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본 경제] 예천·청송 상공서 포착된 수상한 징후...사과 금값된 이유 있었네

송복규 기자 2024. 3.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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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나라스페이스 ‘스페이스 저널리즘’ 공동기획
사과·배 도매가격 사상 최고가 경신
대표 특산지 식생지수 평균 5.09% 하락
강수량·습도·기온 오르며 수확량 확 떨어져
지난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사과를 고르는 시민들의 모습./뉴스1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이 위성 영상을 활용해 분석한 경북 청송군 식생지수. 지난해와 2022년 식생지수 차이를 비교한다./나라스페이스

사과와 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사과와 배의 수확량이 줄며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사과와 배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과일이지만, 국내 생산에 의존한다. 새로운 병충해를 막기 위한 검역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사과와 배를 수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과와 배 도매가격은 1년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1일 사과 10㎏당 도매가격은 9만1700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3월(4만996원)보다 123.6% 올랐다. 같은 기간 배는 4만3984원에서 10만3600원으로 무려 135.5%나 비싸졌다. 사과와 배 도매가격이 각각 9만원과 10만원을 넘긴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과일 수확량이 급격히 줄어든 원인으로는 한반도의 기후 변화가 꼽힌다. 사과와 배는 적정 기온보다 높으면 과수화상병이, 습도가 높으면 탄저병이나 갈색무늬병이 일어난다. 한국에서는 경북 안동시와 예천군, 청송군이 사과를, 전남 나주시와 경기 안성시에서 배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반도 기후가 변하면서 이곳 특산지의 과일 생산이 타격을 입었다.

그래픽=손민균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2022년과 2023년 6월 각각 촬영한 인공위성 영상으로 국내 특산지의 사과·배 수확량을 분석한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사과·배 과수원들의 식생지수(NDVI)와 기후 변화 추이를 비교 분석한 결과, 특산지에서의 과일 생산성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식생지수는 식물이 반사하는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으로 나무나 작물 상태를 정량화한 지수다. 건강한 식생은 가시광선은 대부분 흡수하고 근적외선을 크게 반사한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거나 식생이 드물면 가시광선을 비교적 많이 반사하고 근적외선을 적게 반사한다. 위성 영상의 근적외선과 적색 대역 영상의 차이를 이용해 식물의 분포량과 활동성, 엽록소 함량, 광합성 흡수 복사량을 파악할 수 있다.

분석은 과수원 영역에서 자라는 과일나무의 매년 4~8월 식생지수의 평균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4월에서 8월 사이는 식물의 생장이 가장 활발한 시기다. 이 시기에 과일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 해당 연도의 수확량이 대폭 줄어든다. 지난해 기준 국내사과 생산의 62.1%를 차지하는 경북과 배 생산의 33.9%를 담당하는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식생지수를 계산했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이 지난해와 2022년 위성 영상을 활용해 경북 청송군의 식생지수를 분석한 뒤 차이를 이용해 변화를 분석했다./나라스페이스

우선 사과 최대 생산지인 경북 안동시와 예천군, 청송군은 지난해 전체 과수원 면적 5.45㎦ 중 절반이 넘는 3㎦에서 전년보다 식생지수가 하락했다. 지난해 세 지역의 평균 식생지수는 전년보다 6.54% 내렸다.

특히 세 지역 중 가장 북쪽에 있는 예천군의 경우 식생지수가 0.43 정도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았다. 다른 지역들도 지난해 식생지수가 전년인 2022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생지수가 떨어지면서 국내 사과 수확량도 함께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국내 사과 수확량은 1000㎡당 1598㎏으로, 5년 전인 2019년(2239㎏)보다 28.6% 줄었다.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식생지수에 맞춰 수확량도 크게 떨어졌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이 위성 영상을 활용해 분석한 전남 나주시 식생지수. 지난해와 2022년 식생지수 차이를 비교한다./나라스페이스

배의 경우 지난해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배 특산지인 전남 나주시와 경기 안성시의 지난해 평균 식생지수는 전년보다 2.62%, 국내 배 수확량은 25% 하락했다.

두 지역 중 전남 나주시의 경우 식생지수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경기 안성시는 식생지수가 2년 전보다 15% 가까이 떨어졌다. 국내 배 1000㎡당 수확량은 2019년 2212㎏에서 지난해 2084㎏으로 5.7% 줄었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이 지난해와 2022년 위성 영상을 활용해 전남 나주시의 식생지수를 분석한 뒤 차이를 이용해 변화를 분석했다./나라스페이스

식생지수가 떨어진 지역에선 습도와 강수량이 높아지는 기후 변화 양상이 나타났다. 경북 지역의 지난해 4~8월 강수량은 225.6㎜로, 5년 전인 2019년(115.3㎜)의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전남 지역도 마찬가지로 강수량이 지난해 277.2㎜로 최근 5년 중 4~8월에 비가 가장 많이 내렸다. 많은 강수량으로 경북과 전남의 지난해 습도는 전년보다 평균 6.64% 올랐다.

매년 4~8월 기온 변화는 두 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2022년부터 섭씨 21도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전남 지역도 2021년부터 4~8월 평균 기온이 섭씨 21도를 넘는 것으로 기록됐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이 분석한 국내 사과 수확량과 식생지수 비교. 사과 특산지 세 지역에서 지난해 식생지수가 급격히 하락했다./나라스페이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이 분석한 국내 배 수확량과 식생지수 비교. 경기 안성시는 지난해 식생지수가 급격히 하락했다./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기상자료와 위성영상 분석을 통해 사과·배 생산성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분석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습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탄저병, 갈색무늬병, 검은별무늬병으로 사과와 배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사과와 배가 지난해 제대로 수확되지 않아 저장량이 줄어든 것이 올해 초 가격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어스페이퍼팀은 “지난해 나주 지역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식생지수가 내렸고, 전체적으로 평균 5.09%씩 하락했다”며 “지난해 습도와 강수량이 급격히 늘면서 과수원들의 식생지수가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지역의 식생지수와 기후 변화 자료를 함께 분석하면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수년 전만 해도 하루 한번 같은 장소를 찍기 어려웠지만 저가 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 분야는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영상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조선비즈는 우주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우주경제 시대를 앞두고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와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매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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