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1882억…비상진료체계 길어지면? 건보재정 괜찮을까

이연희 기자 2024. 3.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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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첫달 비상진료에 총 3167억 투입
예비비 1285억…신규 인력, 공보의·PA 인건비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건보재정 첫 달 1882억
준비금 28조 있다지만…소진 시계 빨라질 듯
복지부 "1회 의결 사항…길어지면 연장해야"
건보노조 "법 위임한 범위 밖인지 법적 검토"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19. ks@newsis.com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두고 의정 양측이 한 달 째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의료공백이 1년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일 이처럼 사태가 장기화되는 경우 공보의 대체인력 등 인건비와 중증환자 진료를 위해 국고 예비비와 건보재정이 매달 3000억원 규모로 지출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일각에서는 건보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된다.

2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정부는 비상진료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이달 초 예비비 1285억원과 건강보험 1882억원 등 총 3167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예비비는 야간·휴일 비상 당직 인건비와 병원 추가 인력 채용 지원, 공보의·군의관 파견 지원, 중증도에 따른 환자 이송 및 구급차 이용료 지원 등에 쓰인다.

상급종합병원 47개소 전문의에게는 평일 최대 45만원, 휴일 최대 90만원의 당직 수당이 지급되며 PA간호사에게는 일 최대 15만원이 지급된다.

상급종합병원이나 공공의료기관 등이 새로 의사와 간호사를 채용하는 경우 각각 월 최대 1800만원과 400만원을 지원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중증환자 입원에 대한 사후보상, 중환자실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 추가 보상, 응급실 전문의 보상 강화 등에 활용된다.

정부는 지난 4일 개소한 긴급 대응 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 배정된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하는 응급의료기관에는 7만원 상당의 배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5일부터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경증·비응급환자를 타 의료기관으로 안내하는 중증도 분류 전담인력에게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수가도 상급종합병원 및 시범사업 참여 2단계 진료기관이 경증환자를 병·의원급으로 회송하는 경우에도 지급되는 회송료 수가가 종전 30%에서 50%로 인상됐다.

권역·전문응급센터와 권역외상센터가 중증응급환자에 대해 24시간 이내 응급의료행위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처치 및 수술료 등에 대해 150%까지 가산 적용된다.

응급실 내 심폐소생술, 기관삽관 등 시술 행위에 대해서도 수가가 150%로 인상된다. 수가 인상분의 일정 비율은 응급실에 근무하는 전문의·전공의에게 지급된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지난 19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1층 로비에 "의사 선생님 환자 곁을 지켜주세요"라는 소원쪽지가 붙어 있다. 2024.03.19. lmy@newsis.com

정부는 당장 전공의 이탈 상황에서 의료공백을 메꾸는데 쓰이고 있지만 문제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전임의, 의대 교수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군의관·공보의 158명을 파견한 데 이어 오는 25일까지 추가로 250명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특히 전문의인 교수들의 공백을 우려해 전문의 비중이 높은 군의관 차출자를 1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상진료에 동원하는 건보재정 1882억원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1회에 한해 의결한 사항"이라며 "사태 장기화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고 최대한 빠르게 종료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실제 교수 이탈 등 의료 공백 상황이 길어지는 경우 다시 건정심에서 1회 더 재정 투입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공백 장기화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건정심에서 결정된 '의사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 건강보험 추가지원 방안' 재정투입 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는지 법적 검토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 재정은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당기수지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누적준비금은 28조원이 쌓여있다. 이번과 같은 의료공백이 없더라도 건보 재정은 올해 누적 수지가 30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예정이며 2026년 당기수지 적자로 전환돼 이후 준비금을 헐어 써야 한다.

매달 1882억원이 투입되면 2개월 간 3764억원, 3개월 간 5646억원, 1년이면 2조2584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 누적준비금을 활용해 2028년까지 필수의료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도 밝힌 상태다.

정부는 매달 1882억원을 지출하더라도 당장 건보재정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지난해와 같은 소득 7.09%로 동결됐으나 법에 따라 최고 8%까지 부과할 수 있다.

건보노조는 건강보험공단측에 "의사증원 및 필수의료 개선 등 건강보험공단 재정 안정화를 위한 '노사 공동 재정 안정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1882억원은 의료서비스 이용량을 추계해 수가를 책정한 것"이라며 "사태 장기화로 진료 양이나 환자 수가 줄어드는 경우 오히려 투입할 재정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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