박민식(재선) 전 의원 등 줄곧 국민의힘 전신 정당 차지였다.
전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 때 도전을 시작해 ‘3수’ 만인 2016년(20대) 처음 당선됐고, 이후 8년간 지역 기반을 다졌다. 이 때문인지 지난 18~19일 한겨레가 만난 부산 북갑 유권자들은 연령대와 지지 정당을 떠나 현역인 전 의원이 여러 지역 현안을 해결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는 듯했다. 구포동에 20년 이상 거주한 손아무개(55)씨는 전 의원이 2020년 구포 개시장 철거와 구포시장~낙동강 일대를 연결하는 ‘금빛노을브릿지’ 개통을 추진한 점 등을 언급하며 “8년 동안 지역이 눈에 띄게 변화하는 걸 봤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 의원은 부산시장 출신이자 여당 중진이라는 무게감과 인지도가 강점이다. 2002년 부산 해운대·기장갑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서 의원은 이 지역에서 내리 4선을 했고, 부산시장을 지낸 뒤 지난 총선 때 부산 부산진갑에서 다시 배지를 달았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수락했다. 북갑 장년층 중엔 서 의원의 이런 ‘스펙’에 기대를 거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덕천동 주민인 이아무개(74)씨는 “서 의원은 시장도 했고, 국회의원도 여러번 했으니 경륜이 있지 않나. 무슨 일이든 경험이 중요한 만큼 여기서도 일을 잘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낙동강 벨트’의 또 다른 격전지로 꼽히는 경남 양산을 또한 국민의힘이 8년 만에 탈환을 시도하는 곳이다. 이곳은 전직 경남지사 간 대결로도 주목받고 있다. 현역인 김두관(65·재선) 민주당 의원과, 당의 요구로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지역구를 옮긴 김태호(62·3선) 국민의힘 의원이 후보로 뛰고 있다. 이 지역은 2016년 총선 때 양산이 갑·을 선거구로 나뉜 뒤 치러진 두차례 총선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국민의힘은 지역 내 구도심인 웅상 지역(소주동·평산동·덕계동·서창동), 민주당은 2021년 말 입주를 시작한 사송신도시 건설로 젊은층이 많이 거주하는 동면(사송리·내송리) 표심을 잡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웅상 덕계종합상설시장에서 25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상인 ㄱ(57)씨는 “여기는 경남이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지역구는 양산갑)가 가까운 동네라 지역 여론이 반반”이라며 “어르신들은 대체로 보수당을 좋아하지만, 젊은 사람들도 늘면서 이젠 누가 누굴 뽑을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론조사는 접전이다. 지난 12~13일 제이티비시-메타보이스 조사에서 김두관 의원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45%)이 김태호 의원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38%)보다 많았다. 반면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맡겨 지난 11~12일 진행한 무선전화 인터뷰 여론조사에선 김태호 의원(45%)이 김두관 의원(41%)을 오차범위(95% 신뢰수준, ±4.4%포인트) 안에서 앞섰다.
덕계동에 사는 60대 택시기사 강아무개씨는 “이곳 현역인 김두관 의원이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느냐”면서도 “김두관 의원은 주로 중앙정치를 하느라 지역구를 등한시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평산동에서 만난 이아무개(39)씨는 김태호 의원을 두고 “이번에 이사를 오셨던데 잠깐 (출마를 위해) 오신 건지, 여기에 어떤 뜻이 있어 온 건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선거 때마다 나오는 지역 발전 공약이 지켜진 게 없다 보니, 현역 국회의원에게 기대를 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송나들목(IC) 개통 공약을 가장 바란다”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이라는 건 상관없다. 공약을 보고 뽑을 것”이라는 등 공약을 두고 보겠다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부산 양산/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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