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미세먼지가 ‘극한 호우’ 부추긴다

박상현 기자 2024. 3. 20.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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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기상과학원 가보니
먼지 낀 봄비에 강풍까지 -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린 19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올여름도 지구온난화 영향 등으로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 내 구름 실험실. 아파트 2층 높이 인공강우 실험 장비에서 흙먼지가 어떻게 비구름으로 바뀌는지 검증하고 있었다. 비구름은 기본적으로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비구름 크기는 중국발 황사와 미세 먼지 등도 결정 요인이 된다.

황사와 미세 먼지에는 모래 알갱이뿐 아니라 황산·질산 등 오염 물질도 들어 있다. 물을 잘 흡수하는 성질의 이런 오염 물질이 확산하면 대기 중 습기를 빨아들여 더 큰 물방울을 만들고 강수량을 늘리게 된다. 과학원 관계자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강수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미세 먼지 등이 비구름대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예보 모델에 입력해 예보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여름도 지구온난화 여파 등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짧은 시간 많은 비가 퍼붓는 ‘극한 호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올여름 기후 전망에서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80%이며, 지역별 강수량 편차가 크겠다고 19일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강수량은 증가한 반면 강수 일수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비가 한 번 쏟아질 때 한꺼번에 내렸다는 뜻이다.

그래픽=정인성

올여름은 ‘극한 호우’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여럿이다. 지난해 중국 대기오염도는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2013년 1㎥당 72㎍(마이크로그램)에서 2022년 29㎍으로 절반 이상 낮췄지만, 작년부터 이 수치가 다시 악화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 떨어진 경제성장률을 만회하기 위해 공장들을 대거 가동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만큼 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공기의 오염도가 높고, 수분을 흡수하는 오염 물질도 많이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태평양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는 지난겨울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엘니뇨 영향은 발생한 해보다 이듬해에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니뇨로 바닷물이 데워지며 지구의 평균온도가 올라갔고,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 양도 늘었다. 엘니뇨 땐 우리나라 남부 지방 쪽으로 수증기가 대거 유입되는 기압계 구조가 형성된다. 작년 여름 충청권과 남부 지방을 강타한 거대 장마전선이 생긴 이유 중 하나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올여름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조짐’은 지난겨울에 나타났다. 작년 12월~올 2월은 우리나라에 역대 가장 많은 비가, 가장 자주 내린 기간이었다. 지난겨울 전국 강수량은 236.7㎜로 평년 강수량(89.0㎜)의 2.7배에 달했다. 1988년 기록한 195.9㎜를 넘어 1973년 이후 겨울 강수량 역대 1위에 올랐다.

집중호우 우려가 커지면서 기상청은 비구름대가 육지에 상륙하기 전 바다에 있을 때 강수량을 예측해 재난에 대비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수도권의 경우 덕적도, 충청권은 북격렬비도, 호남권은 안마도에 각각 해양 기상 기지를 세우고 비구름대를 관측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인천 덕적도 해양 기지에서 관측된 비구름대는 통상 2시간 후 서울에 도달한다”며 “이런 식으로 최소 2시간 전 재난 문자를 보내면 폭우 위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일부터 전국에 내린 비는 20일도 곳곳에서 이어지겠다. 19~20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5~10㎜, 강원도 5~30㎜, 충청권 5~10㎜, 전라권 5㎜, 경상권 5~20㎜, 제주도 1㎜ 등이다. 19일 밤부터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20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3도에서 영상 5도, 낮 최고기온은 6~13도로 평년보다 춥겠다. 이번 추위는 금요일인 22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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