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존 걸린 핵심사업···'사외이사'를 보면, 보인다
LG전자, 모빌리티·AI 전문가 포진한 기존 이사회 체제 이쥬
SK하이닉스, 자사 반도체 연구원 출신 손현철 교수 신규 선임
전자업계 정기 주주총회가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각 사의 실적 개선 및 미래 먹거리를 위한 비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의 진용이 향후 기업의 경영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꼽히는 가운데, 외부 전문가로 경영진에 조언을 하거나 중요 의사결정을 하는 사외이사를 통해 해당 기업의 비전을 엿볼 수 있어 이들의 면면에 눈길이 모이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5기 정기 주총을 열고 신규 사외이사 선임건 등을 올린다.
삼성전자는 한성대 AI응용학과 조혜경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이사(의장)와 제어로봇시스템학회 부회장, 한국로봇학회 회장 등을 지낸 조 교수는 30여년 간 로봇 공학과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를 연구한 '로봇 전문가'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이런 행보는 이사회에 로봇과 AI 전문가를 포진하며 관련 영역에서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통해 관련 사업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앞서 삼성전자 한종회 부회장은 CES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생성형 AI로 로봇뿐 아니라 모든 기기가 똑똑해지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로봇은 제조 관련 로봇, 리테일 관련 로봇, 홈과 개인을 위한 로봇인데 결국에는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도 지난 7일 수원 디지털시티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사의 개인용 AI로봇 '볼리'의 시연을 본 후 "갤러시 웨어러블 제품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오는 26일 정기 주총이 예정된 LG전자는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및 인공지능(AI) 전문가가 포진된 현 이사회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현재 LG전자에는 대한전자공학회 회장과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으로 있는 서울대 전기공학부 서승우 교수와 서울대 정보화본부장과 빅데이터연구원 부원장 등을 지낸 비데이터 전문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이상구 교수 등이 포진해 있다.
LG전자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지난해 본부 출범 10년 만에 매출 10조 1476억원을 달성했다. 2013년 출범한 VS사업본부는 2015년 50억원 흑자를 낸 뒤 적자를 이어갔지만 지난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LG전자에서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LG전자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추세에 맞춰 전장 사업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이는데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한 이사회가 이에 대한 중심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7일 주총을 여는 SK하이닉스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외이사 모시기에 나섰다.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손현철 교수가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올랐는데, 하이닉스반도체 기술연구원 출신인 손 교수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대학원 재료공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친후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반도체와 메모리소자·집적공정 전문가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하며, 4개 분기동안 이어진 적자를 벗어났는데 올해 손 교수 사외이사 신규 선임으로 사업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D램과 낸드의 평균판매단가(ASP) 반등과 함께 최근 AI 시장 팽창에 따라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SK하이닉스에 호재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는 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최대 HBM 공급사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재무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경향도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조혜경 교수와 함께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올린다. 행정고시 24회 출신인 신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과 제1차관, 금융위원장 등을 지낸 정통 금융 관료로 꼽힌다.
LG전자는 재무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지는 않았지만 김창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신규 사내이사로 올리는 등 사내 재무 전문가에 힘을 실어줬다.
SK하이닉스도 예정된 주총에 손현철 교수와 함께 한국회계학회장을 지낸 재무·회계 전문가인 동국대 회계학과 양동훈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올린다.
학계에서는 기업들의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를 모시는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외이사를 경영에 참여 시켜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꼽히는 고려대 경영대학 조명현 교수는 "과거에는 사외이사를 관료와 교수, 법조인이 채웠지만 최근 들어 그 자리를 기술 전문가나 글로벌 CEO 경험이 있는 경영 전문가가 채우고 있다"며 "사외이사를 전문가로 채우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인데 기업들이 이런 전문가들에 대해 '동반자적 마인드'로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적극적인 의견을 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면 향후 경영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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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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