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의심학술지 'MDPI', 승진 필요한 교수들이 논문 더 냈다
MDPI CEO 이번 주 방한…부실의심 학술지 논란 해명 내놓을 듯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승진 압박을 받거나 두뇌한국(BK) 사업에 참여하는 등 논문 실적이 필요한 교수들이 부실 의심 학술지라는 의혹을 받는 스위스 출판기업 'MDPI'의 학술지들에 논문을 더 많이 싣는 경향이 있다는 국내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자를 대상으로 부실 의심 학술지 논문 게재 경향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4대 과학기술원과 같은 연구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인 대학은 오히려 MDPI에 논문을 내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2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허정 한국연구재단 책임연구원과 남기곤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등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학술지 '한국경제포럼'에 이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부실 의심 학술지는 기존 학술지처럼 동료심사 등 엄격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게재료만 내면 쉽게 논문을 실어준다는 의혹을 받는 학술지다.
이중 MDPI는 동료 심사가 40일에 불과하고 매년 발표하는 논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부실 의심 학술지란 학계 비판을 꾸준히 받고 있다.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KRI 시스템에 등록된 논문과 연구자 5만5천136명 데이터를 결합해 어떤 연구자들이 주로 MDPI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국내 교수들은 이 기간 총 2.92편 논문을 발표했으며,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논문에는 1.19편, MDPI에는 0.13편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SCI급 논문 대비 MDPI 학술지 논문 비율은 10.5%로 나타났는데, 정교수의 경우 9.4%지만 부교수는 10.1%, 조교수는 13.3%로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다른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BK사업에 참여하는 교수와 아닌 교수를 비교했을 때 BK 참여 교수는 MDPI 논문을 싣는 확률이 3.7%~3.9% 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MDPI 논문이 한 편 증가했을 때 교수의 승진 확률을 분석한 결과 2.3% 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SCI급 논문이 3.5% 포인트 높이는 것과 비교하면 낮지만, 국내 주요 논문들을 모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급 논문인 2.3% 포인트와는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런 효과들이 SCI급 논문을 더 많이 발표하는 주요 대학이나 4대 과학기술원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교수가 논문을 게재할 학술지를 선택할 때 경제적 유인이 작용할 수 있고 소속 기관의 문화나 풍토 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MDPI는 한국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논문 실적이 필요한 연구자들에게 수백만원의 게재료를 받고 빠르게 논문을 발표해주는 모델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
MDPI는 2017년 3만1천여 건의 논문을 발표했지만 2022년 28만8천여 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주제를 빠르게 낼 수 있는 특별 호 논문을 일반 호 논문 대비 3배 늘리는 등 부실 문제가 지적된다.
여기에 50% 이상 할인 혜택을 부여하면서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심사자가 게재 거절 판정을 내려도 논문이 그냥 출판되는 사례도 나오는 등 국제적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나 MDPI는 부실 의심 학술지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연구재단이나 학회 등의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은 채 지난해에는 부실 의심 학술지를 학계와 논의하는 플랫폼인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을 운영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려고 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대한수학회에서는 MDPI 학술지 게재를 하지 말라고 연구자들에게 공지하고, 일부 대학에서는 논문 실적을 인정하지 않는 등 학계 자체 대응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MDPI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수가 2021년 1만5천649건에서 2022년 1만4천700건으로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한편 MDPI는 이런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답하는 자리를 이번 주 중 마련할 계획이다.
MDPI는 스테판 토체프 최고경영자(CEO)가 18일부터 한국을 방문해 일주일간 정부 기관과 연구 및 학술기관, 대학 기관 등을 만난다고 밝혔다.
20일에는 KISTI를 방문하는 등 일부 일정은 알려졌으나, 과기정통부나 한국연구재단 등 연구 윤리 관련 주요 부처나 기관은 만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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