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치워야죠" "원희룡도 못 이겨"...미니 대선 '명룡대전'
"이재명 치워야죠" 원희룡, '이천수·엄홍길' 함께 계양산 오른 이유는
[2024 빅매치 르포] 인천 계양을-원희룡 국민의힘 후보
"히말라야가 아무리 높아도 우리가 함께 손잡고 도전하면 반드시 넘을 수 있습니다. 계양산 땅 밟으면서 지역민들의 사랑 가슴에 한껏 담고 맞잡은 손으로 함께 들어올려서 돌덩이도 치우고, 계양 발전의 앞 길도 엽시다."
봄볕이 따스했던 지난 16일 오전 계양산 초입인 인천 계양산성 박물관 앞.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운집한 주민들을 향해 이같이 밝혔다. 그가 밝힌 치워야 하는 돌덩이란 이 지역구 현역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가리킨다.
이날 '계양 희(喜)말라야 원정대' 행사는 주민들에게 '계양 발전'이란 기쁨을 드리고 싶단 의미를 담아 기획됐다. 산행엔 세계 최초로 해발 8000m 이상 산악 16좌를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 이천수 후원회장이 '계양 원팀'으로 함께했다. 최원식 계양갑 후보, 윤형선 계양을 상임선대위원장도 자리를 빛냈다.
원 전 장관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참석했다는 엄 대장은 "청룡의 해 계양산에 새로운 변화,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올 후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원희룡 후보 적극 성원, 응원해 주시고 함께 이 기운을 모아 올해 꼭 4월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끔 도움을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천수 회장은 "어머님 아버님, 저희 원희룡 후보님 많이 도와주십시오"라며 넙죽 큰 절을 올렸다.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원 전 장관은 등산복을 제대로 갖춰입은 엄 대장과 참석자들을 향해 "혹시 여길 진짜 히말라야로 알고 오신 건 아니죠"라고 장난을 쳤다. 그러면서 "오늘은 등산이 주 목적이 아니다. 사진이다. 언제 이런 조합으로 찍어보겠나"라고 했다. 실제 집합부터 등산 시작까진 1시간이 걸렸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진 촬영에 모두 응하면서다. 사진 촬영 후엔 매점에서 어묵 등을 먹었다. 지역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취지다.
오전 10시쯤 산행이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원희룡입니다. 인사 좀 드리겠습니다." 이들 3인방은 마주치는 등산객들을 한 명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인사를 건네고 사진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했다. 등산로인 만큼 50대 이상 유권자들이 다수였는데, 이들은 "많이 좀 부탁드린다. 너무 낙후됐다", "이번엔 꼭 역전해야 한다. 썩은 돌덩이를 치워버려야 한다", "이천수, 우리 고향 사람 고생 많네 열심히 좀 해봐"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원 전 장관의 악수 요청에 어색해 하거나 "왜 길을 막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일부 있었다. 2030 세대들은 심드렁한 표정이다가 이 후원회장과 엄 대장을 목격하고는 "오 이천수다, 이천수 아니야?" "뭐 하나 했는데 엄 대장님이 계시네"라며 관심을 갖기도 했다. 이 동네 토박이인 이 후원회장을 '선배님'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주민들도 목격됐다. 이 후원회장의 역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원 전 장관은 "이천수 후원회장의 정성에 매일 놀란다.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함께한다"며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던 이천수 선수가 계양 토박이여서 고향 발전을 위해 도와달라고 허심탄회하게 부탁했는데 선거 유세에 도움이 되는 수준 정도가 아니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들 3인방이 산행 도중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도와주시면 (당선)된다"는 것이었다. 현재 여론조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원 전 장관이 이재명 대표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는 만큼,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상황이다. 원 전 장관은 "16%p에서 시작해 3주 만에 3%p까지 올라왔다. 하루하루 변화하는 민심을 느낀다"며 "계양은 특정 정당이 25년간 독점해 발전이 정체됐다. 계양을을 구석구석 돌며, 교통·주거·문화 혁신을 약속드렸다. 원희룡은 진짜 한다"고 강조했다.
