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한다던 이재명·조국, 지지율 오르자 충돌

원선우 기자 2024. 3. 20.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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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尹 싫어도 민주당 안 찍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접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TK(대구·경북) 계신 분들의 입장은 윤석열이 싫어도 민주당으로는 안 간다는 거죠.”(18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민주당이 싫어서 조국혁신당을 지지한다? 조국 대표가 설마 그렇게 말했겠냐.”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 이재명,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민주당으로 안 가는 지지자들 때문에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높다’는 취지의 조 대표 발언을 놓고 충돌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 비례 지지율이 민주당 비례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육박하는 수치가 나오자 이 대표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당연히 이재명에게 집중돼야 할 선거의 스포트라이트가 조국에게 가고 있다”며 조국혁신당 견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조국 대표는 지난 18일 시사IN 유튜브에 출연, 최근 대구 유세에서 중도·보수 유권자들을 만났다면서 이 같은 얘기를 했다. 그는 “단 한 번도 민주당을 찍은 적이 없는데 이번에 조국혁신당을 찍겠다”고 말했다며 “왜냐고 물어보니까 윤석열이 너무 싫다는 거죠. 윤석열이 싫어도 민주당으로는 안 가는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또 “윤석열 정권에 대한 울분을 민주당이 표출해 주지 못한다”며 “조국혁신당이 민주당보다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박수를 보내신다”고 했다.

핼러윈 참사 현장 간 조국 - 조국(가운데) 조국혁신당 대표와 비례대표 후보들이 19일 서울 용산구 핼러윈 참사 현장을 찾아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표는 19일 강원 춘천 유세에서 이런 조 대표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오보 아닐까 생각한다”고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는 “(조국 대표가) 혹시 뭐 잘못 표현하거나 그랬을 것”이라며 “설마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박지원 후보(전남 해남완도진도)가 조국혁신당 ‘명예 당원’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이 대표는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박 후보는 조 대표와 유튜브 방송에 동반 출연, “조국혁신당이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고 메시지도 심플하다”며 “제가 다녀봐도 지역은 민주당 찍고 비례는 조국혁신당 찍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조 대표는 이에 웃으며 “저희랑 정세 인식이 똑같다. 나중에 명예 당원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이중 당적은 안 되니까 명예 당원 좋다”고 함께 웃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런 박 후보 발언에 “민주당의 비례 정당은 더불어민주연합이 분명하다”며 “민주당 후보들이라면 더불어민주연합 명예 당원을 하셔야지 설마 그 조국혁신당의 명예 당원 얘기를 했을까 싶다”고 했다.정청래 의원도 페이스북에 박 후보를 겨냥해 “이럴 거면 민주당 공천장 왜 받았는가”라며 “또 분탕질인가, 분탕 보이인가”라고 했다.

이재명·조국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만나 “윤석열 정권, 검찰 독재 조기 종식을 위해 협력하고 단결하자”며 손을 맞잡았다. 조국 대표는 민주당이 야권의 본진(本陣)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해왔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구호로 민주당과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점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민주당 비례 의석수를 상당 부분 잠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자 민주당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지지층은 표를 민주당에 몰아줘야 한다는 ‘몰빵론’을 펴고 있는데, 당 지도부도 최근 최고위 탁자에 ‘빵’을 올려놓으면서 이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대표는 18일 서울 마포 유세에서도 “우군(友軍)보다 아군(我軍)이 많아야 한다”고 했고, 지지자들은 ‘몰빵’을 외쳤다. 최근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인 각종 지역구 단체 채팅방에선 ‘지민비조파’와 ‘몰빵파’가 분열돼 서로에게 폭언·욕설을 퍼붓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총선 이후 이재명·조국이 대선 주도권을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도로 가고 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조국 대표는 “일부 기자가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이간질을 시도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지지층에선 조국 대표의 “이쪽저쪽 다 꼴 보기 싫다면 조국혁신당을 찍기 위해서라도 투표장에 나와 달라” 등 발언을 거론하며 “조국 때문에 야권이 분열된다” 같은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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