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미국의 시간, 세계의 시간

3.20 서머타임(일광시간절약제)- 2

미국의 시간은 세계의 시간을 연동시키는 힘이 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풍경. flickr 사진

미국의 서머타임제는 도입 1년 만인 1919년 폐지됐다가 2차대전기에 한시 시행됐고, 73년 오일쇼크 기간에 자리를 잡았다. 전면적 도입의 계기는 1966년 4월 현행 통일시간법(UTA)이 제정되면서다. 당시 서머타임은 4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였지만, 2005년 법 개정으로 현행 시스템으로 변경됐는데, 서머타임 기간이 앞뒤로 늘어난 건 각각 핼러윈 업계 등의 소비시장 활성화 요구와 프로 스포츠 시즌에 동조해 달라는 스포츠업계의 로비에 따른 것이라는 설이 있다. 현재 미국은 애리조나와 하와이주, 해외 영토인 미국령 사모아, 괌, 버진아일랜드 등을 뺀 모든 주가 서머타임제를 채택, 올해의 경우 지난 3월 10일 새벽 2시를 기해 민간 공공의 모든 시계가 1시간씩 앞당겨졌다.

서머타임제 시비는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2019년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1%가 매년 두 차례 시간을 조정하는 현행 제도를 못마땅해했다. 특히 의학계는 생체리듬의 혼선이 야기될 수 있는 장단기적 문제, 예컨대 비록 미미하긴 해도 시간 변경 직후 자동차 사고와 심장마비 뇌졸중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데이터를 부각했고, 일각에서는 서머타임제의 경제 사회적 비용을 지적했다.
연방 상원의회는 지난해 3월 신속 표결 방식에 따라 만장일치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발의한 사실상 서머타임제 영구화 법안(Sunshine Protection Act)을 통과시켰다. 그해 3월 12일 조정한 시간대(서머타임 시간대)를 새로운 미국 표준시로 지정, 이후부턴 시간을 조정하는 수고를 덜자는 내용이었다. 비록 하원이 심의를 하지 않아 자동 부결되긴 했지만, 미국의 시간 논쟁은 최근 몇 년 사이 발의된 주별 관련 법안만 550여 건에 달하는 등 앞으로도 꽤 이어질 전망이다. 66년 통일시간법에 따르면 각 주는 주법에 따라 영구 표준시를 지정할 수는 있지만 영구 서머타임제를 도입할 수는 없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