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아들 꺾은' 박지혜 vs '의정부가 낳은 尹참모' 전희경

정진솔 기자 2024. 3. 20. 05: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2024 총선 핫플레이스] 경기 의정부갑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에 있는 박지혜 전 변호사의 선거사무실/사진=정진솔 기자


"두 후보 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 아쉽지만 반대편을 찍기 싫어서 더불민주당을 뽑겠다."(경기도 의정부시 호원1동 거주 50대 회사원)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아들도 없고 다른 쪽도 시원찮아서 국민의힘을 뽑을 예정이다."(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거주 70대 주민)

경기 의정부시 갑은 경기 북부권역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8년간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이 매번 승리했던 정치적 텃밭이지만 득표율을 보면 늘 보수와 진보가 접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엔 20대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전희경 국민의힘 후보와 기후 에너지 전문가이자 변호사인 박지혜 민주당 후보 등 40대 여성후보가 거대 양당의 후보로서 격돌한다. 현역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의정부갑은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내리 6선을 한 지역구다. 그동안 수차례 의정부 지역 선거에서 민주당이 내리 승리한 데에는 문 전 국회의장의 강력한 지역 기반이 한몫한다.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는 문 의장의 아들 문석균 김대중재단 의정부지회장의 민주당 경선 패배다. 지난 총선에서 '아빠 특혜' 논란으로 민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낙마한 문 후보는 이번엔 경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 의정부갑에서 민주당 후보로 경선을 치렀던 문석규씨의 선거사무소 간판/사진=정진솔 기자

이러한 이유로 여야 지지를 막론하고 의정부갑 주민들은 모두 문 후보의 민주당 경선 패배 소식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정부에서 태어나 의정부3동에서 35년째 거주했다는 60대 A씨는 "국민 경선이니까 어쩔 수 없다지만 지역 사람이 안 된 게 실망이 크다"며 "문 전 의원은 의정부 발전을 위해 힘썼는데 지역 연고가 없는 오영환 의원은 한 게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민주당 영입인재 1호이자 변호사, 기후환경 전문가인 박 후보자는 의정부에 별다른 연고가 없었음에도 문 후보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의정부갑의 현역의원이자 소방관 출신으로 불리던 오영환 의원도 의정부 지역 연고가 없었지만 민주당 영입인재로 21대 총선에서 의정부갑에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반면 전희경 후보는 경기 북부지역의 전통 명문고인 의정부여고 출신이다. 20대 비례대표로 의정활동을 했고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을 지내며 정무적인 역량을 검증받았다.
'문희상 아들' 빈자리…새 인물 vs 지역인재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에 위치한 국민의힘 전희경 후보 선거사무소/사진=정진솔 기자
문 전 의장의 후광이 희미해진 이번 총선에서 누굴 지지할 것인지에 대해선 주민들의 의견이 갈렸다.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에 거주하는 70대 주민 B씨는 "문 전 의장 아들도 없고 다른 쪽은 시원찮아서 국민의힘을 뽑을 예정이다. (민주당엔) 인물이 없다"고 했다. 흥선동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30대 C씨는 "(민주당 소속) 박 후보자가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던데 새로운 얼굴이 필요한 의정부에서 나쁘지 않은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늘 민주당을 뽑아왔던 골수 지지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신곡1동 주민 70대 D씨는 "지난 총선에서 문 전 의장 아들인 문 후보자에 대해 '아빠 찬스' 얘기가 나왔던 터라 투표하기에 고심도 깊었다"며 "새로 나온 박 후보자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 반대편를 뽑긴 어려워서 이번에도 민주당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의정부 출신에 마음이 간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역 발전이 필요하기에 연고가 있는 의원이 더 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택시 운전사인 50대 E씨는 "민주당이 의정부 출신 아닌 오영환 의원을 꽂아서 한번 (당선)시켰는데 이번에도 또 의정부 출신 아닌 사람을 꽂았다"며 "의정부를 잘 모르는 사람보단 의정부여고 출신인 전 후보를 (뽑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전 후보는 의정부가 낳은 인재"라고 했다.
"당 보다는 공약…지역발전 기여할 인물 뽑을 것"
의정부갑 주민 사이에서 당만 보고 뽑기보단 공약 등을 고민하고 투표하겠다는 의견이 상당했다. 60대 주부인 F씨는 "사실 누가 되든 가정주부들은 다 똑같다. 서민 잘 살게끔 해주고 배고픈 사람 없고 대출 금리 부담 줄여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F씨는 "가능동 재개발을 원하는데 늘 추진이 안 돼서 아쉽다"며 "채솟값도 오르고 경기가 너무 안 좋은데 의정부를 부흥시킬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정부2동에서 새로 신혼집을 꾸린 30대 회사원 G씨는 "(출신지보다) 본인에게 필요하고 잘 맞는 의원을 뽑는 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총선에선 청년 일자리를 추가로 제공하고 신혼부부에게 조금이나마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할 의원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선동에 사는 30대 자영업자 H씨는 "의정부갑에는 해체된 미군 부대와 군부대가 많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경쟁력을 높일 복합문화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씨는 "아직 투표일까지 시간이 남아서 두 사람의 공약을 모두 살펴보려고 한다"고 했다.

거대 양당이 아닌 다른 정당 소속 인물에게 투표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가능동에 12년째 거주 중인 60대 건설업 종사자 H씨는 "의정부 발전을 시켜주는 사람이면 누구든 뽑고 싶다"며 "현 정권을 견제하고 싶은데 민주당에서 실망한 것도 많기 때문에 이번엔 아예 제3당을 뽑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