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눈치본 바이든…美 전기차 연비 계산법 지난해보다 완화

이민후 기자 2024. 3. 20.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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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정부가 전기차 판매 촉진 등 자동차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당초 지난해에 제시했던 기준에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현지시간 19일 전기차의 연비를 내연기관차의 연비와 직접 비교할 때 전기차의 연비를 기존보다 낮게 계산하도록 하는 최종 규정을 공개했다고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연비는 자동차가 일정량의 연료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하며 미국에서 내연기관차의 연비는 기름 1갤런(약 3.8ℓ)으로 달릴 수 있는 마일(약 1.6km) 수로 표기합니다.

기름을 쓰지 않는 전기차는 이런 방식으로 연비를 계산할 수가 없다보니 환산 계수를 설정했습니다. 기존 1갤런당 82킬로와트시였는데 1갤런당 29킬로와트시로 조정했습니다.

에너지부가 지난해에 제시한 1갤런당 23.2킬로와트시보다 완화됐습니다.

지난해에 제시한 기준대로라면 전기차의 연비가 기존에 비해 72% 줄어들지만, 이날 공개한 기준에서는 65%만 감소합니다.

또 에너지부는 당초 계획대로 새 기준을 2027년부터 바로 적용하는 대신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환산 계수는 미국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최저 연비 기준인 기업평균연비제(CAFE)에 영향을 미칩니다. 

제조사가 판매하는 모든 차량의 평균 연비를 측정해 이 기준보다 높아야 벌금을 내지 않는데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높은 전기차를 많이 팔수록 유리합니다.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평균 연비를 끌어내리는 차량을 많이 팔아도 연비가 높은 전기차를 충분히 팔면 기준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지금의 환산 계수를 도입한 지 20년이 넘었다며 개정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전기차의 연비를 너무 관대하게 계산해 자동차 제조사가 소량의 전기차만 팔아도 연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의 연비를 낮게 평가하면 결국 내연기관차의 연비를 개선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으며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규정 완화를 주장해왔습니다.

지난해에 제시한 규정대로라면 미국 자동차 3사가 연비 기준을 맞추지 못해 2032년까지 내야 할 벌금이 제너럴모터스(GM) 65억달러, 스텔란티스 30억달러, 포드 1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정이 미국 자동차 3사를 비롯한 주요 자동차 제조사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주요 업체들을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의 존 보젤라 회장은 이날 발표된 규정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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