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 자금 동결 풀어라”… 러시아 은행, 국내 은행 줄줄이 제소

김유진 기자 2024. 3.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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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2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동결된 러시아 은행이 국내 은행을 상대로 계좌 동결을 풀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러시아와 유사하게 자금이 동결됐던 이란 은행도 자금 동결 조치가 해제된 이후 국내 은행을 상대로 동결 기간 동안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자,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 등에 대해 보전을 요구하는 소송을 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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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미국 對러시아 금융제재 동참
러 은행, KB국민·하나에 자금 동결 해제 소송
은행권, 지연이자 지급 등 추가 소송 우려
KB국민은행(왼쪽)과 하나은행(오른쪽) 전경. /각 사 제공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2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동결된 러시아 은행이 국내 은행을 상대로 계좌 동결을 풀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러시아 현지에서 진행되는 만큼 국내 은행의 승소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러시아 MTS뱅크(MTS Bank)는 러시아 모스크바시 상사법원에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계좌 동결 해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두 은행은 올해 초 소장을 받고 재판을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에 동결된 MTS뱅크 자금은 약 1700억원이다. KB국민은행이 1464억원, 하나은행이 255억원의 자금을 동결 중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소장을 받은 단계다”라며 “현지 법원 재판 일정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소송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권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에 동참했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 통제관리국(OFAC)은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목록에 MTS 뱅크 등 러시아 은행을 포함했다. 미국이 SDN으로 지정한 기관과 거래를 지속한다면 세컨더리 제재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은행은 자체적으로 계좌 동결 등 러시아 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소송은 러시아 현지에서 진행되는 만큼 국내 은행이 승소할 확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OFAC 제재 준수에 따른 비슷한 소송에 대해서 러시아 법원이 보이고 있는 입장을 고려하면 국내 은행이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1심에서 패소하더라도 3심까지 소송을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소송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은행이 자금 동결 해제 이후 지연이자 지급 요청 등 추가적인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와 유사하게 자금이 동결됐던 이란 은행도 자금 동결 조치가 해제된 이후 국내 은행을 상대로 동결 기간 동안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자,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 등에 대해 보전을 요구하는 소송을 건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은행의 러시아 법인 실적은 고꾸라지고 있다. 러시아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총포괄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총포괄손실은 20억3900만원이다. 같은 기간 러시아우리은행 또한 8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으나, 총포괄손실이 31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총포괄이익은 당기순이익과 매도가능증권이나 파생상품의 평가손익 등 기타포괄손익을 더한 값이다. 러시아 법인이 총포괄손실을 기록했다는 것은 영업을 통해서는 돈을 벌었으나, 영업 외 활동을 통한 손실이 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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