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우리 회장님이세요?”… 애널리스트의 ‘전망’에 불쾌해 하는 기업들
파격적 전망 담은 리포트에 기업은 ‘당혹’
최근 일부 애널리스트가 파격적 경영 전망을 담은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어 기업 관계자들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이를 두고 개인의 소신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애널리스트의 고유 업무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기본은 ‘분석’인데, 본인의 희망이 담긴 전망을 너무 확신을 담아 투자자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일부 회사는 증권사에 항의할지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S투자증권의 A 애널리스트는 CJ 분석 리포트를 쓸 때마다 올리브영이 기업공개(IPO)를 철회할 것이라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싣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에도 “올리브영 IPO보다는 100% 자회사화 가능성과 이를 통한 사업 지주회사 형태로의 프리미엄 등이 주요 투자 포인트”라면서 “IPO 철회는 지주회사 특유의 중복상장 리스크를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 정책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A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월에도 ‘올리브영 IPO는 사실상 철회’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그는 “사실상 회사는 올리브영 IPO 계획은 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중복 상장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CJ와의 합병 혹은 100% 자회사라는 경우의 수가 검토될 수 있다”고 했다.
A 애널리스트는 확신을 담아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지만, CJ 관계자들은 당황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CJ올리브영의 IPO 재추진 여부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A 애널리스트 추정대로 100% 자회사화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나, 너무 많은 돈이 드는 것이 문제다. CJ올리브영은 IPO를 전제로 사모펀드 글랜우드로부터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 한 관계자는 “해당 애널리스트가 우리 회장님인 줄 알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중복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중복상장을 아예 안 하는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여론을 애널리스트 본인 의도대로 끌고 가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증권의 B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3년 전 철수한 모바일 사업을 다시 전개해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내놔 관련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지난달 ‘모바일이 없는 플랫폼은 외롭다’는 제목의 LG전자 종목 리포트를 발간하고 “LG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면서 내부 연결기기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며 “신규 모바일 기기에 대한 타진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론 어떨까.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재진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에서 모바일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고 철수 결정을 하기까진 수많은 의사소통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면서 “이제 와서 모바일 사업에 다시 뛰어들어도 좋은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지 않고, 3년 전 뿔뿔이 흩어진 기존 인력을 다시 불러 모으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통신사 중 하나인 KT에 대해 한 달 새 매도 의견이 담긴 리포트를 5건이나 내며 주목을 받았던 하나증권의 C 애널리스트 역시 과감한 전망을 낸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KT의 희망퇴직 가능성을 언급하며 배당이 급감할 것이라는 리포트를 낸 바 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김영섭 KT 신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명예퇴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곧이어 배당을 축소할 것이라는 리포트를 또 냈으나 KT는 분기 배당을 도입하고 배당 수준도 내년까지 최소 주당 1960원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 기업의 과거 실적을 분석하고 미래 실적 전망을 내놓는 것은 애널리스트의 핵심 업무이고, 정확한 예측은 당연히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기업 내부에서도 결정되지 않은 사항을 예단짓는 리포트를 연달아 내고, 분석 실패가 잇따르는데도 마치 고집을 피우는 것처럼 기존 의견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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