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중인데 출전 강행… 투혼인가 혹사인가
지난해 배드민턴 안세영(21·삼성생명)은 거칠 게 없었다. 국제 대회에서 9번 우승(단식)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올랐다. 무적(無敵)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기량을 보여줬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도중 입은 무릎 부상이 점점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당시 투혼을 발휘하면서 금메달은 땄지만 그 후유증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시안게임 이후 한 달을 쉬고 연말까지 다시 세 대회에 나갔으나 무관에 그쳤다. 아시안게임까지 5대회 연속 우승했던 기세가 꺾였다.
올해는 심기일전, 1월 말레이시아 오픈을 제패하면서 부활하는 듯했으나 그 이틀 후 출전한 인도 오픈에서는 8강전에서 기권했다. 이번에는 허벅지 부상이었다. 다시 한 달여를 쉬고 3월 5일부터 프랑스 오픈에 도전해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투혼을 보여줬지만 이틀 쉬고 또 나간 전영 오픈에선 4강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경기 도중 주저앉아 부상을 치료하고 다시 뛰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안세영은 대회마다 무릎에 테이프를 칭칭 감고 나온다. 랠리가 길어지거나 경기가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주특기인 몸을 날리는 수비도 자연히 성공률이 낮아졌다. 부상 당한 오른 다리 대신 왼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해만 해도 압도하던 천위페이(26·중국·세계 2위)나 야마구치 아카네(27·일본·세계 4위) 등 경쟁자들에게 덜미를 잡히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이대로라면 궁극적 목표로 잡은 올여름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휴식이 필요한 그가 이렇게 강행군을 고집하는 건 사실 올림픽을 위한 포석이다. 파리올림픽 출전권은 지난해 5월 1일~올해 4월 28일 열리는 각종 국제 대회 성적에 순위 점수(ranking point)를 차등 부여해 결정한다. 현재 여자 단식 세계 1위인 안세영은 올림픽 출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출전 선수가 확정되면 순위 점수에 따라 시드를 정하는데 난적들을 초반에 만나지 않으려면 시드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여러 대회에서 성적을 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안세영이 최근 출전한 프랑스 오픈과 전영 오픈은 BWF(세계배드민턴연맹) 투어 대회 5단계 중 각각 2·1단계 대회라 점수가 높다. 안세영은 각각 우승과 4강으로 19일 기준 올림픽 순위 점수 1위에 올라있다.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아시아선수권까지 합산한 결과로 시드를 받는다.
그럼에도 이제부터는 재활과 부상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식으로 몸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무리하다간 정작 올림픽 무대에서 최상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세영은 19일 입국하면서 “올림픽 시드 1번을 확정할 때까지는 계속 경기 뛰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성적이 계속 잘 나오니 본인과 대표팀 모두 고삐를 바짝 당긴 것 같다”며 “지도자들이 적절히 조절해 줘야 했는데, 승부욕 강한 안세영을 말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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