산행을 마친 엄 대장은 "대기를 뚫고 기운이 올라오는 계양산 산행을 마쳤다"며 "이 기운을 받아 계양에서 꼭 원희룡을 응원해주시고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원 전 장관과 이 후원회장은 하산 후 쉴 틈도 없이 계양산 시장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서부간선수로를 찾았다. 따뜻한 봄기운에 산책 나온 계양 주민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선 이 후원회장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천계수중학교를 다닌다는 중학생 무리는 이들과 한 차례 인사를 나눈 뒤 다시 찾아와 축구화와 축구공에 사인을 요청했다. 친구와 통화하던 한 중년 여성은 이 후원회장에게 전화를 바꿔주기도 했다. 70대로 추정되는 주민은 "야, 천수야 오랜만이다. (선거운동 하며) 매 맞고 다니지 마라. 보고 슬프더라"고 걱정했다.
현장 민원 청취도 이뤄졌다. 한 노부부는 원 전 장관에게 "수로 수질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고 원 전 장관은 "수로에 물 흐름만 있어도 충분히 수질이 개선될 텐데"라며 정책팀에 곧바로 해결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원희룡캠프 관계자는 "동별 맞춤공약은 현장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며 꼭 해결해 달라는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발전시키고 있다"고 했다. 서운역을 설치해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대신 전철을 타고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하겠단 공약도 출근길 인사 도중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원 전 장관은 국토부 장관 경력을 이용, 교통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하철 9호선을 동양동, 박촌역까지,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홍대에서 계양, 서운, 작전까지 연결한단 방침이다. GTX-D 작전 서운역 신설도 약속했다. 또 노후 아파트 재건축 시 종(種)상향으로 용적률을 높이고 계양 테크노벨리에 AI(인공지능) 생태계와 수영장, 키즈카페 등을 포함한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불가능한 약속, 절대 안 합니다"...'국회의원 이재명'의 첫 방어전
[2024 빅매치 르포] 인천 계양구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치인이) 불가능한 약속 하면 안 되는 거죠. 저는 절대 그런 약속 하지 않을 겁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인천 계양구 소재의 한 성당 앞에서 만난 한 시민과의 대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계양구와 인접한 지방자치단체 용역 청소부라고 밝힌 이 시민이 "정치인들이 매번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지만 매번 지켜지지 않았다"고 토로하자 이 대표는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이 대표는 본인 지역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는 처지다. 모처럼 계양을 찾은 이날도 그랬다. 이 대표는 만나는 시민들마다 "어느 곳에 사시든지 민주당을 지지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 대표와 계양의 인연은 길지 않다.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인천 계양구을 보궐선거에 전략공천되면서 연을 맺었다.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급하게 계양구청 인근 오피스텔에 거처를 마련했고 당선 후에는 귤현동의 한 아파트에 전세를 얻었다.
그런데도 계양은 이 대표에게 특별하다. 대권에 도전했던 이 대표가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곳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민주당 텃밭으로만 불렸던 계양은 이 대표의 등장과 함께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상대 후보의 중량감도 커졌다. 여권의 대선 잠룡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대형 정치인들의 등장에 주민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는다.
이날 오전 이 대표는 최소한의 수행원만 대동한 채 계양구 소재의 한 교회에서 열린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일상적인 식순이 치러지던 중 대형 스크린에 이 대표의 얼굴이 잠시 비치자 정숙하던 장내가 잠시 술렁였다. 이 대표의 입장 사실을 몰랐던 신자들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예배를 마친 뒤 신자들과 함께 줄지어 빠져나오던 이 대표를 향해 많은 이들이 반가움을 전하고 응원의 말을 건넸다.
