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지면 尹 정부 뜻 한번 못 펴고 끝” 알면서 이러나

조선일보 2024. 3. 20.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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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3일 눈이 내리는 가운데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는 뜻 한 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끝나게 된다.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하고 맞는 말이다. 많은 국민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정부는 시대적 소명이 있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윤 정부의 소명은 두말할 것도 없이 노동·연금·교육·규제 등 핵심 개혁을 완수해 국가의 성장 동력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다. 이 구조 개혁이 미진하거나 없어서 우리 경제는 장기 침체의 기로에 서 있다. 윤 대통령도 취임 때부터 흔들림 없이 구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거의 모든 개혁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소수 정부라 힘들다”며 총선에서 개혁에 필요한 의석을 달라고 호소해 왔다.

그런데 막상 총선이 되자 윤 대통령에게 개혁에 필요한 다수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켰다. 출국 전에 국민의힘에서 총선 직전 출국은 안 된다는 뜻을 전했지만 윤 대통령은 무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사를 귀국시켜야 한다는 국민의힘 요구도 거부했다.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에 대한 사퇴 요구도 “법적으로 문제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상식에 안 맞고 선거에도 악영향을 줄 일인데 윤 대통령이 이러는 이유를 참모들조차 잘 모른다고 한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언론과 여론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더 거꾸로 간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씨는 8차례나 자신이 ‘윤 대통령의 1번 참모’임을 강조하며 무소속 출마했다. 무소속으로 여권 표를 나누면 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놀랍게도 윤 대통령이 장씨의 무소속 출마를 권했다는 설이 돈다. 이에 대해 장씨는 잘라서 부인하지 않으며 뭔가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고 대통령실도 아무 반응이 없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공천은 감동은 없고 뒷말만 무성하다. 비례대표는 인선 자체로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스토리 있는 참신한 청년·기업인·전문가 등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생소한 공무원 두 사람의 공천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다. 한 명은 하루 만에 취소됐다. 이 두 사람이 한동훈 비대위원장, 검사 출신 당 인사와 사적인 관계가 있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한 위원장은 “선거에 지면 끝”이라면서 비례대표 공천을 이렇게 하나. 이래서 어떻게 국민 지지를 얻어 국정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국민의힘이 총선에 지면 윤 대통령의 국정 개혁은 시작도 못 한 채 끝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벌써 과반 승리를 언급하며 ‘윤석열 탄핵’과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한다. 실제 정치권에선 이들이 170~180석 안팎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만이 아니라 국민의힘도 인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수도권 후보들은 사실상 전멸했던 4년 전 총선의 재판이 될 수 있다고 호소한다. 국민들은 선거를 대하는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개혁 약속이 진심이었는지 묻고 있다. 이대로 선거에 참패한다면 남은 3년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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