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여왕 배신하고 불충”… 英해리왕자 추방 시사
美 입국과정서 위증 논란 불거져 법원이 심리
트럼프 “여왕에 불충·배신… 큰 상처됐을 것”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영국 왕실의 ‘서식스 공작’인 해리 왕자를 추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찰스 3세 국왕과 고(故) 다이애나 스펜서 사이의 차남 해리는 영국 왕실과 불화를 겪은 뒤 독립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살고 있다. 지난해 1월 발간한 자서전에서 마약에 손을 댔단 사실을 고백했는데 그의 미국 입국 과정을 놓고 “석연치 않다”는 뒷말이 나왔고 법적 송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트럼프는 19일 영국 GB뉴스에 공개된 전 영국독립당 당수 나이젤 파라지와의 인터뷰에서 “당국이 마약에 관해 무언가를 알고 있었는지 확인해봐야 하고, 만일 해리 왕자가 비자 신청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면 적절한 행동이 취해져야 한다”고 했다. 해리가 1월 자서전 ‘스페어’에서 “17세부터 코카인 같은 불법 마약을 했다”고 털어놓은 뒤, 미국 비자를 신청할 때 이런 사실을 알렸는지가 미국 대중의 관심거리였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입국 수속 기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현재 법원에서 비자 발급 절차가 적법했는지에 관한 심리가 진행 중이다. 미국 이민법은 위증을 심각한 범죄로 보고 엄격히 처벌한다.
해리가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부인 메건 마클과 함께 왕실을 비판했고, 대중에 알려지지 않았던 왕실의 뒷이야기들이 셀 수 없이 폭로됐다. 트럼프는 이를 ‘불충(disloyal)’이라 표현하며 “90세가 넘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입장에서 굉장한 상처가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해리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총회 연설에서 “바이든 정부가 해리 부부에게 너무 관대했다”며 이민 과정에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나는 여왕을 배신한 그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19년 6월 영국을 국빈 방문해 여왕을 만났다. 당시 여왕이 국빈 만찬을 베풀며 트럼프와 멜라니아 여사를 환대했다. 트럼프가 왕실 의전을 일부 어겨 결례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트럼프는 “우리는 완벽한 관계를 갖고 있고 웃고 떠들었다”며 “영국 왕실 사람들이 ‘여왕님이 25년 이래 이 정도로 웃은 적이 없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지난 2022년 9월 여왕이 서거했을 당시엔 “여왕의 역사적이고 놀라운 통치가 대영제국에 평화와 번영이란 엄청난 유산을 남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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