한 신자가 옆에 선 이 대표에게 "우리 언니가 왔으면 너무 좋았을 텐데. 성남 사는 우리 언니가 대표님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교회 바깥으로 빠져나온 이 대표 주변으로 많은 신자가 몰려들었다. 교회 신자인 한 50대 부부는 이런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면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국민의힘에서 누굴 내보내더라도 민주당과 이 대표가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지역 행사가 열리는 인근의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과 가까운 계산체육공원에서 하차한 이 대표 주변으로도 인파가 몰렸다. 계산체육공원은 계양산 메인 등산로와 인천지하철 1호선 계산역 사이에 위치했다. 주말이면 가벼운 산행을 위해 인천뿐 아니라 인접한 서울·김포 주민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 대표가 등장하니 운동을 나온 시민들이 한 눈에 알아보고 인사를 나누거나 사진 찍기를 청했다.
사진을 찍으려던 한 시민이 "전 계양구 살지 않는다"며 말끝을 흐리자 이 대표는 "어디 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촬영에 응했다. 성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신자들이 이 대표를 보고 모여들었다. 이들은 "반갑다"라거나 "힘내시라"면서 이 대표를 응원했다. 이 대표 주변은 시종일관 웃음이 넘치는 모습이 연출됐다.
반면 이 대표를 외면한 뒤 갈 길을 재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이름값만으로 표를 얻으려는 행태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입을 모으면서 "지금 계양에 필요한 것은 대형 정치인이 아닌 지역을 위해 땀 흘릴 일꾼"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성당에서 이 대표를 지나쳐 밖으로 나온 한 60대 부부는 "30년 넘게 계양에 살면서 줄곧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피부로 느껴질 만한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이재명과 원희룡이라는 정치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계양 주민의 삶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에만 맡기니 당연히 뽑아주는 줄 알고 신경을 안 쓴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선거에서 전과 다른 선택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면서 "누가 되든 낙후된 지역 개발이나 교통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싶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계양 지역의 주요 현안과 관련한 공약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보궐선거 당시엔 △GTX D Y자노선 원안 추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서울2호선 청라 연장 △공항철도·서울9호선 직접 연결 등을 약속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를 근간으로 하는 공약을 내세울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대리인을 통해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대표는 예비후보 등록을 하며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 명운을 결정할 중대선거"라며 "4·10 심판의 날, 경제와 민생 그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에 책임을 묻고 계양에서부터 무너진 민생을 복원하겠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 계양을은?
대선주자급 인사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출사표로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인천 계양을은 기존엔 민주당 계열 정당이 사실상 싹쓸이 해온 지역구다. 계양구의 동북부 지역이 이 선거구에 해당한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계양구가 단일 선거구였던 16대 총선부터 계양을로 분구된 17~18대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송 전 대표가 중도에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치러진 2010년 재보궐 선거에서 이상권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는데, 보수 정당 후보가 승리한 건 이 때가 유일하다. 이 후보는 야권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으로 분열됐는데도 약 5%p(포인트) 격차로 신승을 거뒀다.
19대 총선에선 최원식 민주통합당 후보가 당선됐으며, 20대 총선에선 2년 전 인천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송 전 대표가 이 지역으로 돌아와 다시 배지를 달았다. 21대 총선까지 이 지역에서 5선의 기록을 세웠다.
2022년 6월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전략공천했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민주당의 '텃밭'에 출마하는 데 대해 여권에서 공세를 퍼부었다. 국민의힘에선 '지역 일꾼'으로 이 지역구에 2차례 출마한 경험이 있는 윤형선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가 이기는 결과도 일부 나왔으나 결국 10.5%p 차이로 이 대표가 승리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작전서운동을 계양을로 보내고, 계산1동과 계산3동을 계양갑으로 넘기는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계산 1동이 갑 선거구로 넘어가고 진보세가 강한 작전서운동이 을 선거구로 넘어왔단 점에서 원 전 장관에게 불리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 이곳 계양을에 전국구 인지도를 가진 후보가 처음 등판했단 점에서 이 대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단 분석도 나온다.
인천=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인천=박상곤 기자 gonee@mt.co.kr 인천=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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