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해서 낸다는 게 사직서? 나도 절박해"…환자들 "우린 선택지 없다"

임윤지 기자 2024. 3.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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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환자들 그냥 두고 안 갈 테니 아기 걱정만 하랬는데떠나시면 어떡하죠."

이어 신 씨는 "환자들 안전을 담보하는 최소한 수준으로 축소·개편한다는 게 그냥 볼모로 잡겠다는 말 아닌가"라며 "우리는 사직서 같은 선택지도 없이 하루하루 버티기만 하는 중인데 뭘 위해 이렇게 다들 싸우는 건지 모르겠다"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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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19일부터 사직서 취합…25일 일괄 제출
"아기 걱정만 하라시던 교수님이 그만둔다네요" 울상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3.1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교수님이 환자들 그냥 두고 안 갈 테니 아기 걱정만 하랬는데…떠나시면 어떡하죠."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 입원 중인 30대 여성 박 모 씨는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사직할 수 있다는 소식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 씨는 "의사들에게 화가 나기보다 이제 눈치가 더 보인다"며 "의료 공백 메우려 의사·간호사들 업무량이 늘어서 저희도 마음 편하게 치료 못 받고 어떤 요구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혹시 교수님들도 떠나실 건지 오늘 여쭤보고 싶었는데 민감한 사안이라 얘기도 못 꺼냈다"며 "아기 태어나기 전부터 봐주시던 분들이 계셔야 저도 편한데 교수님들도 떠나면 혹시 뭔가 놓치는 게 생길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현장을 지키던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한다는 소식에 환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의대 교수들은 19일부터 비대위에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비대위는 25일에 사직서를 일괄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환자들 역시 교수들의 사직 소식에 눈치를 보고 있었다. 병원 내 카페에 있던 한 60대 남성은 "이 교수님이 그렇게 잘한다더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아내가 "다음 주부터 교수들 다 그만둘 수도 있다니 일단 조용히 있어 보자"며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수술복을 입은 한 의사도 "너무 바쁘다. 며칠만 어디로 도망가고 싶다"며 지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 고양에서 왔다는 70대 남성은 "괜히 의사 선생님이 기분 안 좋으실까 봐 다음 진료가 언제인지, 밀리진 않을지 궁금한데 못 물어보겠다"며 고개를 흔들더니 "이 시국에 아프면 죄다. 아마 수개월 뒤에나 다시 겨우 진료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대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를 찾은 김 모 씨는 "우리 같은 암 환자들은 일치하는 유전자를 찾아야 치료가 가능한데 하늘의 별 따기다. 우리도 수년째 대기하는 중"이라며 "교수님들 그만둔다는 기사 봤는데 우리 같은 희소병 환자들은 교수님 한 분 한 분이 너무 소중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휴대전화에 '의사 사직 병원'이라고 검색한 화면을 보여주면서 "혹시나 문제가 해결됐을까 매일 수십 번씩 검색하지만 이렇게 정부와 의료계가 싸우는 기사만 잔뜩 나온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일부 환자들은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암 투병 중인 몸을 이끌고 병원을 오간다는 신 모 씨(67·여)는 "의사들이 절박해서 큰마음 먹고 낸다는 게 사직서라니…"라며 "나도 너무 절박하다. 누구라도 붙잡고 건강해져서 이전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 씨는 "환자들 안전을 담보하는 최소한 수준으로 축소·개편한다는 게 그냥 볼모로 잡겠다는 말 아닌가"라며 "우리는 사직서 같은 선택지도 없이 하루하루 버티기만 하는 중인데 뭘 위해 이렇게 다들 싸우는 건지 모르겠다"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immu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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