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식 비중 줄이고… 저평가된 유럽 주식 늘려라”

김은정 기자 2024. 3. 20.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JP모건 애널리스트팀 “유럽 대형주 쏠림 현상엔 유의해야”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소수의 대표주가 선도하는 특징이 있다.

미국은 M7(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애플·엔비디아·아마존· 알파벳·메타·테슬라 등 7개 대형 기술주가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도요타·스바루·도쿄일렉트론·디스코·스크린홀딩스·어드반테스트·미쓰비시 등 자동차·반도체 부문의 7개 우량주를 뜻하는 S7(7인의 사무라이)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유럽 주식시장의 주도주는 ‘그래놀라스(GRANOLAS)’로 불린다. 골드만삭스가 이 신조어를 붙였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미스클라인(G), 스위스 제약사 로슈(R),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ASML(A), 스위스 식품 기업 네슬레(N),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O),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과 명품 제조사 LVMH(L),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 SAP와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S) 등 유럽의 11개 우량 기업을 뜻한다.

이들 주도주의 약진에 힘입어 유럽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유로스톡스600 지수는 지난 13일 전일 대비 0.16% 오른 507.33으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그래픽=김성규

◇JP모건 ‘유럽 주식에 눈 돌릴 때’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미슬라브 마테이카가 이끄는 JP모건 애널리스트팀은 미국 주식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기존엔 유로존 주식보다 미국 주식 비중을 늘리라고 추천해왔는데 이젠 유럽 주식에 눈을 돌릴 때라는 것이다.

JP모건은 유로존 주식이 역사적 수준으로 저평가됐다는 점을 꼽았다. 유로존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3배로 미국(21배)에 비해 매우 낮다. 미국 S&P500 지수의 PER을 유로스톡스600 지수 PER로 나눈 비율은 0.65%로 사상 최저치다.

유럽 주식시장의 경우 주가지수 조정 위험이 덜한 것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최근 AI(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오를 대로 오른 미국 주식시장은 성장 모멘텀이 꺾일 우려가 있는 데 반해 유럽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을 것이란 의미다.

이 밖에 중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대중(對中) 수출에 민감한 유로존 증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 이르면 오는 6월부터 단행될 금리 인하 등도 유로존 주식이 유망한 이유로 꼽혔다.

JP모건은 “당초 전망과 달리 지금은 미국 연준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더 공격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역시 유로존 증시를 강하게 밀어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의 빅테크주 위주로 쏠림 현상이 심해지자 자산 배분 관점에서 유럽 시장에 관심을 두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내내 자금이 빠져나갔던 블랙록의 유럽 ETF(상장지수펀드)는 올 들어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그래픽=김성규

◇대형주 쏠림에 유의해야

다만 유럽 주식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정 대형주 쏠림으로 인한 ‘착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로스톡스600 지수에서 그래놀라스 11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인데, 이들이 최근 1년간 지수 상승분의 50%를 견인했다.

상승세인 범유럽 주가지수와 달리 유럽의 실물 경기는 침체되고 있다. ‘유럽의 경제 대국’ 독일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1.3%에서 0.2%로 크게 낮췄다.

기업 실적도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작년 4분기 실적을 보고한 313개 유럽 기업 중 50%만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성적을 냈다.

박소연·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IT와 경기 소비재 비중이 높은 유로스톡스50 지수가 금융·헬스케어 위주의 유로스톡스600 지수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보면 유럽 주식시장에서 특정 대형주 쏠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IT 비중이 1.1%로 극단적으로 낮은 영국의 FTSE100도 반도체·바이오가 이끄는 유럽 주식시장 랠리에서 소외되며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럽 기업 중에서도 시장 지배력이 큰 ‘퀄리티 성장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