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동작을]나경원 "멈춘 4년, 두번 안 속아" vs 류삼영 "목숨 걸고 싸울 것"
'5선 재도전' 나경원 vs '정치 신인' 류삼영
나, 교육·교통 공약 부각…류, '정권 심판론' 강조
[서울=뉴시스] 강주희 이승재 이현주 수습 조수원 수습 기자 = 4·10 총선 최대 격전지인 '한강 벨트'에 속한 서울 동작을은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1987년 민주화 이후 9번의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4차례, 진보정당이 5차례 승리를 거뒀다. 특정 정당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는 특성 탓에 선거 때마다 수도권 전체 판세를 가르는 주요 격전지 역할을 해왔다.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 전략공천을 받은 이수진 후보가 52.1%를 얻어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45%)를 7.1%포인트(p) 차이로 이겼다. 4년 전 패배를 딛고 설욕전에 나선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는 동작을을 야당에 내줬던 기간을 '멈춘 4년'이라고 비판하며 "이제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달라"고 말한다.
나 후보에 맞서는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권 심판론'을 앞세웠다. 초선에 도전하는 정치 신인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경찰국 설치 반대를 주도했던 인물인 만큼 '투사'의 이미지를 살려 거물급 정치인을 상대하겠다는 각오다.
'일할 수 있는 사람' 나경원…교육·교통 공약 부각
나 후보는 자신을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증명하고자 피켓 앞면에 '서리풀에 이어 동작대로가 뻥 뚫립니다!'라는 문구를 적었다고 한다. 2019년 개통된 서리풀터널은 나 전 의원이 현역 의원 당시 주민들과 이뤄낸 성과다. 내방역과 서초역을 이어 강남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기억하는 주민도 만날 수 있었다. 이 곳에서 30년을 살았다는 70대 여성 김모씨는 "나 전 의원이 서리풀터널을 뚫었고 동작을 위해 일한 결과가 보였다"면서 "(현역인) 이수진 의원이 있을 때는 결과가 안 보였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이수과천 복합터널 조기 완공 ▲사당로 확장 ▲남성역 출입구 연장 등을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교통과 함께 내세운 또 다른 공약은 '교육'이다. 나 후보가 걸친 뒷면 피켓에는 '동작을 ABC 교육특구'라는 문구와 함께 ▲과학중점학교 ▲학군조정 ▲IB프로그램 도입 ▲학원가 유치 등 중점 공약이 제시됐다.
자녀를 둔 30~40대 유권자에겐 이런 공약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연령층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기 때문에 나 후보도 역점을 두고 있는 총선 전략이다. 40대 여성 박모씨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정책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힘을 찍을 것"이라며 "지금 교육 정책은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자율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언제 변할지 모르는 '바람'보단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약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지역에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지역민이 더 잘 선택할 것"이라며 "동작은 발전해야 할 것이 많고, 4년 간 멈춰버린 것에 대해 지역민이 안타까워 하기 때문에 두 번 속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뽑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불거진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선 "현장 민심은 물가에 대해 가장 많은 걱정을 한다"며 "당정이 공동으로 노력해 국민들의 민생 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이종섭 주호주대사 문제 때문에 분위기가 좋지 않아졌다는 지지자도 있다"며 "팩트와는 달리, 정치는 보여지는 것이다. 국민 우려를 불식시켜주는 게 맞다"고 했다.
'검찰 잡는 경찰' 류삼영, 심판론으로 바람몰이 나서
경찰대 4기 출신으로 35년 간 경찰에 몸 담았던 류 휴보는 2022년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했다가 징계를 받았다. 이듬해 스스로 제복을 벗은 뒤 민주당 영입 인재 3호로 발탁돼 정계 입문했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민주당에겐 최적화된 인사로 류 후보 역시 스스로를 '정권에 맞선 투사'라고 자부하고 있다.
이날 류 후보는 출근길 인사에 이어 노인정 방문, 학부모 총회 등 일정을 소화하며 민심을 샅샅이 훑었다. 왼쪽 눈에는 빨간 실핏줄이 맺혔지만 한 달도 채 남지 않는 선거에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로 임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류 후보는 "목숨을 구제하려는 사람과 목숨을 건 사람의 차이는 다르다"며 "그런 대의와 명분을 가지고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각오로 임하면 승산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난 5일 후보 등록을 마친 류 후보는 명함에 '경찰 잡는 경찰'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경찰 경력과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 활동을 강조했다. 출마 선언 이후 라디오, 유튜브 등에 출연하며 지역 유권자들에게 이름을 알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12일과 13일 이틀 연속 동작을을 찾아 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이날은 페이스북에 "달려라, 류삼영. 동작을 선거는 신한일전"이라고 적었다.
류 후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만날 수 있는 분들도 한정돼 있지만 저를 알려주시는 분들의 열의가 대단하다"며 "남은 시간에 확산되기 나름"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총선 공약으로는 사당·이수·남성 역세권 상업벨트 확대, 흑석 수변 공원 조성 및 수변으로 지하 연결통로 개설 등을 내걸었다. 강남 4구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이 적지 않은 만큼 교육 공약은 흑석동 신설 고등학교 개교를 약속했다.
'흑석동 표심' 판세 변수될 듯…여론조사선 나경원 앞서
2018년 1073세대의 아크로리버하임과 545세대의 롯데캐슬 에듀포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흑석동 민심은 보수 쪽으로 더 기울었다. 이를 반영하듯 2022년 대선 당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흑석동에서만 1만1061표(59.0%)를 얻어 이재명 민주당 후보(6931표·36.9%)를 크게 제쳤고, 같은 해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9055표)가 송영길 민주당 후보(4320표)를 앞질렀다.
21대 총선에선 이수진 민주당 후보가 이겼지만 흑석동은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9657표(52.24%)를 몰아줬다. 이 후보는 1344표 적은 8313표(44.97%)를 받았다. 이 같은 흐름을 전제로 할 경우 동작을 판세는 나 후보에게 유리하지만 교통 인프라 개선, 교육 시설 확대 등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선 나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지난 10~11일 이틀간 동작을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나 후보는 50%, 류 후보는 3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조사는 100% 휴대전화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 95%이며 신뢰 수준에 ±4.4%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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