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연일 각세우는 한동훈...'윤한갈등 시즌2' 출구전략은?

민동훈 기자 2024. 3. 20.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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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중앙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자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3.19.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4·10 총선을 3주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용산 대통령실과 연일 각을 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할 말은 한다'는 한 위원장의 리더십을 부각함으로써 총선의 판도를 보다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의 갈등 상황을 노출하더라도 서울 등 수도권 중도층의 표심을 확장하는 것이 총선 승리를 위해 더 중요하다는 것이 한 위원장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핵심 승부처인 서울 수도권 후보들이 윤 대통령의 결단을 압박하는 등 당정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집권여당을 흔드는 모습은 결코 선거 국면에서 유리할 것이 없는 만큼 대통령실이 출구전략을 고민할 가능성도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친윤(친윤석열)계와 한 위원장의 충돌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대사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거취 문제다. 한 위원장은 이날도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양측은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두고도 충돌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주기환 광주시당 위원장이 24번을 받으며 당선권 밖에 배치한 것이 뇌관을 건드렸다. 이철규, 권성동 의원 등 원조 친윤으로 불리는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자신이 원하는 사람, 추천하는 사람이 안 됐다고 해서 그걸 사천이라고 얘기하는 건 굉장히 이상한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총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종섭·황상무 논란으로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민심이 요동치는 모습을 보여서다. 여론조사업체인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지역 정당지지도는 한 주 만에 극적으로 바뀌었다. 민주당은 전주보다 8%p 오른 32%, 국민의힘은 15%p가 급락한 30%를 기록했다.

인천 동·미추홀구을에 출마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중앙선대위 발대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수도권 민심이 아주 심각해졌다"며 "살을 내주더라도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북부 지역에 출마한 A 후보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어떻게 모아놓은 표인데, 이종섭·한상무 논란으로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대통령실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선거에 일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출신인 김은혜 전 홍보수석과 대표적 친윤계인 이용 의원도 공개적으로 용산의 결단을 압박했다.

지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불거진 윤·한갈등 제1라운드의 학습효과도 있다. 당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강하게 충돌했지만 서천 화재 현장에서 만나 극적으로 화해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사실상 한 위원장의 뚝심이 '판정승'을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물론 한 위원장 입장에서 대통령과의 갈등 상황을 길게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하지만은 않다. 따라서 대통령실의 입장 변화에 맞춰 한 위원장이 적정한 수준에서 봉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당내에서 나온다. 이건용 국민의힘 경기도당 사무부처장은 이날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용산과 선을 긋고, 용산발 이슈에 공개적 대응은 속만 시원할 뿐 당·청 갈등만 부각될 뿐"이라며 "당과 대통령실이 하나돼 반성할 건 반성하고, 밀어붙일 건 강단 있게 나아가야 읍소할 명분이 생기고 국민들 역시 도와줄 이유가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출구전략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집권여당을 흔드는 모습은 결코 선거 국면에서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사가 자진 귀국 의사를 밝히거나 황 수석이 자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CATI)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응답률은 14.7%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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